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력과 감수성 - 발췌 지만지 고전선집 390
제인 오스틴 지음, 이미애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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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읽는 건 두번째다. <오만과 편견>도 그랬지만 <분별력과 감수성(이성과 감성)>이라는 책 제목만 본다면 철학서나 심리학 관력 서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제목의 무게로만 따지자면 어디 내놔도 무게감이 팍팍 느껴진다. 그렇지만 책의 내용은 그렇지 않다.(물론 이렇게 느낀 것은 전적으로 제목에 대한 개인적 선입견 때문이다.) 이 두 책의 제목은 남녀들의 사랑에 접근하는 방식과 성격에서 따온 제목일 뿐이고, 내용 전반은 남녀의 로맨스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사랑 얘기를 감질나게 풀어내고 있다.

 

<분별력과 감수성>은 성격이 다른 두 자매를 통해 사랑을 어떻게 이루어가는가를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강한 분별력과 냉정한 판단력을 갖고 있으면서 애정이 깊고 감정을 억제하는 법을 아는 맏언니 엘리너와 관대하고 다정하며 열정적이지만 신중하지 못하고 슬픔이나 기쁨에 절제가 없는 동생 마리앤을 통해 감성이나 이성이 사랑과 어떻게 접목하는가를 보여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얻기 위해서는 분별력도 필요하고 감수성도 필요하지만 그런 두 가지 감정을 조화롭게 가지는 게 결코 쉽지 않음을 엘리너와 마리앤을 통해 알 수 있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 '고전(?)'의 반열에 오른 건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이틴 소설처럼 느껴지는 가벼움에 대한 반감도 그 이유가 될 것이다. 숱하게 다루어져 왔던 남녀의 사랑 이야기라는 게 그렇고 그런 게 아니냐는 식이다. <분별력과 감수성>도 시종일관 남녀의 관계맺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렇더라도 <오만과 편견>과 마찬가지로 책을 읽는 순간 재미와 함께 몰입하게 한다. 그때 당시의 사회상이나 가치관 이런 것을 알지 못하더라도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게 독자들에게 공명을 준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고전이 될 수 있음을 알게 해 주는 책이다.  

 

이 책에 아쉬운 점도 있다. 출판사의 기획의도야 있겠지만 원문 내용을 많이 삭제하고 스토리 위주로 재구성했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이야기의 전개는 따라가겠는데 감정이입이 쉽지 않다. 어딘지 모르게 읽기가 투박하다. 같은 이야기인데도 시간에 쫒겨 대충 끝내버리는 이야기꾼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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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 악남 이야기
이경윤.정승원 지음 / 삼양미디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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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악녀'에 대한 기록은 많이 접할 수 있지만 '악남'에 대한 기록은 거의 보지 못했다. 악녀가 존재하듯 악남이 존재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말이다. 또한 우리들 기억 속에는 악녀가 저지른 악행이 악남이 저지른 악행보다 더 악랄하고 잔인하게 각인되어 있다. 따지고 보면, 권력에 기생하여 오로지 자기 보존을 위해 저지른 악녀의 악행이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탐욕스럽게 획득하기 위한 악남의 악행보다는 덜 잔인할 것인데도 말이다.

 

<세계 악남이야기>는 악남들을 시대별로 구분하여 그들이 저지른 악행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보여준다. 알렉산더, 칭기즈칸, 나폴레옹, 히틀러 등 우리가 평소 위대한 정복자로 알고 있었지만 정복지에서는 무자비한 학살자로 돌변하는 인물과 칼리굴라, 질 드 레, 블라드 3세, 헨리 8세, 라스푸틴 등 정신적 이상 때문에 잔인한 살인마가 되는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어릴 적 위인전을 읽으면서 그 위인의 삶을 닮으려고 했던 적이 있다. '위인전'에는 영웅들의 용맹심과 지혜 그리고 자비심이 미사어구로 잘 다듬어져 있어 추악함이나 잔인함은 볼 수 없었다. 오디푸스 컴플렉스를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전쟁을 해야만 했던 알코올 중독자 알렉산더도 없었고, 700만 명에 달하는 정복지 사람을 죽임으로써 딸의 분노를 대신 표출하는 칭기즈칸도 없었다. 그렇지만 <세계 악남이야기>에는 위대한 정복자일지는 몰라도 인간적으로는 악남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이 저지른 악행을 보며 한편으로는 분노도 하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움도 금할 수 없다. 

