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 김소월×천경자 시그림집
김소월 지음, 천경자 그림, 정재찬 해제 / 문예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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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들이 이 책 「진달래꽃」을 통해, 엄선된 ‘김소월의 시’를 음미하며 감탄해 마지않을 것이다. ‘김소월’의 진면목을 다시금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진달래꽃」의 마력’에 이끌린 독자들에게 ‘장중한 매력’을 선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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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 김소월×천경자 시그림집
김소월 지음, 천경자 그림, 정재찬 해제 / 문예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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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문예출판사에서 출간한 「진달래꽃」이 내 눈에 띄자마자 ‘탐하게 만드는 어떤 마력’이 이 책에 있었던지, 나도 모르게 그 마력에 이끌려 이 책을 손에 쥐고 말았다.


사실 나에게는 또 다른 「진달래꽃」 시집이 있다. 도서출판 미래사의 ‘한국대표시인100인선집’에 속하는 선집 시리즈의 제 1권이다.

출판계에서 웬만한 시집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에 속하는 최승자 시인의 「이 시대의 사랑」이 1981년 초판 발행된 이후 54쇄(2022년 기준)이다. 약 41년간 54쇄. 1년에 1.3쇄쯤 찍어 낸 셈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진달래꽃」 시집(미래사)은 1996년 18쇄 발행본으로, 1991년 첫 출판된 이래 5년간 18쇄이다. 1년으로 치면 3.6쇄.

정말 잘 나간 시집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내게 김소월의 시집이 있음에도, 나는 또다시 「진달래꽃」을 탐한 것이다.


“문예출판사의 「진달래꽃」에 어떤 마력이 존재하는 것인가?”



우선 이 책은, ‘시그림집’이다.

‘시집’이 아니고 ‘시그림집’?

그렇다. 김소월 시인의 시와 천경자 화백의 그림이 콜라보를 이룬, 말 그대로 ‘시그림집’이다.

표지에 새겨진 여인의 그림은 천경자의 <꽃무리 속의 여인>이다. 책 제목이자 김소월 시인의 시 제목이기도 한 <진달래꽃>과 무척 잘 어울린다.

책 표지 뿐인가. 책 속에서도 천경자 화백의 그림 작품들이 김소월 시와 콜라보를 이루며 춤을 춘다. 119페이지의 시 <초혼>과 120페이지의 그림 <초혼>처럼 시의 제목과 그림 제목이 같거나, 96페이지의 시 <우리집>과 97페이지의 그림 <비 개인 뒤>처럼 시와 그림의 내용이 잘 어울린다. 한마디로 ‘매칭이 너무 훌륭’하며, 이를 위한 편집자의 노고가 느껴진다.



둘째 이 책은, ‘걸작품’이다.

시집계의 masterpiece라고 할까?

그렇다. 이미 ‘작품’으로 통하는 김소월의 시와 천경자 화백의 그림이 만나 ‘작품의 가치’가 배가되는 환상적인 콜라보를 이룬다. 앞서 설명했듯이, 시와 그림이 찰떡같이 어울려, 이 책을 읽고 보는 즐거움에 흐뭇해진다.

또한 이 책 표지는 백색톤이 느껴지는 엷은 베이지색 계열에 꽃에 취한 듯 꿈꾸는 듯한 ‘꽃무리 속 여인’의 모습이 인상깊은 ‘하드커버’ 책이다. 표지 그림 속 붉은 꽃은 자연스레 속지로 이어져 붉게 타오르며 이 책의 masterpiece적인 느낌을 한층 두드러지게 해준다.

책을 사각 프레임의 아크릴 액자에 담아 걸어두고 싶은 충동이 든다.



셋째 이 책은, ‘천경자’이다.

천경자 화백의 그림 34편이 수록되어 있다. 원래 천경자 화백의 그림을 감상하려면 ‘서울시립미술관’에 가야 한다. 1998년에 98점의 그림을 화백이 서울시에 기증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문예출판사는 ‘김소월×천경자 콜라보 시그림집’을 기획하면서 서울시로부터 천경자 화백의 그림 작품 사용을 허가받아 「진달래꽃」을 냄으로써,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천경자 화백의 주요 그림 작품을 마치 ‘화보’를 보듯 편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수년 전에 미술관에서 천경자 화백의 그림을 감상하다가 눈길을 사로잡았던 작품인 <청춘의 문>을 포함하여 여러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어, 이 책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넷째 이 책은, ‘김소월’이다.

