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혁신학교를 두 번째 교단이라 부른다. 학교의 역할과 수업의 본지르 동료성에 기반한 집단 지성, 삶에 밀착된 융통성 있는 교육과정은 내가 꼽는 혁신학교의 특징들이다. - P36
동장 건너 해먹은 누워서 ‘하늘멍’할 때도 좋ㄹ지만 이렇게 둘이 앉아 도란도란하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 마스크에 가면까지 썼지만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껌딱지 같은 두 녀석이다. 슬쩍 다가갔더니 신발, 옷 이야기가 한창이다. 나를 온전히 받아 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어디든 살 만하다. 그림자를 추월하려는 가망 없는 질수의 시대에 자기만의 속도로 느긋하게 나아가는 녀석들. 어른들의 걱정은 크겠지만 단짝은 선하고 희망차다. - P66
우리는 우유갑을 버리지 않고 재생 화장지와 바꿔 오는 교육 활동을 8년 이상 지속하고 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변함없이 실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자들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한두 명의 실천이 아니라 대다수가 여러 해 동안 지속하기 위해서는 해마다 반복적으로 의미를 짚고, 평가하고, 시기별로 점검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우리 생태교육 해 봤는데 식의 소위 ‘알리바이’ 교육이나 우리도 그거 있어 하는 ‘백화점식’ 교육과정은 지속적인 실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 P69
"내가 사는 공간을 내 힘으로 바꾼다." 건축 수업은 미래 교육에서 추구하는 주도성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수업이다. 함께 생활하는 곳을 자세히 살펴보고 불편한 곳을 고쳐 더 나은 공간으로 바꿔 보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또 소중한 것을 배웠다. 이것이 우리가 열어 가는 미래 교육이다. - P77
"내가 사는 공간을 내 힘으로 바꾼다." 건축 수업은 미래 교육에서 추구하는 주도성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수업이다. 함께 생활하는 곳을 자세히 살펴보고 불편한 곳을 고쳐 더 나은 공간으로 바꿔 보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또 소중한 것을 배웠다. 이것이 우리가 열어 가는 미래 교육이다. - P90
초등 보통교육을 받은 아이가 스스로 자기 실내화를 빨지 못한다?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단군 이래 가장 똑똑한 세대라고 불리는 요즘 아이들이지만, 스스로 뭔가 해내는 힘이 지금만큼 약한 시대는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 서른 넘어서도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는 캥거루족이 갈수록 늘어난다. 적어도 학교교육에서 그런 기회를 자주 주는 것이 교육과정의 본령이었으면 좋겠다. 역량을 키울 기회 말이다.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삶의 힘을 기르는 것이라 이해했다. 생활과 동떨어지지 않은, 문제를 직시하고 그것을 해결해 내는 힘을 기르는 교육, 실내화를 빠는 일이 그러기를 바란다. - P99
입을 모아 합의하지는 않았지만, 우리에게 미래는 적어도 AI나 챗봇 같은 기능적인 부분으로 한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뜬구름 잡는 담론, 가령 4차 혁명 같이 잘 알지 못하는 것에 기대고 싶지도 않았으니, 우리 방식으로 해석하고 돌파하는 수밖에 없었다.
"앉아서 미래를 기다리지 않고, 우리가 가장 잘 아는 것으로 미래를 열자!" 우리는 꾸준하게 ‘지역과 생태’라는 키워드를 붙잡고 혁신학교를 운영하였으니 미래에도 이 학교와 지역이 존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구례의 여러 개인과 교육과정이 학교 울타리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으니, 이 학교와 지역에서 우리 아이들이 ‘구례를 사랑하고, 구례에서 오래 살아갈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는 ‘공간’이다. 내가 살아갈 속을 바꾸어 보는 적극적인 교육행위, 불편한 것을 고쳐 보고, 새로운 곳을 창출해 내는 공간혁신을 통해 미래를 펼쳐 보이고 싶었다.
지역, 생태, 공간, 이것이 우리의 미래이다. - P103
입학해서 잘할 수 있게 된 것은
아이들의 답변은 구체적이다. "그네타기, 인사하기, 정리, 뛰기, 줄넘기, 훌라후프, 그리기, 나무 타기, 잘 들어 주기, 친하게 지내기, 만들기, 잘 놀기…."
학부모들의 답변에서는 자녀의 성장이 대견한 마음이 잘 느껴진다. "밥 잘 먹기, 한글 잘 읽기, 축구 골 결정력 좋아지기, 소나무 잘 타기, 자신감, 애정 표현…"
담임선생님의 관찰기록에는 애정이 가득하다. "젓가락 사용하기, 바른 자세로 앉기, 책 즐겨 읽기, 그네 혼자 타기, 자전거 보조 바퀴 떼기, 채소 먹기, 연필 바르게 잡기…" 자신의 변화를 뿌듯해하고, 친구의 성장을 칭찬하는 시간이 계속 된다. 가장 좋은 것은 사람이 자라는 것,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함께여서 좋은 것이다. 더할 나위 없다. - P129
우리가 내건 비전과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지라도, 우리는 이곳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비단 아이들만 성장시키는 곳이 아니라 함께 있는 나를 포함한 어른들도 성장시키는 곳이어야 한다. - P135
다만 경험이 부족할 뿐
"유년에 즐거운 추억이 많은 아이는 삶이 끝나는 날까지 안전할 것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가 한 말이다. 교실 활동을 넘어 실내화 빨기, 서시천 산책하기, 운동장 맨발로 걷기, 자전거 타기… 우리가 다소의 오해와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교육에 접목하는 이유이다. 다만 경험이 부족할 ㅂ분 충분히 지적인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실패한 경험까지도) 즐겁게 채워 줘야 한다. 그것은 다가올 어른의 시간을 안전하게 맞이할 에어백이 되어 줄 것이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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