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우리들의 선거 꿈꾸는 문학 13
김경옥 지음 / 키다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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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청소년소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인이 읽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어른된 입장에서 ‘청소년기’를 되짚어 보고 현재 ‘어른의 모습’을 반성해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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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우리들의 선거 꿈꾸는 문학 13
김경옥 지음 / 키다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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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정예빈’이 친구인 ‘노미란’의 권유로 정치동아리인 ‘웃는광장’에 가입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정예빈은 16살 중학생이다. 예빈의 아빠는 회사에서 부당해고를 당하여 1인시위를 하다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 가계가 어려워져 예빈의 엄마는 기업 홍보팀 마케터로 일하면서 투잡을 뛰게 되었다. 그리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도 계시다. 이런 환경 속에서 마치 암막 커튼으로 자신을 가리고 있듯, 세상에 무관심하고 꿈도 의욕도 없이 지내고 있었다.


그런 그였기에, 정치동아리 회장인 ‘주리나’가 예빈에게 한 말은 신선했을 것이다.

“잘 왔어. 오늘 이 모임에 나온 것만으로 앞으로 네 삶에 변화가 올 거야.”(p29)


「열여섯 우리들의 선거」는, 16살 주인공 정예빈이 정치동아리 ‘웃는광장’ 가입을 시작으로 여러 에피소드를 경험하고 여러 인물을 접하면서 차츰 ‘내적으로 변화해 가는’ 모습을 다룬다.



흔히 16살이라는 나이대의 청소년은, 어린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애매모호한 위치이다. 그렇기에 미성년으로서 보호를 받아야하기도 하면서 때로는 ‘다 큰 애’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신체적으로는 어른스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정신적, 지적으로는 아직 미성숙하고 혼란스러울 수 있다.


‘작가의 말’에도 청소년기 중학생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으나 또 한편으론 지독한 무관심 속에 자신을 가두기도 한다.’(p146)라고 김경옥 작가는 표현한다.



개중에는 공부하면서 지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자신의 꿈과 미래를 탐색하기도 하며, 사람들 사이에 개입하고 참여하면서 자신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예빈이처럼 무관심한 듯 조용하게 지내기도 한다.


「열여섯 우리들의 선거」의 에피소드 중에 ‘학생 자치회 활동’이 있다. 예빈이네 담임 선생님과 학생 자치회가 기획한 활동으로, 학생들의 진로에 맞는 활동을 계획하여 5개 부스에서 재미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수익금을 그린피스에 기부하는 것이었다.(p11)

‘환경’을 타이틀로 내건 학생 자치회 활동에 참여하는 여러 인물들 중에, 별명이 공대오빠인 ‘희성’은 코딩 기술, 사이트 제작 등에 능하다.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노미란’은 일찌감치 미술대학 진학 포부를 가지고 있으며 ‘폐타이어를 이용한 업사이클링 제품 디자인 부스’(p53)를 운영하였다.

‘주리나’의 여동생인 ‘주해나’는 반려 식물에 관심이 많아 ‘해나의 비밀 정원’이라는 반려 식물 사이트를 운영중에 있는데, 이번 자치 활동에서 ‘식물 추천 테스트’를 기획하였다.

한편 예빈은 ‘나도 무언가를 해야 했다.’라면서 고심하다가, 공기 정화식물인 ‘스칸디아모스’로 불리는 이끼를 이용해 액자를 만드는 체험 활동을 제안하였다.


이때 예빈에게서 ‘참여’에 대한 작은 변화가 하나 생긴다.

“아이들의 자치 활동 회의는 활발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나도 처음엔 탐탁지 않았었는데 은근히 활동이 기대되었다. 역시 친구들과의 만남은 나 같은 아이에게도 생생한 기운을 준다.”(p58)



「열여섯 우리들의 선거」의 이야기 큰 줄기는 ‘정치’와 ‘예빈의 변화 과정’이다.