‘김소월’. 그 자체가 마력이다.

앞서 말했지만, 1990년대 타 출판사 발행본인 동명의 시집 「진달래꽃」이 1년 평균 3.6쇄 정도가 발행되어 나갔다.

“그만큼 유명세가 있으며 꽤 잘 나간다.”

뿐만 아니라, 현재 서점가에서 유통되고 있는 여러 출판사에서 발행한 「진달래꽃」 시집이 대략 100여권 안팎이다.

“그만큼 널리 알려져 있고 방대하게 출판되고 있다.”

「진달래꽃」의 첫 시작점은 1925년이다. 김소월이 126편이라는 방대한 양의 시를 묶어 「진달래꽃」으로 펴낸 해이다.

참고로, 「진달래꽃」은 1925년 12월 26일 매문사(賣文社)에서 발행한 것으로 2011년에 ‘등록문화재’로 선정되어 <등록문화재 제470호>로 지정되어 있다.

“그만큼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고 지금껏 약 100여 년에 걸쳐 출판되고 있다.”


-


문예출판사의 「진달래꽃」에는 김소월의 시 152편이 소중히 담겨져 있다.


어? 뭔가 이상하다.

1925년 첫 출간되었을 때 126편이 실렸는데, 어째서 이 책은 152편이 실렸나?


김소월은 시집을 출간하고는 고향인 평안북도 구성군으로 낙향하여 할아버지의 광산 경영을 도왔으나 광산이 경영 실패로 망한 이후 할아버지의 집에서 독립하여 <동아일보> 지국을 열고 신문 배포, 수금, 경영 모두를 혼자 도맡아서 했을 정도로 돈을 벌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그러나 신문사는 얼마 못 가서 문을 닫고 말았고, 이후 김소월은 극도의 빈곤에 시달리며 술에 의지했다고 한다. 결국 1934년 향년 32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렇듯 생활고에 시달리던 김소월은 1930년대 들어 작품 활동이 저조해졌는데, 실제로 시집 출간 이후 약 10여 년 간 10여 편의 시를 발표했을 뿐이다.(p300 ‘김소월 연보’)



그렇다면 이 책 「진달래꽃」에 16여 편의 시가 더 포함이 된 것으로 보이는데, 무슨 연유인가.


알고 보니 1977년에 김소월의 미발표 창작노트가 발견되었고 그 속에서 자필 유고시 40여 편이 발굴되었다고 한다.(p300 ‘김소월 연보’) 이와는 별도로 ‘2004년에는 김소월이 18세로 등단한 이듬해 학생교양지 <학생계>에 발표한 초기시 3편이 추가로 발굴되었다.‘고도 한다.(출처 : 경향신문 2004.4.30.)


다시 말하면 김소월의 시는 1925년 출간된 「진달래꽃」에 실린 126편과 그 이후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발표한 10여 편, 1977년 발굴된 유고시 40여 편에 2004년 추가로 발굴된 초기시 3편까지 총 180여 편에 이른다.


문예출판사의 「진달래꽃」에 실려 있는 152편의 시는, 김소월의 시 180여 편 중에서 ‘엄선’된 시인 것이다.


그만큼 김소월 시인의 절정기에 도달한 시, ‘김소월 시인’ 그 자체인 시들이 이 책 「진달래꽃」에 담뿍 담겨져 있다.


-



“읽는 순간부터 잔잔한 감동의 물결로 우리를 적셔 주는 책.”

이해인 시인이 전하는 이 책 「진달래꽃」에 대한 평이다.(표4 뒷표지 中)


너무도 이 책을 잘 표현해준 서평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왜 사람들이 “소월, 소월”하며 김소월 시인을 기억하고 소환하며 회자하고 부르짖으며 그의 시에 감탄하는지, 이 책의 ‘여는 글’인 “왜 소월인가에 대한 작은 답변”(p5~20)은 명쾌한 답을 전한다.



이 책 속에는 우리가 너무도 잘 하는 <진달래꽃>,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초혼>, <고향>, <엄마야 누나야>, <산유화> 등 유명시들이 우리를 반긴다.

