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반복된다
배기성 지음 / 왕의서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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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그레이트 게임의 키워드는 오직 하나 ‘부동항’이었다. 겨울에 얼지 않아서 사시사철 무역이 활발한 항구를 얻기 위해 러시아는 영국과 거의 100년을 끌며 전쟁을 벌였다. - P186

소련은 당시 몰로토프 장관의 이름을 빌려 동구권 국가들의 경제 협력 강화 계획을 세웠다.
마샬플랜은 서유럽에 공산주의를 막는 역할만 충실하게 해냈을 뿐 혼돈을 불러일으킨 판도라 상자 그 자체였던 셈이다. - P219

‘헌법은 임시정부의 정당성과 합법성의 원천’이라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 P222

참사에 대한 국가의 조처는 그렇게 돈 문제로 프레임을 전환하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제주 4.3 사건의 총책임자는 이승만 대통령이요 지휘명령권자는 제임스 하우스만이며 사건의 성격은 공안조작사건이다.
몽양 여운형의 조선인민위원회는 1945년 8월 15일 당시 조선 한반도 내 모든 행정구역에 존재했다. 이 중, 1947년 7월 19일 여운형 암살 이후로도 남아있던 가장 강력한 세력이 제주도의 조선인민위원회였다. 그들은 이승만의 단정 수립론에 펄쩍 뛸 정도로 반대했다. - P245

다랑쉬 동굴의 학살 현장 등 중산간 지역의 제주도민들은 거의 모조리 숨졌다.
제주 4.3의 명칭을 무엇이라고 정해야 맞을까. 4.3이라고 하니 일의 출발점을 놓고 벌어진 사건으로 생각하기 쉽다. 1980년 5.18은 ‘광주민주화운동’이라고 정확하게 명칭이 있는데, 4.3은 어찌 된 영문인지 여러 부르는 말에도 아직 국가에서 명칭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이럴 때는 ‘이 사건이 무엇을 지향했는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무엇을 함께 해서 이루고자 했지만, 실패한 사건이 열쇳말이다. 제주 4.3은 허리가 뚝 잘린 분단 정부가 아닌 ‘통일 정부’ 즉, 정상적인 한반도 정부를 위한 싸움이었다. - P257

아줌마 수십 명이 배의 벽면에 올라탄 채 "깡깡깡" 배를 두드리고 있었다.
제게 뭣 하는 일인가 싶어서 보고 있는데, 할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성아야, 저 사람들이 무얼 하는 사람들로 보이느냐?" 필자는 대뜸 "무엇인지 모르지만, 할머니 여기를 어서 나가요. 쇠 두드리는 소리 때문에 귀가 먹먹하고 쇠 냄새 때문에 죽을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할머니께서는 "그래, 쇳내, 그 쇳내를 잠시만 맡고 있어라. 이 사람들이 이 냄새를 맡는 이유가 있단다. 배가 들고 나면, 반듯시 배에는 바다 조류와 따개비가 달라붙어 칠을 다시 해줘야 하는데, 그때 저렇게 망치로 때려야만 따개비나 조류가 완전히 떨어져 나가서 새롭게 칠해주는 데에도 효과가 크데." - P264

당시 경찰은 일제 말기 총독부의 가혹한 조선 수탈을 대리한 악질 친일 앞잡이로 처벌은 고사하고 대한민국 정부에 그대로 계승됐다.
해방 이후, 당시로선 급조된, ‘대한민국군’과는 당연히 사이가 좋지 못했다. 군에는 국외의 광복군, 독립군 출신들이 많아, 군경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 P271

전 국민에게 ‘빨갱이’라는 악의 집단을 하나 만들어 ‘사상 세뇌 교육’을 한다.
‘빨갱이’ 반세기가 넘도록 여전히 악명을 떨치고 있는 이 개념을 이승만은 이때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교육하며, ‘반공, 반공, 반공!’을 외치게 한다. 특히 이승만은 여순지역 빨갱이 지역이며, 이 지역이 전라도에 붙어있다는 점을 반복해서 주입해 정말 불쾌한 지역감정을 만든다. 그게 바로 ‘전라도는 빨갱이’라는 희한한 논리였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장동건의 애인 역이었던 고故 이은주가 가입만 하면, 좁쌀과 햅쌀을 한 말씩 준다는 말에 보도연맹 가입에 동의했다가 결국 총살당하는 장면에 이 비열함이 잘 표현돼 있다. - P274

6.25 전후로 미국은 빨갱이 색출에 혈안이 되어있었다. ‘소련의 첩자가 분명히 우리 내부에 있을 것’이라는 매카시즘이 전 미국을 숨 가쁘게 조여오고 있을 때, 반대쪽 소련은 우주로 나아갔다. 이 극명한 대조로 전 미국은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라는 반성의 물결이 휘몰아친다. 이것이 바로 ‘스푸트니크쇼크’다. - P316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 그것이 역사라는 틀 안에서 다듬어진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할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다시 강조한다. 역사는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반복되는 역사를 민중의 편으로 다잡기 위해 노력한다. 가끔 기득권 카르텔이 민중의 의지를 꺾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되면 또다시 깨시민의 노래를 부르며 전진한다. 이제, 깨시민의 역사를 붙잡기 위해 노력할 타이밍이다. 역사학자는 외친다. 민주주의는 어디 있느냐고? 민주주의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으로 전진한다고! - P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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