‘웃는광장’ 정치동아리 회장인 ‘주리나’와 부회장 ‘방혁’이 각자의 정치적 행보를 보이는데, 이 시간적 흐름에 따라 정예빈이 이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관련된 주변 인물들과 접촉하며 경험을 나누는 과정에서 점차 예빈은 변화를 거듭해 간다.


고3인 ‘주리나’는 부유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미래발전당’ 지역구 청소년 선거 위원장 출마 선언(p24)을 했고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정치 관련 개인방송을 하면서 주장 강한 입담을 선보이며 인지도를 높여왔다. 이미 정당 활동을 2년 넘게 해 와서인지 개인 방송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였다.(p79) 결국 국회의원 비례대표 1번으로 공천을 받게 되었다.(p130)

마찬가지로 고3인 ‘방혁’은 조손가정으로 할머니 손에서 자랐고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해 알바를 한다.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하였고, 진지하고 반듯하다. ‘선진녹색당’ 지역구 청소년 선거 위원장 출마 생각(p31)을 내비쳤다. “우리 청소년들의 생각은 정치에 잘 반영되지 않아. 이제 우리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야. ‘당신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면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라는 말이 있어. 정말 혹독한 대가지.”(p19)라고 말 할 정도로, 정치적 관심이 강하며 진로를 정치로 정했다.(p121) 그러나 이번 ‘선진녹색당’ 지역구 청소년 선거 위원장 공천에서 떨어져 청소년 위원으로 선거를 돕게 된다.(p130)



고교생이 정치에 참여하고 위원장이니 국회의원이니 공천을 받는다는 내용이 흥미롭다. 「열여섯 우리들의 선거」의 시대적 배경은 공직선거법 개정된 이후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 초반에 주리나가 이에 대해 언급한다.

“정당 가입 연령은 만 16세로 낮아졌고, 만 18세도 공직자가 될 수 있어. 더군다나 이제 총선이 다가오고 있어. 정치권에서도 젊은 정치 바람이 불어서 각 당마다 청소년 대표를 두고 선거에 적극적으로 세우려는 거 잘 알지?”(p24)


이 즈음부터 예빈은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내 주변 아이들 입에서 정치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선거가 다가오고 있음을 피부로 느꼈다. 그동안 정치는 남의 일이었다. 아직 선거권이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정치는 늘 특별한 사람만 하는 것이고 나와는 상관없다고 여겼다. 당장 정치가 나의 무엇을 어떻게 바꿔 주는지 관심 가져 본 적이 없다. 이제는 뭔가 달라졌다.”(p58)


그리고 반문한다.

“그럼 열여섯 살의 나는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p91)


점차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당마다 청소년 당원을 모집하기 위해 열을 올렸다. 십 대 청소년들이 어느 당에 많이 가입하여 정당 활동을 하느냐는 당의 이미지와 지지율로 연결됐다.(p98) 이 시기 예빈은 한번 더 재고하면 생각을 추스른다.


“나도 최근 들어 정치에 관심이 많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의문이 가득하다. 청소년인 나는 청소년에 대해 이 세상과 사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관심 부족과 경험 부족’이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 18세 국회의원이 현실이 된다면 나처럼 정치에 무관심했던 아이들도 눈이 번쩍 뜨이는 건 사실이다.”(p102)


그리고 예빈은 생각이 깊어진다.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1인시위를 했던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해 돌아가시고 나서) 엄마는 그동안 투잡까지 뛰며 열심히 살아왔다. 그래도 삶이 나아지리라는 보장은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이제는 사회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집 같은 형편은 혜택과 지원이 필요하다.


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예빈은 섀도우(shadow)를 드러낸다.

‘이제껏 나는 정치에 무지했음을 고백한다.’(p115)



이 책 후반 무렵, 예빈과 방혁은 대화를 나눈다.(p121-122)

방혁 “정치와 선거는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야. 내가 먹고사는 문제와 아주 직결된 게 정치거든.”

예빈 “고백하자면 저는 이제껏 정치에 관심 없었어요. 선고도 관심 없고...”