 

이 책에서 나오는 악남은 모두 권력을 가진 인물이다. 더 나은 세상을 나아갈 수 있는 재능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자신의 야욕과 정신적 컴플렉스 때문에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악행을 저지른다. 끊임없는 암살 위협과 정신 분열 등으로 종래에는 더욱 악랄하게 되어 자기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악남'이 되고만다. 그런 인물들에 대해 역사는 그들의 치적을 드러내며 관대한 면도 있었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그들의 비정상적인 부분도 여과없이 보여준다.

 

어쩌면 '악남'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내면의 귀 기울지 못한 면도 있지만 권력이나 탐욕을 위해 저지른 악행이 결국은 자신을 파멸로 이끈다는 걸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악남'들이 저지른 악행을 알고나서는 그들의 업적이 결코 위대해 보이지 않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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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드라마 한 장으로 보는 지식 계보도 1
최복현 지음 / 풀로엮은집(숨비소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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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는 우리에게 친숙하다. 만화나 영화 그리고 책으로도 수없이 반복 재생되고 있어 누구나 한두 번쯤 접했을 법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리스 신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신화를 읽고 있는 동안 타르타로스처럼 깊은 상상력과 수많은 신과 인간들의 등장의 복잡성은 그리스 신화를 언제나 연결되어 기억하기 보다는 단편적이고 소극적으로 기억하게 한다. 

 

그리스 신화를 읽으면서 제일 의아했던 부분은, 인간의 죄를 통제하고 세상을 구원하려는 하나님과는 달리 그리스 신들은 인간들처럼 사랑하고 질투하고 심지어 인간을 자기 편갈이까지 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인간과는 달리 불사의 존재이면서도 엄청난 재능까지 부여받은 신들이 인간처럼 약점도 있으며 고통을 느낀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본질적으로 신은 인간이 필요하다는 사실과 함께 신화는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의 산물이기 때문에 신들의 그런 행동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탓에 인간다운 면모를 많이 다루고 있는 신화이기에 그리스 신화가 우리들에게 끊임 없이 사랑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스 신화를 읽다보면 많은 신들의 출현에 곤혹스럽기 일쑤다. 제우스나 헤라, 포세이돈, 아프로디테 등 신화를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신들의 이름은 알고 있지만 신화의 곁가지에 나오는 개별 신들의 이름을 알기란 쉽지 않다. 최복현의 <신화 드라마>는 '한 장으로 보는 그리스 신화 계보도'라는 부제처럼 신들의 계보도를 통해 신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져 있다. 예를 들어 헤라클레스에게 죽은 히드라는 '포르키스'와 '케토'사이에서 태어난 '에키드나'가 '티폰'과 결합하여 '히드라'를 낳았다는 걸 도표로 표시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게 만든다. 신들 사이의 계보와 연관성을 통해서 쉽고도 깊이 있는 그리스 신화 알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를 읽는 장점 가운데 하나는 그리스 신화의 신들은 아직도 죽지 않고 현실 속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나, 미로처럼 얽힌 혼란스럽고 복잡한 일을 풀 수 있는 해결의 실마리를 뜻하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나, 인간을 만들어낸 프로메테우스에서 "프롤로그"가 나왔고, 판도라를 사랑함으로써 인간에게 복잡함과 분쟁을 불러온 에피메테우스에서 "에필로그"가 나왔다는 등등 그리스 신화는 지식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개별 이야기들을 신과 인간들의 계보도를 통해 흥미 있게 정리하고 있다. 

 

사실 그리스 신화를 완독했다고 장담하지 못하겠다. 그리스 신화 관련 많은 책들을 읽었지만 대부분 곁가지들이었다. <오딧세이>, <일리아드>를 읽을 때 역시 신들이 왜 인간들의 전쟁에 관혀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신화의 드라마>를 통해 그리스 신화의 흐름과 맥을 집게 한다. 신들의 가계도를 통해 신화의 흐름을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분명 그리스 신화를 이해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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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미치다 - 현대한국의 주거사회학
전상인 지음 / 이숲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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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기의 침체가 심상찮다. 금융시장의 불안과 자동차 산업의 부진 등은 지속적으로 호황을 누려오고 있던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 여파로 끝없이 오를 것 같았던 국제 유가와 주식은 연일 아래로 곤두박칠 치고 있다. 수출만이 유일한 돈벌이 수단인 우리나라 역시 그런 국제적 영향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달러화 강세와 지나친 소비심리 위축은 우리 경제에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암담한 현실을 낳고 있다. 

 

한국에서 땅은 절대 배신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근자에는 강남불패라는 말까지 나왔다. 서울 강남에 땅이나 아파트를 사두면 그 어떤 재테크보다 확실하게 수익을 가져다 줬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강남에 땅이나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2008년 4월 현재 서울 강남 지역 상위 아파트의 경우 평당 5,6천만원 가량 한다고 한다. 강남 지역에 있는 40평대 이상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우리나라의 부자군에 속한다고 분류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런 만큼 가히 아파트가 부의 상징이 된 셈이다. 서양에서는 교외의 단독주택 중심으로 상류계급 주거문화가 정착되는 것에 비하여 확연하게 대조되는 면이다. 

