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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밖의 이름들 - 법 테두리 바깥의 정의를 찾아서
서혜진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8월
평점 :
변호사를 만나지 않는 삶을 살면 좋겠지만,
내가 예상하지 못한 삶의 어느 지점에서 우리는 언제라도 만나게 될 수 있는
인물이 바로 변호사일 수도 있죠.
우리가 드라마에서 만나는 변호사는 돈을 위해서라면
누구도 가리지 않고 변호하는 사람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실제 세상 속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변호사들도 많다는 것을...
"무언가를 바꾸겠다거나 대단한 정의를 구현하겠다는 마음은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조금 민감했고, 주어진 일을 성실히 했고,
하루하루 버티듯이 피해자를 변호했을 뿐이다(p.15)"
<알쓸범잡> 등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피해자변호사로 유명한 서혜진 변호사.
젠더폭력, 아동학대 등을 주로 변론하는 그녀가 들려주는 법이야기가 궁금했어요.
저자인 신혜진 변호사는 '법정 밖'에 시선을 두고 있어요.
공간의 외부가 아니라 "누군가의 고통이 시작되고, 갈등이 쌓이며, 해결이 절실한 현장"
법정 밖은 바로 그런 곳이라고 표현하고 있네요.
제1부에서는 '침묵을 여는 법'이라는 주제로
피해자가 사회적 편견 앞에 왜 침묵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피해자가 법정 안과 밖에서 겪는 침묵과 기다림,
존엄을 위해 분투하는 그 시간들을 저자는 알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인권이 신장되었다고 하나, 아직도 '피해자다움'을 강조하는 사회.
피해자를 그저 피해자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불쌍한 존재로 바라보는 사회.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피해자로 인정하는 않는 법원.
이러한 편견과 시선이 피해자가 세상 속에서 당당히 서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합니다.
제2부 '존재를 증명하는 말들'에서는
피해자가 침묵을 깨고 사회에 나온다고 하더라도 무수히 많은 입증을 요구하는 법정정에서
또한번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고 합니다.
최말자님의 사건에서처럼 "혈기왕성한 남성의 구애행위가 무엇인 문제인가"
"설사 강간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도 가해남성의 혀를 깨물어 절단되면 위법행위다"
오랫동안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살아온 우리에게
권력형 성폭력은 은폐되기 쉬운 구조라서
미투운동 처럼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피해를 고백하는 험난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제3부 '정의가 닿지 못한 자리에서'는
성범죄사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리면 피고인측은 입증을 위해
가혹하게 피해자를 괴롭히며 구체적으로 진술하도록 강요하게 됩니다.
합의라는 것이 감형을 위한 도구로 활용될 때
피해자가 진정 원하는 진정한 사과는 배상으로 희석될 수 있음도 알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피해자 변호사의 눈으로 본 피해자의 고통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리는 피해자가 겪은 사건에 주목하지만,
정작 피해자가 느끼는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사회의 편견과 왜곡된 시선으로 피해자를 평가하고 재단합니다.
이 책을 통해 피해자의 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시간이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솔직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