뿐만 아니라 “소월, 소월”할만한 주옥같은 시들이 내 가슴 속에서 되새겨져 다양한 감칠맛을 느끼게 해준다. 마치 씹을수록 쓴 맛 속에 달큰함을 비롯한 오묘한 감칠맛을 내는 ‘칡’처럼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초혼>을 무척 좋아한다.

대체로 잘 알려진 김소월의 시들은 중고등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주로 알게 되었지만, <초혼>은 대학생 때 처음 접하였다. 그 당시 <초혼>을 통해 청년기의 감정에 ‘진동’을 느끼게 해줬던 알싸한 경험이 있어서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p119)


이 때 많은 감정을 토하면서 위로를 받았고, ‘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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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은연중에 생소한 경험을 했다.

「진달래꽃」의 시들을 찬찬히 음미하며 읽던 도중, 뜻밖에 ‘노래’를 부르고 있는 ‘나’를 발견했던 것이다. 다시금 정신 차리고 이 시를 읽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에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p166)


헉! 이거... 가수 유주용이 부른 가요 가사다. 내 아버지께서 예전 자주 부르시던 애창곡 <부모>였다.


이 책의 ‘여는 글’에 이런 글이 있다.


“소월 시의 의의는 7·5조를 바탕으로 민요조 3음보의 전통을 계승하되 그로부터 우리 근대 자유시의 형식을 완성해냈다는 데 있다.(p8) ... 리듬으로나 내용으로나 김소월의 시는 쉽게 읽힌다. 부르기도 좋고 외우기도 좋다. 그의 시가 수많은 가요와 가곡으로 불린 게 우연은 아니다.”(p18)


실제로 ‘가요로 탄생한 김소월의 시는 모두 59편이고, 노래를 부른 가수는 원곡 가수와 리메이크 가수를 포함해 32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출처 : 부천시민신문 2018.9.14.)


이 책 「진달래꽃」 속에도 노래로 만들어진 수많은 시들이 포함되어 있다. <부모>이외에도 <님과 벗>, <님의 노래>, <님에게>, <엄마야 누나야>, <개여울>, <산유화>, <초혼>, <먼 후일>,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못잊어> 등.

아! 그러고 보니 가수 마야의 노래도 <진달래꽃>이었구나!



-


한국인 귀화 필기시험에 ‘<진달래꽃>의 지은이가 누구냐’는 문제가 나온다고 한다. 즉 김소월을 모르면 한국인이 아니라는 뜻인 것이다.

이렇듯 김소월은 ‘민족시인’이자 한국 서정시의 원류, 민족시의 발원지로 불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민시인’이다. 전 국민 애송시 1위 역시 한국 서정시의 기념비적 작품인 <진달래꽃>이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김소월은 노래로 불려진 시가 가장 많은 시인이기도 하다.


이토록 김소월은 오래도록 사랑받아 온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시인’인데, 우리가 잘 모르는 ‘사실’ 몇 가지가 있다.


1. ‘김소월’의 유족(김소월의 3남 가족)이 남한에 살고 있다.

김소월은 배재고등보통학교 재학시절과 일본 유학 시절을 제외하고는 줄곧 평안북도에서 살았다. 부인 홍단실 씨 사이에 4남2녀를 두었는데, 그 중 3남인 김정호 씨만이 한국전쟁 통에 남한으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유족이 김소월의 시 작품으로 저작권 혜택을 받았을 것 아닌가? 하지만 이는 오해다. 이들 유족은 김소월 작품에 대한 저작권 실익을 얻지 못했고 가난했다고 한다.


2. ‘김소월’의 작품 저작권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했다.

현 시점에서 김소월 시인 사후 70년이 지났으니 작품 저작권의 보호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시대상(時代相)으로 인한 여러 문제로 인해, 김소월은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했다.

-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1957년에 ‘저작권법’이 제정되었으나, 문제는 ‘1980년대까지 방치’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다가 1987년에 ‘저작권법 시행령’이 처음 개정되었고, ‘국제저작권협약(UCC)’엔 1987년부터 가입하였다. 다시 말하면, 1980년대까지 제대로 된 저작권 보호는 고사하고 불법복제가 만연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최초의 국제 저작권 조약인 ‘베른조약(1886년)’으로 “저작권 보호기간은 저자 사망 후 50년”으로 정해졌는데, 우리나라가 이 베른조약에 가맹한 것은 1996년으로 무척 늦다. 즉 이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김소월 작품의 저작권 보호기간이 1984년부터 풀렸다고 볼 수 있다.

