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미치다 - 현대한국의 주거사회학
전상인 지음 / 이숲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세계 경기의 침체가 심상찮다. 금융시장의 불안과 자동차 산업의 부진 등은 지속적으로 호황을 누려오고 있던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 여파로 끝없이 오를 것 같았던 국제 유가와 주식은 연일 아래로 곤두박칠 치고 있다. 수출만이 유일한 돈벌이 수단인 우리나라 역시 그런 국제적 영향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달러화 강세와 지나친 소비심리 위축은 우리 경제에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암담한 현실을 낳고 있다. 

 

한국에서 땅은 절대 배신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근자에는 강남불패라는 말까지 나왔다. 서울 강남에 땅이나 아파트를 사두면 그 어떤 재테크보다 확실하게 수익을 가져다 줬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강남에 땅이나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2008년 4월 현재 서울 강남 지역 상위 아파트의 경우 평당 5,6천만원 가량 한다고 한다. 강남 지역에 있는 40평대 이상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우리나라의 부자군에 속한다고 분류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런 만큼 가히 아파트가 부의 상징이 된 셈이다. 서양에서는 교외의 단독주택 중심으로 상류계급 주거문화가 정착되는 것에 비하여 확연하게 대조되는 면이다. 

 

<아파트에 미치다>는 단순하게 쓰여진 부동산 관련 서적이 아니다. '현대한국의 주거사회학'이라는 부제가 있지만 전혀 딱딱하지 않다. 주거문화에 대한 지식이 별반 없어도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졌다. 아파트에 대한 정의로부터 시작하여 아파트가 한국에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아파트와 인간관계, 사회관계, 더 나아가 이데올로기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를 파헤친다. 결론에서는 아파트의 토착화 및 한국사회에서 아파트의 변화과정까지 예견하고 있다. 우리에게 친숙하고 밀접한 아파트에 대하여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접근이 돋보이는 책이다.     

 

이제 아파트는 도시의 상징이 아니다. 시골에서도 쉽게 아파트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전통 한옥에서 아파트로 주거형태가 온전히 바뀐 셈이다. 우리들의 삶에 있어 아파트를 떠난 삶이란 상상할 수 없게 됐다. 삶의 기반이며 더 나아가 부의 원천이자 차별의 상징이 돼 버린 아파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하겠다. 이 책은 한국인의 50%이상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단순한 주거시설이나 공간의 의미를 넘어서 한국사회의 특성과 추이를 분석하여 한국사회의 총체적이고 구조적인 측면을 심도 있게 바라보고 있다. '아파트에 미치다'라는 부정적인 인상이 짙은 제목과는 달리 내용은 아파트에 대해 차분하고 친근한 정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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