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린 어디로 가나요? - 2025 볼로냐 라가치상 어메이징 북쉘프 선정 ㅣ 바닐라 그림책 2
카테리나 보로니나 지음, 박정연 옮김 / 바닐라동물원 / 2025년 11월
평점 :
¹ 파란 화면 속으로 사라진 아이의 마음
친구 안나가 털어놓고 싶다던 비밀, 그게 뭘까요? 주인공은 그 말 한마디에 사로잡혀서 엄마 손에 이끌려 기차에 올라요. 그런데 신기한 건 버스에 타는 순간부터 화면이 온통 파란색으로 전환됩니다. 마치 주인공의 머릿속이 '안나의 비밀'이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서 다른 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요. 우리 아이들이 한 가지에 꽂히면 눈앞의 다른 것들은 잘 안 보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겠죠? 엄마가 아무리 소리쳐도 들리지 않고 ㅎㅎ 그런데 작가는 파란 화면 곳곳에 핑크색 장치를 숨겨놨어요. 안나의 코끼리 인형, 아저씨의 안경, 시계탑... 아이와 이 암호 같은 그림을 하나씩 찾아내는 재미, 그 속에 어떤 의도가 숨겨진 것일지 파악하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구요. 2~30분을 탐정 놀이 하듯이 봤을 정도
² 현실과 환상이 만나는 순간
여행이 계속되면서 주인공의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해요.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가 부드러운 고양이 등처럼 굴곡지고, 고요한 바다는 하늘을 그대로 담아낸 거울처럼 반짝이고, 평범한 들판 위로 거인의 형상이 어렴풋이 떠오르면서 평범했던 풍경이 환상의 세계로 바뀌어가거든요. 작가 카테리나 보로니나가 어린 시절 차창 밖을 보며 느꼈던 그 경험을 그대로 담아낸 거래요. 산과 들이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느껴졌던 순간이요. 특히 이 장면은 강렬한 색채와 독특한 형태로 표현되어 있어서 아이와 정답이 없는 그림에 대해 각자 다른 해석을 나누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³ 결국 우리가 봐야 할 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앞표지와 뒷표지를 살펴봤어요. 다른 부분은 똑같은데, 단 한 곳만 다르더라구요. 문어 앞에 있던 주인공의 인형이 안나의 핑크 인형으로 바뀐 부분! 아이랑 이거 가지고 한참 토론했어요. "이게 무슨 뜻일까?" "안나도 똑같은 여행 했을까?" "아니면 주인공이 안나한테 이 얘기 들려준 걸까?" 솔직히 답은 모르겠어요. 근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더라고요. 이 책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일상 속에 얼마나 놀라운 게 많은데 그걸 간과하고 산다는 거잖아요. 친구 비밀도 궁금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이 하늘, 이 바람, 이 순간이 더 소중하다는 거예요
☺︎ັ#그림책추천
그림 한 장 한 장을 아이와 해석하며 대화 나누고 싶은 부모
예술적 완성도 높은 그림책을 찾는 독자
일상에서 새로운 시선을 발견하고 싶은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