- 미국은 ‘저작권기한연장법(1998년)’을 통해 “저자 사후 70년으로 연장”한 바 있다. 그런데 미국 측이 ‘한미FTA(2012년 발효)’의 교역 협상 조건으로 이를 관철시켜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이 ‘70년으로 연장’하게 되었다. 그래서 2011년 개정된 저작권법에 ‘저작권은 저작자가 생존하는 동안과 사망한 후 70년간 존속된다’(2013.7.1.부 발효)고 되어 있다. 즉 현 ‘저작권법’상으로 2004년부터 김소월 시인의 작품 저작권 보호기간이 풀렸다고 볼 수 있다.

- 그런데 원래 대한민국의 저작권 보호기간은 50년이었으나, 2013년에 저작권 보호기간을 70년으로 늘리면서 소급입법금지의 원칙과 베른조약에서 규정한 내국민우대조약이 겹쳐, “1962년까지 저작권이 형성된 모든 저작물은 저작권이 만료된 것”으로 보고 1963년 작품부터는 2033년에 저작권이 만료되는 것으로 본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국민은 1963년부터 저작권이 형성된 모든 저작물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는 절대로 쓰지 마라’고 축약할 수 있다. 즉 김소월 시인의 작품은 1962년 이전 저작물로써, ‘저작권이 만료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3. 국민시인으로 칭송받는 ‘김소월’을 기리는 ‘공식적인 김소월 문학관’은 없다.

김소월은 ‘공식’적인 문학관도 기념관도 없는 ‘국민시인’이다. 그저 왕십리역 광장과 남산도서관 근처와 배재고등학교 교정 등에 ‘김소월 시비’가 남아 있고, 서울 남산 둘레에 ‘소월길’이 있을 뿐이다.(출처 : 서울신문 2022.9.16.)

김소월의 유족인 김정호 씨는 비록 시인의 아들이라는 해택도 전혀 못 받고 가난하게 살았지만, 평생 남한에 김소월 문학관을 건립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2006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김소월 시인이 평안북도 구성군 이북 출신이라 남한의 지자체와는 관련이 없기에, 그럴 수 있다손 치더라도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그런데 뜻밖에도, 충청북도 증평군에 가면 ‘소월문학기념관’을 만날 수 있다. 「소설 이제마 – 풍운의 태양인」으로 유명한 소설가 겸 한의사인 경암 이철호 선생이 김소월 유족으로부터 ‘김소월기념사업회’ 전권을 위임받아 2019년에 사재를 털어 개관한 것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정부도, 지자체도, 각종 공공기관도 못한 일을, ‘개인’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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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은 1934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세상을 떠났다. 유서나 유언은 없었으나 아내에게 죽기 이틀 전 “여보, 세상은 참 살기 힘든 것 같구려.”라면서 쓴 웃음을 지으며 우울해했다고 전해진다.


현실을 한탄한 것이겠지만, 왠지 미래를 예견한 느낌도 든다.


김소월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들이 이 책 「진달래꽃」을 통해, 엄선된 ‘김소월의 시’를 음미하며 감탄해 마지않을 것이다. ‘김소월’의 진면목을 다시금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잠겨있는 ‘사실의 단면’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기억해 줄 것이다.



이 책 「진달래꽃」은 일반적인 시집의 두께와 비교하면 거의 3배 정도의 두께이다. 그 두께만큼, 아니 그 두께 이상으로 ‘「진달래꽃」의 마력’에 이끌린 독자들에게 ‘장중한 매력’을 선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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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발견
박영수 지음 / 사람in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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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우리말의 발견>은 가치가 있다.
저자 박영수 원장의 오랜 연구와 노력 덕분에, 엄선된 우리말 단어의 수와 잘 정돈된 분류 및 구성방식, 해설 및 용례의 풍부함이 살아있어 우리는 잊혀질 수도 있었던 우리말 단어를 새삼 챙겨 볼 수 있고 우리말 공부를 풍부하게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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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발견
박영수 지음 / 사람in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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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말’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예전에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정감 넘치고 글맛 당기는 카피를 쓰기 위해 우리말 단어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했다.

‘안다미로’, ‘시나브로’, ‘소소리바람’, ‘띠앗’, ‘너나들이’, ‘희나리’ 등의 단어를 그때 알게 되었다. 나름 꽤 공부를 했다고 자부(?)했음에도, 이 책 <우리말의 발견>을 읽으면서 겸손(?)해져야만 했다. 내가 알던 우리말의 단어 수는 새발의 피였다.


