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어느 강연에서 다음과 같은 사례를 통해 고문의 비인간성을 증언하고 있다.
<고문이나 체벌은 ‘굴종과 복종’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똑같은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체벌은 ‘잘못했습니다.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란 말이 나오게 만드는 걸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이런 굴종과 복종은 사람에게 요구해선 안 되는 것이다. 사람의 정신을 파괴하는 것은 자신이 맞는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자유의지에 반해 굴복한다는 느낌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고문 피해자 분이 끝까지 털어놓는 것을 망설였던 기억이 뭔지 아느냐. 고문자들이 그 분을 실컷 때린 후에 "나 담배 피우면서 쉬는 동안 노래나 불러봐라"고 했단다. 그분은 그때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노래했는가를 털어놓으면서 괴로워했다. 그분에게 가장 큰 고통은 심한 구타가 아니라 굴종할 수밖에 없었던 자기 자신이었다. - P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