 

<아파트에 미치다>는 단순하게 쓰여진 부동산 관련 서적이 아니다. '현대한국의 주거사회학'이라는 부제가 있지만 전혀 딱딱하지 않다. 주거문화에 대한 지식이 별반 없어도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졌다. 아파트에 대한 정의로부터 시작하여 아파트가 한국에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아파트와 인간관계, 사회관계, 더 나아가 이데올로기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를 파헤친다. 결론에서는 아파트의 토착화 및 한국사회에서 아파트의 변화과정까지 예견하고 있다. 우리에게 친숙하고 밀접한 아파트에 대하여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접근이 돋보이는 책이다.     

 

이제 아파트는 도시의 상징이 아니다. 시골에서도 쉽게 아파트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전통 한옥에서 아파트로 주거형태가 온전히 바뀐 셈이다. 우리들의 삶에 있어 아파트를 떠난 삶이란 상상할 수 없게 됐다. 삶의 기반이며 더 나아가 부의 원천이자 차별의 상징이 돼 버린 아파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하겠다. 이 책은 한국인의 50%이상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단순한 주거시설이나 공간의 의미를 넘어서 한국사회의 특성과 추이를 분석하여 한국사회의 총체적이고 구조적인 측면을 심도 있게 바라보고 있다. '아파트에 미치다'라는 부정적인 인상이 짙은 제목과는 달리 내용은 아파트에 대해 차분하고 친근한 정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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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작 영화 50
노비친 지음, 박시진 옮김 / 삼양미디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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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학창시절 마음놓고 영화 한 편 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항상 허기졌던 탓에 먹고 싶은 게 많았던 그 시절 영화를 본다는 건 아주 특별한 일이었다. 개봉관 영화는 정말 맘먹지 않으면 볼 수 없었지만 '토요명화'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어 고전 영화는 그나마 접할 수 있었다. 텔레비전 속이지만 '황야의 결투'나 '벤허'는 깊은 밤 나를 잠 못들게 했다. 

 

<세계의 명작영화 50>은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관객들에게 뭔가를 반드시 던져줬던 "불후의 명작"들만을 소개하고 있다. 영화가 제작된 시기가 물경 7,80년 전이니 현 시점에서 본다면 다소 조잡하고 촌스러운 부분도 있을 수 있다. 그건 단지 기술적인 문제에 국한될 뿐이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영화팬이라면 꼭 보아야 할 영화들로 엄선하고 있다. 

 

엄선된 50편 영화들의 큰 특징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모든 영화들의 시원과 원형이 되는 작품들이라는 것이다. '전함 포템킨'은 여러 공간을 동시에 잇는 획기적인 몽타주 기법을 도입하였고 '명탐정 필립'은 모든 하드보일드 영화의 출발점이 된다. '와일드 번치'는 폭력 영상의 교과서이며, 로맨스 영화의 영원한 고전은 '어느 날 밤에 생긴 일'이다. 빙의 영화의 시조는 '엑소시스트'라 할 수 있고, 버스터 키튼 감독의 '장군'은 슬랩스틱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은 명작영화 50편을 "두말할 것도 없이 즐거운 포복절도의 명작영화"나 "긴장과 전율이 엄습하는 스릴 만점의 명작영화" 등 7개 영역으로 분류하여 독자라면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다.  

 

<세계의 명작영화 50>은 영화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방법이 획일적이지 않다. 영화에 대한 기초지식과 줄거리를 기본으로 하지만, 그 접근 방법에 있어서는 때로는 리포트를 쓰듯이, 때로는 퀴즈를 풀듯이, 어떤 곳에서는 탐정이 사건을 추리하듯이 한다. 그리고 영화 상영 당시의 포스터와 함께 영화 속 스틸사진도 수록하여 읽는 독자로 하여금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영화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고전영화를 보지 않은 요즘 세대들이 읽더라도 전혀 낯설지 않게 하는 배려가 담겨 있다.   

 

대학이나 단체들이 추천하는 "문학 100선"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 작품들은 읽기가 쉽지 않은 반면 읽고나면 지식과 지헤와 감동을 준다. 그것만 읽어둬도 책에 대해서는 웬만한 건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여기에서 소개하는 영화들도 그렇다. 실제 필름으로 보면 좋겠지만 책으로 읽어도 결코 손해 보지 않을 것이다.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결코 실없는 소리가 아님을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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