방혁 “괜찮아. 이렇게 조금씩 알아 가면 되는 거야. 사람에 대한 관심도 똑같잖아. 몰랐던 것을 조금씩 알아 가면서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잖아.”

예빈 “그럼 ...... 선배는 진짜 정치 활동을 하려고 그러는 거예요?”

방혁 “응. 난 내 진로를 정치로 정했어. 솔직히 세상을 바꾸고, 정의를 바로 세우고, 이런 거창한 구호는 싫어. 다만 정직하게, 옳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것뿐이야. 물론 밥벌이도 되어야겠지.”

예빈 “정치가 정말 삶을 바꿔 줄까요?”

방혁 “당연하지.”


그리고 마침내 예빈은 환희에 차서 소리친다.

“바빴어. 내게 무슨 일인가 벌어졌거든!”(p127)


‘그랬다. 늘 똑같은 오후의 햇빛이 어느 날 내 피부에 다르게 와닿았다는 건 분명 큰일이었다. 이전의 날들은 표백되어 사라졌다. 그날 오후의 빛깔만이 내게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것은 연등에서 새어 나오던 빛처럼 나를 울렁거리게 했고, 다시 태어난 듯한 황홀감마저 안겨 주었다.’(p127)



이 책 「열여섯 우리들의 선거」는 읽는 재미가 또렷하다.


우선, 학생 정치를 다룬다.

좀 뜻밖이다. 학생, 특히 중고등학생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실제 우리나라 선거법이 바뀌었다. 2022년부터 정당 가입 연령은 만 16세로 낮아졌고, 만 18세도 공직자가 될 수 있다.



둘째로, 주인공 예빈의 변화가 포인트이다.


셋째로, 반려 식물과 인물 간의 매칭이다.

‘반려 식물’이라는 게 낯설었는데, 생각해보면 ‘반려자’, ‘반려 동물’도 있지 않은가.

주해나는 ‘고사리 식물’이 반려 식물이다.(p63) 주리나는 ‘보라색 수국’인데, 거짓, 변덕, 차가운 거짓말쟁이를 뜻한다고 한다.(p64-65) 방혁은 ‘이끼’라고 한다.(p94)

이에 대해 방혁은 말한다.

“나는 원래 이끼류를 좋아하거든. 축축하고 습한 곳을 좋아하는 이끼들은 신비스럽기도 하고 말이야. 이끼는 물속에 살던 원시적인 식물이 육지 생활로 이행해 가는 중간 단계의 생물이라고 해나가 말해 줬어. 더구나 심하게 오염된 지역에서는 절대 자랄 수 없다니 이만큼 인간을 각성하게 해 주는 식물이 또 있을까?”(p94)

정예빈은 ‘레티지아철화’이다. 진실, 솔직, 믿음직하며 고집스럽게 변신을 꾀한다고 한다.(p70)



넷째로, 노미란이 보여주는 태도 변화이다.

주리나의 개인방송에 열심히 댓글 달며 응원을 보냈다가, 도중에 방혁에게로 지지하는 마음이 바뀌었는데(p106), 나중에는 “나 방혁 오빠 지지한다고 말한 적 없거든. 난 처음부터 리라 언니였다고!” 하면서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말을 바꿨다.(p130)

이 모습은 우리나라 철새 정치 또는 일부 국민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다섯째로,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폭로 비방전이다.

주해나가 언니인 주리나에 대한 “공천 약속 받았다”는 정치적 뒷거래를 폭로하였고, “주리나는 완전히 권력에 눈이 멀었어.”라고 비방하였다.

이로 인해 노미란과 신경전이 벌어진다.(p130~136)


마지막으로, ‘정예빈’의 ‘변화된 모습’과 ‘행동’이다.

‘내 마음 속에 옅은 분노와 오기가 생겨났다. 이대로 가만히 있기보다는 나도 뭔가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일었다. 변신을 꾀하는 레티지아철화처럼,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해 끝까지 지키고 고집 부리던 아빠처럼.’(p137)

그리고 예빈은 결정한다.

