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얄밉지만 돈카츠는 맛있어 반갑다 사회야 25
김해창 지음, 나인완 그림 / 사계절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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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겪지 못한 지나간 시간을,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큰 흐름과 줄기를, 숲을 바라보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겠지요.  


  <일본은 얄밉지만 돈카츠는 맛있어>는 우리 나라와 역사적으로 얽히고 설킨 나라이자 정치/사회/문화로도 긴밀한 관계인 이웃나라 일본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와의 관계를 통해 설명되는 일본에 대한 이야기라는 접근법은, 아이들이 일본이라는 나라를 왜 알아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합니다. 사진자료와 그림이 크고 많아 내용을 미리 유추해보거나 글로 설명된 내용을 더 상세히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명료하고 쉽게 설명된 글 또한 깔끔하고 힘이 있습니다. 

  

  큰 흐름을 정리해 놓은 책이라 기초로 삼고 다른 책이나 자료를 찾아보는데 길잡이로 삼을 만한 사전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체를 죽 읽어 나가는 것도, 관심가는 부분을 확장해서 찾아가며 읽는 것도 이 책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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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소원 - 제1회 나다움어린이책 창작 공모 대상 수상작
김다노 지음, 이윤희 그림 / 사계절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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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마주하니 불쑥 아이의 마음이 궁금해진다.
잔망진 머릿속에 욕심껏 소원들이 담겨있겠지싶어 짐짓 모른체 소원 하나만 얘기해봐 말을 던졌더니 생각지도 못한 답이 돌아왔다.

"전학 간 친구가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어."

갖고 싶은 것들보다 먼저 떠오른 보고 싶은 얼굴이라니. 귓속말로 비밀 이야기를 제일 많이 했다는 단짝 친구 이야기에 괜시리 나도 코가 시큰해진다.

생각지도 못한 소원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은 책 속에도 있다. 큰 아이와 나이가 같아 더 마음이 쓰였던 미래, 이랑, 현욱이 주인공인 책 <비밀소원>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의 모습과 그 속에서 제 각각의 고민을 갖게 된 아이들이 나온다. 가족을 사랑하기에 차마 이야기 할 수 없었던 저마다의 고민을 함께 공유하며 해결책을 찾아 머리를 맞대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아이들은 상처를 치유해 간다.

너의 고민을 나의 고민인것처럼 생각해주는 아이들의 마음씀을 보고 있노라면 친구와 우정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보게 된다.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이며 나아가게 한 것은 문제의 해답이 아니라, 친구와 나눈 따스한 공감의 경험을 통해서다.

해결되지 못 할 수많은 문제들을 맞닥드리며 성장할 아이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의 곁에는 고민을 함께할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말라고 외치는 것만 같은 책이다.

무턱대고 답을 들이밀지 않아서,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크게 위로 받았다. 배려와 존중, 무엇보다 공감의 힘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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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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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고 싶다'는 말의 처연함은 무심히 덧붙인 '농담'이라는 말로도 희석되지 못하고 기어이 사람 마음을 무너지게 만든다.

 

 

「 사람들은 아프기 전과 후의 내가 다르다고 말한다.

나는 뭐가 달라졌다는 것인지 조금도 모르겠다.

하지만 글로 써서 말하고 싶은 주제가 달라진 것만큼은 사실이다. -p217 」

 

 

  이 책은 혼자 힘으로 고아처럼 살아 남아 버텼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왔다면서도 동시에 도와달라는 말을 할 수 없는 멍청이가 되어버렸다는 허지웅의 고백으로 시작되는 에세이다.

 

  툭 던져 놓은 제목으로 한참을 먹먹하게 만들어 놓고서 정작 본인은 무덤덤한 게 얄미우면서도 그답다 싶어 참 반가운 책이기도 하다.

 

  섣부른 단정도 응원도 없는 폭력없는 글 속 보통 사람 허지웅의 이야기는 여러번 읽어도 질리지 않는 힘이 있다.

 

  알지 못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고, 지나간 일들에 대한 아쉬움이 있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당연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있다.

 

  지금도 잔뜩 날이 선 모습으로만 떠올려지는 세상만사 투덜이는, 여전히 솔직하고 그래서 밉지 않다.

