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노동시장 진입까지 너무 많은 비용이 들고, 가족 공동체가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현 구조는 빈곤을 재생산한다. 이제 우리 사회는 계층 상승의 기회가 거의 없는, 아예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걷어차버리는 구조인 셈이다.
비단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지만, OECD 국가에서는 소수 상류층에서 일어나는 일이 우리는 좀 더 넓은 계층에서 매우 보편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부모의 부와 계층이 세습되는 사회가 되면서 부모와 같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얻기 위해 오랫동안 부모에게 의지하는 현상이 일반화되었다. 부모에게 오랜 기간 의존하고 사는 성인 자녀의 삶에 대해 우리는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학을 5~6년 다니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고, 어학연수나 유학을 가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중산층 이상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대학을 진학한 후, 등록금 외에 훨씬 더 많은 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자녀를 오랫동안 지원할 수 있는 부모의 능력에 대해 뿌듯하게 여기기도 한다.
이런 구조하에서 빈곤층 청년들은 출발선부터 불평등한 구조 아래 놓인다. 빨리 졸업하고 취업을 해서 생계에 보탬이 되거나 독립을 해야 하기 때문에 취업 준비를 하며 부모에게 의지하는 생활은 꿈꾸기 어렵다.
충분한 휴식과 마땅한 임금이 보장된 좋은 일자리가 가난한 고졸 노동자 계급에게 얼마나 멀리 있는지 알 수 있다. 청년 세대의 가난은 과도기적이고 진화하는 과정에서 일순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들에게는 현재의 가난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직업훈련 지원, 주거 안정 자금, 일-학교 병행이나 일-가정 병행(결혼한 경우))제도 등이 더 절실해 보인다. 이런 제도들은 가난한 청년들에게 평생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안전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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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수당, 청년주거안정자금 또는 주택지원 등의 배경은 이런 철학적 배경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배경과 목적은 늘 가려져있고 선거용으로만 내세우다보니 포퓰리즘으로 퇴색되어 버린다. 그리고 집값 떨어진다고 우리 동네에 청년안심주택 같은 것은 짓지도 못하게 한다.
이런 제도는 비단 가난한 청년들만은 위한 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청년들이 온전하게 독립할 수 있도록 국가가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내 자식세대가 본인들 세대처럼 언전게 온전한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이런 복지제도가 탄탄해졌으면 한다. 그리고 가난한 청년들 역시 가난하기 때문에 이런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서 이런 복지를 떳떳하게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 P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