<우리말의 발견>은 점차 잊혀지고 있는 우리말에 대한 독자의 ‘관심’을 끌고 ‘훗날 우리말인데도 번역해야 할 상황이 올까 우려된다’(p5)는 저자 박영수 원장의 우리말에 대한 ‘애정’과 노력이 담긴 책으로,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말에 대한 정감을 느낄 수 있고 그에 따라 잊혀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 공감하며 우리말 단어에 관심도가 높아져 그 ‘쓸모’를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정감 넘치고 쓸모 있는 우리말 공부’라는 부제처럼 말이다.



이 책을 처음 펼치면서 ‘여는 글’에 기재되어 있는 문장을 보고 적잖이 당황했다.


“머드러기 사 오라고 했는데 잔챙이를 가져와도 애오라지 받아들이고, 아기똥하고 반지빠른 사람의 불행에 잘코사니 하다가, 슬금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치룽구니가 될 수도 있으며, 글을 쓸 때 불퉁가지와 행짜의 뜻을 몰라 연신 붓방아 찧을지도 모를 일이다.”(p5)


솔직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더라!



이 책의 저자인 박영수 테마역사문화연구원 원장은, 우리말 단어 어원과 문화 관습 유래를 필생의 목표로 삼아 꾸준히 근원을 추적하고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매 페이지 구성이 여타 우리말 관련 서적들에 비해 세세하고 치밀하며 신뢰감이 느껴질 정도여서 미뻤다.


대개 단어와 관련된 책은, 표제 단어 아래 그 단어의 유래, 뜻, 용례 등을 다는 정도의 구성이 흔했다. 그런데 이 책 <우리말의 발견>은 우리말 단어 아래 문학작품 속에서 쓰인 용례를 선보이고는 주로 예문을 기반으로 표제 단어의 뜻, 유래 등을 해설하고 여타 비교할 단어나 참고할 단어가 있다면 이에 대한 설명도 추가하였으며, 맨 아래에 표제 단어에 대한 뜻풀이를 사전식으로 가첨해두었다.


특히 이 책의 구성 면에서 주목할 점이 2가지 있다.


하나는, 고대시가나 근현대소설 등 문학작품 속에서 우리말 단어의 사용 예시를 따온 점이다.

모르긴 몰라도 수백 아니 수천 편 이상의 작품들을 읽고 우리말 단어가 쓰인 갖은 문장들을 수집하여 이를 데이터베이스화 하지 않았다면, 이렇듯 적재적소에 마침맞게 용례를 활용하며 우리말 단어를 풀어내는 작업은 가히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만큼 이 책에 들인 저자 박영수 원장의 공력(功力)과 우리말에 대한 남다른 애정(愛情)이 느껴졌다.



다른 하나는, 우리말 단어 하나에 대해 일종의 ‘가지 치기’식의 풍부한 해설을 담아낸 점이다.

예를 들어 22페이지에 ‘물비늘’을 설명하면서 유의어 ‘윤슬’을 같이 풀어내었고, 62페이지 ‘미쁘다’ 편에서는 ‘미덥다’, ‘못 미덥다’, ‘믿음직하다’ 등의 유사 및 반의 단어도 포함하여 설명하고 있다. 265페이지에서도 새 옷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단어인 ‘새물내’와 ‘진솔’의 의미상 어감상 차이점과 아울러 이들의 반대말인 ‘자릿내’도 함께 설명하고 있다.

75페이지 ‘찹찹하다(마음이 가라앉아서 차분하다)’ 편에서는 발음이 유사하지만 뜻은 전혀 다른 ‘착잡하다’와 비교 설명하기도 하였고, 177페이지에 나오는 ‘잡도리’를 설명하기 위해 각기 다른 단어 뜻이 포함된 용례를 가져다가 ‘잘못되지 않도록 엄하게 단속하는 일’, ‘요란스럽게 닦달하거나 족치는 일’이라는 2가지 뜻풀이를 해주고 있으며, 181페이지 ‘진대’를 설명하기 위해 따온 예문 “이것봐, 양씨! 거 윷진아비처럼 부득부득 생떼를 쓰며 진대 붙지 좀 마쇼 잉.” 속에 등장하는 ‘윷진아비’를 추가적으로 의미 설명해주기도 하였다.