‘나도 이제 내 삶을 바꿀 행동을 시작한다! (p139)

그리고 예빈은 행동에 나선다.


이 책은 ‘청소년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소설이다. 어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정치’를 읽어 낼 수도 있다. 또는 ‘정예빈의 변화’에 눈길이 갈 수도 있다. ‘친구’를 볼 수도 있고, ‘꿈’이나 ‘관심거리’를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이 책이 ‘성인’도 읽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청소년 시기에 청소년의 심경 변화 이전에, 어른된 입장에서 ‘청소년기’를 되짚어 보고 현재 ‘어른의 모습’을 반성해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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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 김소월×천경자 시그림집
김소월 지음, 천경자 그림, 정재찬 해제 / 문예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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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들이 이 책 「진달래꽃」을 통해, 엄선된 ‘김소월의 시’를 음미하며 감탄해 마지않을 것이다. ‘김소월’의 진면목을 다시금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진달래꽃」의 마력’에 이끌린 독자들에게 ‘장중한 매력’을 선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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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 김소월×천경자 시그림집
김소월 지음, 천경자 그림, 정재찬 해제 / 문예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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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문예출판사에서 출간한 「진달래꽃」이 내 눈에 띄자마자 ‘탐하게 만드는 어떤 마력’이 이 책에 있었던지, 나도 모르게 그 마력에 이끌려 이 책을 손에 쥐고 말았다.


사실 나에게는 또 다른 「진달래꽃」 시집이 있다. 도서출판 미래사의 ‘한국대표시인100인선집’에 속하는 선집 시리즈의 제 1권이다.

출판계에서 웬만한 시집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에 속하는 최승자 시인의 「이 시대의 사랑」이 1981년 초판 발행된 이후 54쇄(2022년 기준)이다. 약 41년간 54쇄. 1년에 1.3쇄쯤 찍어 낸 셈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진달래꽃」 시집(미래사)은 1996년 18쇄 발행본으로, 1991년 첫 출판된 이래 5년간 18쇄이다. 1년으로 치면 3.6쇄.

정말 잘 나간 시집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내게 김소월의 시집이 있음에도, 나는 또다시 「진달래꽃」을 탐한 것이다.


“문예출판사의 「진달래꽃」에 어떤 마력이 존재하는 것인가?”



우선 이 책은, ‘시그림집’이다.

‘시집’이 아니고 ‘시그림집’?

그렇다. 김소월 시인의 시와 천경자 화백의 그림이 콜라보를 이룬, 말 그대로 ‘시그림집’이다.

표지에 새겨진 여인의 그림은 천경자의 <꽃무리 속의 여인>이다. 책 제목이자 김소월 시인의 시 제목이기도 한 <진달래꽃>과 무척 잘 어울린다.

책 표지 뿐인가. 책 속에서도 천경자 화백의 그림 작품들이 김소월 시와 콜라보를 이루며 춤을 춘다. 119페이지의 시 <초혼>과 120페이지의 그림 <초혼>처럼 시의 제목과 그림 제목이 같거나, 96페이지의 시 <우리집>과 97페이지의 그림 <비 개인 뒤>처럼 시와 그림의 내용이 잘 어울린다. 한마디로 ‘매칭이 너무 훌륭’하며, 이를 위한 편집자의 노고가 느껴진다.



둘째 이 책은, ‘걸작품’이다.

시집계의 masterpiece라고 할까?

그렇다. 이미 ‘작품’으로 통하는 김소월의 시와 천경자 화백의 그림이 만나 ‘작품의 가치’가 배가되는 환상적인 콜라보를 이룬다. 앞서 설명했듯이, 시와 그림이 찰떡같이 어울려, 이 책을 읽고 보는 즐거움에 흐뭇해진다.

또한 이 책 표지는 백색톤이 느껴지는 엷은 베이지색 계열에 꽃에 취한 듯 꿈꾸는 듯한 ‘꽃무리 속 여인’의 모습이 인상깊은 ‘하드커버’ 책이다. 표지 그림 속 붉은 꽃은 자연스레 속지로 이어져 붉게 타오르며 이 책의 masterpiece적인 느낌을 한층 두드러지게 해준다.