 

  닳아버린 책 모퉁이를 볼 때마다, 기억하지 못하는 오래된 선행들 때문에 구원받을 것이라 믿는 그와 보통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들의 건강을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서 만약에, 라는 말은 슬프다. 이루어질 리 없고 되풀이 될 리 없으며 되돌린다고 해서 잘될 리 없는 것을 모두가 대책 없이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어서 만약에, 는 슬픈 것이다. - P54

하지만 지금은 버틴다는 것이 혼자서 영영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안다. 당신 옆에 있는 그 사람은 조금도 당연하지 않다. 우리는 모두 동지가 필요하다. - P108

결국 우리는 우리가 가진 가장 멋지고 빼어난 것들 덕분이 아니라 언제 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오래된 선행들 때문에 구원받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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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의 초록 리본 사계절 아동문고 97
박상기 지음, 구자선 그림 / 사계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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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심껏 첫 번째로 항상 책을 먼저 읽는 작은 아이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마음 아파서 못 읽겠어. 용기가 나면 읽을래"하고선 책을 덮고 멀찍이 밀어 내놓더군요. 도입부 어린 동생고라니 해랑이 로드킬을 당해 죽는 장면까지 읽고선 벌어진 일입니다.

 

  '용기'를 가지고 읽어야 한다는 조언을 들으며 읽기 시작한 책이어서일까요. 읽는 내내 아이가 말하던 용기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더군요.

 

  여러 사정으로 '유해동물'로 분류되어진 종(種)들이 주인공인 이야기에는, 유해동물 사냥이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도륙에 가까운 사냥으로 인해 죽거나 서식지에서 내몰리는 동물들의 상황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우두머리 멧돼지 도야가 인간의 물건을 모으게 된 사연은 탄식이 터져 나올 정도로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어린 것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더불어 더이상의 희생을 막겠다는 일념으로 인간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동물들의 시도는 부끄러움과 숙연함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유해동물'들이 힘을 모아 만든 표지판은 인간들에게 보내는 필사의 구조신호였을 겁니다.

 

  해치려는 인간과 도움을 주는 인간이 공존하는 아이러니를, 동물들만큼이나 아이들도 이해하기 어려워 합니다. 더듬거리며 아는 깜냥만큼 설명해 주려니 얼마나 화끈거리고 또 부끄럽던지요.

 

  누군가의 '죽음'을 딛고서 아프게 성장하는 고라니 솔랑과, 솔랑을 안전한 곳으로 기어이 돌려보내고야 만 도야의 사랑과 희생이 오래도록 욱신하게 남는 책입니다. 도야의 소원이 담긴 초록리본이 흩날리는 곳에 선 솔랑의 모습에 조그마한 위안을 가져봅니다.

 

  '이야기를 써 내려갈수록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라던 저자의 말처럼 읽는 독자도 자꾸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용기를 가지고 읽어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씁쓸함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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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에 숨은 보물 찾기 초등학생이 보는 지식정보그림책 21
박신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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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이와 함께 외출을 할 때를 떠올리게 하는 책입니다.

 

  한 걸음 떼고 한 번 주저 앉던 아이의 연한 고사리 같은 손이 가리키는 곳에는 어김없이 흙과 돌멩이와 풀과 꽃, 그리고 곤충들이 있었지요. 덩달아 쪼그려 앉아 함께 바라 본 아이의 세상엔 시끄러우리만치 생생한 생명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를 다투어 내고 있었습니다.

 

 그토록 다양한 색깔들과 모양, 생명들이 뒤섞여 있는 세계가 철 따라 모습을 바꿔가는 것을, 걸음을 멈추고 쪼그려 앉아 보지 않았더라면 발견할 수 없었겠지요.

 

  <풀밭에 숨은 보물 찾기>는 세밀화로 그려진 자연을 배경으로 한 숨은그림찾기 책입니다. 계절의 변화에 맞춰 피고 지는 식물들과 나타나고 사라지는 곤충과 동물들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세밀하게 그려진 자연의 생태는 색깔리 넘쳐납니다. 바스락 거리는 풀 소리와 찰랑이는 물의 질감이 느껴질만큼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숨겨진 그림만 찾으면 후루룩 넘겨 버리게 되는 숨은그림책과는 결이 다른 책입니다.

 

  활짝 핀 장미 내음을 떠올리게 하고, 나뭇잎을 헤치고 도토리를 줍고 싶어지는, 찬찬히 그림 속 자연을 들여다 보게 되는 책입니다. 아이와 함께 한참을 앉아서 바라보던 왁자하던 그 세계를 다시 마주하는 기분이 들게 하는 책입니다.

 

  동시에 자연물의 이름을 넌지시 일러주는 다정한 책이기도 합니다. 고운 글밥이 그림과 조화롭게 어울려  소리 내어 읽어 주기 좋은 예쁜 그림책이네요.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책을 찾으신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글을 모르는 아이에게 눈으로 보여주기에도, 입말로 소리내어 읽어 주기에도 더없이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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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경이 2020-07-26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신영입니다 소중한 후기 감사합니다
자연은 영원한 인간의 휴식터이자 놀이터이고 영혼이 찾을 모든 것이죠
그 끊어진 길을 이어보고자 정성을 들여 작업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비비안 2020-07-26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들과 열심히 들여다보며 재미있게 읽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