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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정말 쇼비뇽 블랑같은 오후였어 - 연극보다 드라마틱하고 와인보다 향기로운 43가지 인생 레시피
신리 지음, 이희숙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감성을 흔들다.
올해 초부터 여러 편의 에세이집을 읽기 시작했다. 각종 아름다운 사진들과 글들로 인해 많은 느낌을 받고 설렜다. 하지만 익으면 읽을수록 그 마음들은 무뎌지기 시작했다. 어떤 그림이나 사진, 글을 보아도 별 생각이 들지 않고 설레지도 않았다. 이 책도 처음에는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어 갈수록 마음을 흔들기 시작했다. 짧은 글 하나에 나의 마음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글은 대체로 두 가지가 마음에 든다. 짧게 한 두 문장의 글로 많은 여운을 남긴다. 그 글을 보면 쉽게 넘어갈 수 없다. 책을 읽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다른 이유는 글 속에서 들어나 보이는 저자의 생활이었다.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가 정말 티비나 영화에서 봐온 것 같은 환상 같은 것이었다. 다른 사람은 전혀 그런지 모르겠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의 눈에는 그렇게 들어왔다. 편하고 친군한 사람들과의 만남. 시끌벅적해 보이면서도 나름의 운치가 덧보이는…….
이런 두 매력적인 글들에 의해서 나의 마음은 다시 설레기 시작했다. 한번 설렜던 마음은 책을 읽는 순간에도 책을 덮은 뒤에도 여전히 여운이 남아 있었다.
나는 와인에 대해 잘 모른다. 아니, 아예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책에서 와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긴 하는데 크게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인은 그저 보따리의 매듭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매듭은 보따리 안에 있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없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매듭을 풀어 보따리 안을 보듯이 와인을 통해 이 책이 나아간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만 나에게는 그 매듭이 큰 실효를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보따리 안의 내용에 정말 설레는 감정은 막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