106페이지 ‘호주머니’는 ‘만주 북쪽에 사는 오랑캐 옷에 달린 주머니를 가리키는 말이었다’라든가 112페이지 ‘억척스럽다’에서 ‘억척’은 ‘작은 이가 꽉 맞물린 상태를 가리키는 악착(齷齪)에서 나왔다’라고 하는 등 단어의 유래 설명도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또한 164페이지에서는 용례 이외에도 본문 상에 “예컨대 놀이공원에서 어쩌다 아이를 잃은 부모는 아이를 찾을 때까지 공원 곳곳을 ‘발서슴’한다.”와 같은 일상에서 사용될 수 있는 예시문을 소개하기도 하고, 163페이지 ‘베돌다’편에서처럼 “베돌던 닭도 때가 되면 홰 안에 찾아든다”와 같은 속담 등도 종종 나온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관용구 문장도 꽤 많다. 157페이지 ‘동곳을 빼다’를 예로 들면 그 뜻이 ‘힘이 모자라서 복종하거나 잘못을 인정하다’라는데 언뜻 봐서는 왜 이런 뜻이 나타내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동곳’이 무엇인지부터 차근차근 해설해줌으로써 완전 이해를 도모한다.



이렇듯 각 표제 단어를 독자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저자는 문학 속 용례, 단어 뜻풀이, 유래, 유의어, 반의어, 비교어, 비슷하지만 다른 단어 설명, 참고내용, 추가 단어 설명, 관용구 소개, 추가 예시, 속담 소개 등 갖가지 풀이 방식을 총동원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기의 2가지 주목할 점을 놓고 볼 때,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저자 박영수 원장님은 정말 우리말에 진심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탐독하고 연구하며 우리말에 관한 것이라면 거스러미에서부터 머드러기에 이르기까지 그러모아 여툰 것들을 세심하게 갈무리하여 이렇게 책으로 펴낸 것이리라.


이 책을 다 읽고나서 다시금, 초반에 나를 당황케 만들었던 ‘여는 글’에 소개된 문장을 되새김하며 읽어보았다.


“알이 굵고 좋은 것을 사 오라고 했는데 가장 작고 품이 낮은 것을 가져와도 마음에 부족하나마 겨우 받아들이고, 교만 앙큼하고 얄밉게 약삭빨라 인간미 없어보이는 사람의 불행에 고소하게 여기다가, 겉보기에 미련해보이나 속으로는 슬기롭고 너그러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으며, 글을 쓸 때 불퉁가지(순하지 않고 퉁명스러운 성질)와 행짜(심술을 부려 남을 해롭게 하는 행위)의 뜻을 몰라 연신 고심만 하면서 붓대만 자꾸 위아래로 움직일지도 모를 일이다.”


아~! 이런 뜻을 지닌 문장이었구나!


솔직히 저자가 우려했던 대로 ‘우리말인데도 번역해야 할 상황’이나 마찬가지로 뜻풀이하며 문장을 읽긴 했지만, 이렇게라도 이 문장의 내용을 알아볼 수 있어 나름 작은 보람을 느꼈다.



이 책을 읽어보았다면, 아니 이 책을 가지고 있기만 해도 의미 파악이 가능한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우리말 단어 328개를 표제어로써 소개하고 있다. 그만큼 풍부한 우리말 단어가 담겨 있기에, 어느 정도 이상 ‘우리말 사전’으로써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저자는 “요즘 잘 쓰지 않으나 여전히 쓸모 있는 우리말을 다뤘”다고 강조하였다.(p5)



저자의 말대로, 내가 책을 보면서 “오~ 이거 괜찮은데.”하며 밑줄 그은 ‘여전히 쓸모 있는 우리말’ 단어들을 짚고 넘어가볼까 한다.


사회생활 하면서 ‘더치페이’라는 외국어 조어를 흔히 사용하는데, 이에 대응하는 단어로 ‘갹출(醵出)’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발음도 어려운 한자어여서 잘 쓰지 않는다. 국립국어원에서는 ‘각자내기’로 순화할 것을 권하고 있으나, 이 책에는 쓸모 있는 우리말 단어를 소개한다. 바로 ‘추렴’이다.(p41)


흔히 요리방송이나 레시피 등에서 ‘소금 한 꼬집’이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이는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단어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고 있어서 언젠가는 사전에 등재될 것 같기는 한데, 이 책은 엄연한 사전 등재 단어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자밤’을 소개하고 있다.(p48) ‘손가락 끝으로 집을 만한 분량을 세는 단위’라고 한다.



