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아이 로빈의 그림책장
안드레스 칼라우스키 지음, 무리엘 미란다.후고 코바루비아스 연출, 주하선 옮김 / 안녕로빈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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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극작가 안드레스 칼라우스키의 희곡을 원작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의 침묵을 그려낸 ’보이지 않는 아이’
무섭고 슬픈 일을 겪은 형제, 특히 형 펠리페가 말할 수 없는 비밀 속에서 점점 투명해져갑니다. 아이는 “해리포터 투명 망토야?“ 라고 신기해했지만 제가 느낀 깊이는 전혀 달랐어요.

점점 투명해지는 펠리페는 우리 주변에도 서서히 존재감을 잃어가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돌아보게 하더라구요. 말하지 못하는 비밀, 어른들이 만든 침묵의 무게 속에서 자신을 지우는 방법을 먼저 배우는 모습에 울컥.. 텔레비전을 ‘신탁 상자’라 부르며 답을 구하는 모습도 마음 아팠어요. 어른은 없고 정답도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끼리 해결책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는 모습.. 우리는 얼마나 자주, 아이들을 이렇게 홀로 두고 있을까요?

특히 ”보이지 않는 것도 나름 괜찮을 수 있어” 체념하는 듯한 대사가 가슴을 쳤습니다. 상처받은 아이들이 택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 ‘투명인간’이 되는 것이라니! 존재를 드러내기보다 사라지는 게 더 편하다고 느끼는 그 심리에 숙연해지더라구요.

“우리는 정말 아이들을 ‘보고’ 있을까?” 원작자의 말처럼 “어린 시절은 이상적인 낙원이 아닌 복잡한 문제로 가득한 성장의 과정”입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아이들의 회복력을 믿고, 금방 잊을 거라 착각하며, 어른의 언어로만 위로하려 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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