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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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고 싶다'는 말의 처연함은 무심히 덧붙인 '농담'이라는 말로도 희석되지 못하고 기어이 사람 마음을 무너지게 만든다.

 

 

「 사람들은 아프기 전과 후의 내가 다르다고 말한다.

나는 뭐가 달라졌다는 것인지 조금도 모르겠다.

하지만 글로 써서 말하고 싶은 주제가 달라진 것만큼은 사실이다. -p217 」

 

 

  이 책은 혼자 힘으로 고아처럼 살아 남아 버텼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왔다면서도 동시에 도와달라는 말을 할 수 없는 멍청이가 되어버렸다는 허지웅의 고백으로 시작되는 에세이다.

 

  툭 던져 놓은 제목으로 한참을 먹먹하게 만들어 놓고서 정작 본인은 무덤덤한 게 얄미우면서도 그답다 싶어 참 반가운 책이기도 하다.

 

  섣부른 단정도 응원도 없는 폭력없는 글 속 보통 사람 허지웅의 이야기는 여러번 읽어도 질리지 않는 힘이 있다.

 

  알지 못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고, 지나간 일들에 대한 아쉬움이 있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당연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있다.

 

  지금도 잔뜩 날이 선 모습으로만 떠올려지는 세상만사 투덜이는, 여전히 솔직하고 그래서 밉지 않다.

 

  닳아버린 책 모퉁이를 볼 때마다, 기억하지 못하는 오래된 선행들 때문에 구원받을 것이라 믿는 그와 보통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들의 건강을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서 만약에, 라는 말은 슬프다. 이루어질 리 없고 되풀이 될 리 없으며 되돌린다고 해서 잘될 리 없는 것을 모두가 대책 없이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어서 만약에, 는 슬픈 것이다. - P54

하지만 지금은 버틴다는 것이 혼자서 영영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안다. 당신 옆에 있는 그 사람은 조금도 당연하지 않다. 우리는 모두 동지가 필요하다. - P108

결국 우리는 우리가 가진 가장 멋지고 빼어난 것들 덕분이 아니라 언제 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오래된 선행들 때문에 구원받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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