‘너울가지’라는 우리말도 눈길이 갔다.(p89) 요즘은 사교성(社交性)이라는 한자어를 많이 쓰는데, ‘너울가지’는 사교성 외에 붙임성, 포용성까지 담고 있는 순 우리말이다.


‘어떤 방면에 대해 통달할 정도로 훤한 사람’이란 뜻의 ‘빠꼼이’라는 단어도 재밌는 표현이다.(p103) 이 방면으로는 도사(道士)네 팔방미인(八方美人)이네 전문가(專門家)네 하는 한자어보다 더 정감가고 재밌는 단어이니, 실생활에서 틈틈이 활용해보면 말맛이 날 것이다.


첫인상에 대한 편견을 가지는 태도를 반성하게 만드는 단어도 있다. 바로 ‘슬금하다’인데, ‘겉으로 보기에는 미련해 보이지만 속마음은 슬기롭고 너그럽다.’는 다소 길고 복잡한 의미를 단지 4음절만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단어도 직장이나 사회에서 활용해봄 직하다.


브랜드 이름 ‘앙팡’이 느껴지는 ‘암팡지다’(p131)라는 단어, ‘근심 걱정이 많아 사소한 일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는 ‘신청부’(p109), ‘꼭 집어 말하지 않고 헛되이 마구 큰소리로 떠드는 짓’이라는 ‘왜장질’(p114), 유명 캐릭터의 이름과도 같은 우리말 단어 ‘뽀로로’(p170), ‘완벽(完璧)하다’와 의미가 같은 우리말 ‘오롯하다’(p229), ‘저축(貯蓄)하다’에 해당되는 우리말 ‘여투다’(p338) 등 기억에 남는 단어들이 있었다.



이외에도 ‘메모(memo)’ 대신에 ‘적바림’(p179)을, ‘포스트잇(post-it)’ 대신에 ‘찌’(p180)를, ‘스펙(spec)쌓기’ 대신에 ‘깜냥쌓기’(p330)를 제안하는 저자의 소소한 바람도 눈길이 갔다.


이상으로 소개한 우리말 단어들 이외에도 이 책은 숱한 단어들로 풍성하다. 앞서 말했듯이 총 328개의 표제 단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책 말미에는 ‘찾아보기’ 부록이 추가되어 있어서 ‘우리말 사전’으로도 활용하기 좋다.



사실 이 책 <우리말의 발견> 속에는 328개의 단어 이외에 약 200여개 내외의 단어가 본문 갈피갈피에 더 들어있는데, 표제어가 아니어서인지 ‘찾아보기’ 부록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떤 단어를 이 책에서 찾아보고 싶어도 표제 단어가 아닌 이상 ‘찾아보기’ 부록을 통해 찾아내기는 어렵다. 만약 이 책에서 그 단어를 찾으려면 이 책 전체를 되작거려야 할 것이다. 책 본문에 추가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다양한 단어들도 ‘찾아보기’ 부록에 담겨져 있다면 <우리말의 발견>이 보다 더 ‘우리말 사전’으로서도 그 드레가 높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이 책 <우리말의 발견>은 가치가 있다.

저자 박영수 원장의 오랜 연구와 노력 덕분에, 엄선된 우리말 단어의 수와 잘 정돈된 분류 및 구성방식, 해설 및 용례의 풍부함이 살아있어 우리는 잊혀질 수도 있었던 우리말 단어를 새삼 챙겨 볼 수 있고 우리말 공부를 보다 풍부하게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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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쓴 카피 오늘도 쓴 카피 - 모든 걸 경험할 수 없어 문장을 수집하는 카피라이터의 밑줄 사용법
이유미 지음 / 북스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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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고 느낀 <오늘로 쓴 카피 오늘도 쓴 카피>는 ‘카피 에세이’이자 저자만의 ‘문장 수집 일상 활용법 소개서’이자 ‘이유미 카피라이터의 카피 쓰기 노하우 독본’이다. 작가의 카피들을 감탄하며 읽다보면 이 책에서 진하게 배어나오는 작가만의 카피 노하우을 ‘손쉽게 득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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