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멸감 - 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
김찬호 지음, 유주환 작곡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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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감은 수치심이라는 기본 감정에서 파생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모욕감과 수치심은 구별되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심리학자 브레네 브라운은 그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모욕감humiliatiom도 자주 수치심과 혼동하는 단어이다. 도널드 클레인은 수치심과 모욕감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구분했다. "보통 수치심은 ‘느껴도 싸다‘고도 말하지만, 모욕감을 느껴도 싸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존이라는 사람이 상사 및 동료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상사가 존의 성과가 엉망이라며 ‘못난 인간‘이라고 핀잔을 주면 존은 수치심 또는 모욕감을 느낄 수 있다. 존이 ‘아이쿠, 난 못난 놈이야. 실패작이야"라는 혼잣말을 하면 수치심을 느낀 것이다. "나 원, 상사가 막 나가네. 말도 안 되잖아. 내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해?"라고 혼잣말을 하면 모욕감을 느낀 것이다. 모욕감은 끔찍한 느낌이며 그 느낌을 받는 것은 자기가 속한 집단을 원망하도록 만든다.">
여기에서 수치심은 본인의 잘못이나 결함에 대한 타인의 지적을 받아들이면서 느끼는 부끄러운 감정이고, 모욕감은 상대방이 나를 대하는 방식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 화가 나는 감정으로 대비되고 있다. 즉, 수치심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친 자기의 모습에서 유발되는 감정이라면, 모욕감은 다른 사람이 자기를 대하는 태도나 방식에서 느껴지는 감정이다. 따라서 수치심에는 죄책감이나 미안 함이 섞일 수도 있지만, 모욕감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모욕감을 유발한 사람이나 집단에 대해서 분노나 원한 같은 감정을 갖게 된다.
하지만 대개는 수치심과 모욕감을 엄밀하게 구분하기보다는 전자 안에 후자를 포함시킨다. 앞 장에서 인용한 대니얼 골면의 <EQ 감성지능>에서도 모욕감(한국어 번역본에서는 ‘굴욕’이라는 단어로 옮겨놓았는데, 원어는 humiliation이다)을 수치심의 일부로 분류하고 있다. 더구나 수치심을 유발하기 위해서 일부러 모욕을 주는 경우, 두 감정 사이의 결계를 긋기가 매우 어렵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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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멸감 - 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
김찬호 지음, 유주환 작곡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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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감은 수치심과 마찬가지로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의 본질을 암실한다. 가령 개에게 먹이를 줄 때 휙 던져서 주든, 그릇에 잘 담아서 얌전하게 놓아주든 개는 개의치 않는다. 개는 음식 그 자체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에 비해 사람의 경우는 어떤가.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옛다, 먹어라”하면서 땅바닥에 던져준다면, 심한 모멸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 감정 없이 주는 대로 받아먹는다면, 제정신이 아니거나 극도의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이리라.
인간은 목숨을 부지하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을 원하는데, 바로 존재감이다.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인식하고 타인을 통해 확인하면서 살아 있음을 느낀다. 존재 가치를 누리는 길은 여러 갈래로 뻗어있다. 고결한 정신세계의 구현, 사회적 헌신, 일에서의 성취, 인간관계의 구축, 파워게임과 지배력의 확대, 재력의 획득과 속물적인 과시 등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그 모든 것의 바탕에는 자존감에 대한 추구가 깔려 있다. 경우에 따라서 그것은 생명보다 더 귀하게 여겨진다. 모욕은 바로 그 자존감을 손상시키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여씨춘추』에서는 그 본질을 다음과 같이 설파하고 있다. 생명을 보전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요. 생명을 훼손하는 것이 그다음이요. 죽음이 그다음이요. 생명이 억눌리는 것이 가장 낮은 것이다. (・・・・・・) 이른바 생명이 억눌리는 것이란, 여섯 가지 욕망이 모두 적절한 상태를 얻지 못한 것을 말하니, 그것들이 모두 아주 혐오하는 상태에 이른 것이다. 굴복이 그것이고, 치욕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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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멸감 - 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
김찬호 지음, 유주환 작곡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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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우리 조상들이 오줌싸개 아이에게 키를 뒤집어쓰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소금을 받아오도록 했듯이, 여러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어 수치심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잘못을 깨닫게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경험은 훗날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지만,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그것을 좌우하는 변수는 여러 가지다. 본인의 타고난 성격이나 기질, 부모로부터 받은 애정의 정도, 또래 집단과의 관계, 사회문화적 요인, 사람들의 반응 등이 그것이다. 개인과 사회의 건강함이 수치심의 질감을 좌우한다. 어른의 세계에서 경험되는 수치심도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뉘앙스로 체감될 수 있다. 잠깐 겸연쩍은 심정으로 자신의 태도나 행위에 대해 반성하도록 이끄는 순기능적이고 건설적인 수치심이 있는가 하면, 체면을 완전히 구기고 존재를 송두리째 부정하면서 자존감을 뭉개버리는 역기능적이고 파괴적인 수치심도 있다. 후자의 수치심이 자주 경험될수록 비인간화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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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호 지음, 유주환 작곡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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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사회적인 지평에서 분석하고 역사적인 차원에서 이해해야 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마음의 습관들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을 지배하는 감정의 덩어리들을 폭넓은 시선으로 조망하면서 상대화하기 위해서다. 그것은 여러 사회의 습속이나 관행을 입체적으로 대조하는 문화인류학적인 렌즈와도 일맥상통한다. 당연시되는 감정이 일정한 사회문화적 조건 속에서 형성된 마음의 습관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정서의 얼개를 비판적인 눈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작업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행복을 도모하는 문화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감정의 차원에서 새롭게 구상할 수 있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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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호 지음, 유주환 작곡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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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 변호사의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이라는 책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도와준 재판"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사례다. 저자가 보기에 두 사장 사이의 갈등은 금전적인 이해관계의 대립만이 아니라 자존심 싸움이기도 했다. 상대방을 제압함으로써 업계에서 자기 회사의 위상을 높이려 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기가 어렵다. 결국 이 사건도 법정에서가 아니라 당사자들의 마음이 열리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감정은 사람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다. 감정은 생각과 행동을 좌우한다.

사적인 관계에서 공적인 조직 경영에 이르기까지 공감 능력은 행복과 성공의 열쇠가 된다. ‘정서 지능’이라는 개념도 널리 쓰인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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