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 악남 이야기
이경윤.정승원 지음 / 삼양미디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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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악녀'에 대한 기록은 많이 접할 수 있지만 '악남'에 대한 기록은 거의 보지 못했다. 악녀가 존재하듯 악남이 존재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말이다. 또한 우리들 기억 속에는 악녀가 저지른 악행이 악남이 저지른 악행보다 더 악랄하고 잔인하게 각인되어 있다. 따지고 보면, 권력에 기생하여 오로지 자기 보존을 위해 저지른 악녀의 악행이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탐욕스럽게 획득하기 위한 악남의 악행보다는 덜 잔인할 것인데도 말이다.

 

<세계 악남이야기>는 악남들을 시대별로 구분하여 그들이 저지른 악행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보여준다. 알렉산더, 칭기즈칸, 나폴레옹, 히틀러 등 우리가 평소 위대한 정복자로 알고 있었지만 정복지에서는 무자비한 학살자로 돌변하는 인물과 칼리굴라, 질 드 레, 블라드 3세, 헨리 8세, 라스푸틴 등 정신적 이상 때문에 잔인한 살인마가 되는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어릴 적 위인전을 읽으면서 그 위인의 삶을 닮으려고 했던 적이 있다. '위인전'에는 영웅들의 용맹심과 지혜 그리고 자비심이 미사어구로 잘 다듬어져 있어 추악함이나 잔인함은 볼 수 없었다. 오디푸스 컴플렉스를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전쟁을 해야만 했던 알코올 중독자 알렉산더도 없었고, 700만 명에 달하는 정복지 사람을 죽임으로써 딸의 분노를 대신 표출하는 칭기즈칸도 없었다. 그렇지만 <세계 악남이야기>에는 위대한 정복자일지는 몰라도 인간적으로는 악남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이 저지른 악행을 보며 한편으로는 분노도 하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움도 금할 수 없다. 

 

이 책에서 나오는 악남은 모두 권력을 가진 인물이다. 더 나은 세상을 나아갈 수 있는 재능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자신의 야욕과 정신적 컴플렉스 때문에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악행을 저지른다. 끊임없는 암살 위협과 정신 분열 등으로 종래에는 더욱 악랄하게 되어 자기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악남'이 되고만다. 그런 인물들에 대해 역사는 그들의 치적을 드러내며 관대한 면도 있었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그들의 비정상적인 부분도 여과없이 보여준다.

 

어쩌면 '악남'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내면의 귀 기울지 못한 면도 있지만 권력이나 탐욕을 위해 저지른 악행이 결국은 자신을 파멸로 이끈다는 걸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악남'들이 저지른 악행을 알고나서는 그들의 업적이 결코 위대해 보이지 않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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