책을 사각 프레임의 아크릴 액자에 담아 걸어두고 싶은 충동이 든다.



셋째 이 책은, ‘천경자’이다.

천경자 화백의 그림 34편이 수록되어 있다. 원래 천경자 화백의 그림을 감상하려면 ‘서울시립미술관’에 가야 한다. 1998년에 98점의 그림을 화백이 서울시에 기증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문예출판사는 ‘김소월×천경자 콜라보 시그림집’을 기획하면서 서울시로부터 천경자 화백의 그림 작품 사용을 허가받아 「진달래꽃」을 냄으로써,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천경자 화백의 주요 그림 작품을 마치 ‘화보’를 보듯 편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수년 전에 미술관에서 천경자 화백의 그림을 감상하다가 눈길을 사로잡았던 작품인 <청춘의 문>을 포함하여 여러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어, 이 책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넷째 이 책은, ‘김소월’이다.

‘김소월’. 그 자체가 마력이다.

앞서 말했지만, 1990년대 타 출판사 발행본인 동명의 시집 「진달래꽃」이 1년 평균 3.6쇄 정도가 발행되어 나갔다.

“그만큼 유명세가 있으며 꽤 잘 나간다.”

뿐만 아니라, 현재 서점가에서 유통되고 있는 여러 출판사에서 발행한 「진달래꽃」 시집이 대략 100여권 안팎이다.

“그만큼 널리 알려져 있고 방대하게 출판되고 있다.”

「진달래꽃」의 첫 시작점은 1925년이다. 김소월이 126편이라는 방대한 양의 시를 묶어 「진달래꽃」으로 펴낸 해이다.

참고로, 「진달래꽃」은 1925년 12월 26일 매문사(賣文社)에서 발행한 것으로 2011년에 ‘등록문화재’로 선정되어 <등록문화재 제470호>로 지정되어 있다.

“그만큼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고 지금껏 약 100여 년에 걸쳐 출판되고 있다.”


-


문예출판사의 「진달래꽃」에는 김소월의 시 152편이 소중히 담겨져 있다.


어? 뭔가 이상하다.

1925년 첫 출간되었을 때 126편이 실렸는데, 어째서 이 책은 152편이 실렸나?


김소월은 시집을 출간하고는 고향인 평안북도 구성군으로 낙향하여 할아버지의 광산 경영을 도왔으나 광산이 경영 실패로 망한 이후 할아버지의 집에서 독립하여 <동아일보> 지국을 열고 신문 배포, 수금, 경영 모두를 혼자 도맡아서 했을 정도로 돈을 벌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그러나 신문사는 얼마 못 가서 문을 닫고 말았고, 이후 김소월은 극도의 빈곤에 시달리며 술에 의지했다고 한다. 결국 1934년 향년 32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렇듯 생활고에 시달리던 김소월은 1930년대 들어 작품 활동이 저조해졌는데, 실제로 시집 출간 이후 약 10여 년 간 10여 편의 시를 발표했을 뿐이다.(p300 ‘김소월 연보’)



그렇다면 이 책 「진달래꽃」에 16여 편의 시가 더 포함이 된 것으로 보이는데, 무슨 연유인가.


알고 보니 1977년에 김소월의 미발표 창작노트가 발견되었고 그 속에서 자필 유고시 40여 편이 발굴되었다고 한다.(p300 ‘김소월 연보’) 이와는 별도로 ‘2004년에는 김소월이 18세로 등단한 이듬해 학생교양지 <학생계>에 발표한 초기시 3편이 추가로 발굴되었다.‘고도 한다.(출처 : 경향신문 2004.4.30.)


다시 말하면 김소월의 시는 1925년 출간된 「진달래꽃」에 실린 126편과 그 이후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발표한 10여 편, 1977년 발굴된 유고시 40여 편에 2004년 추가로 발굴된 초기시 3편까지 총 180여 편에 이른다.


문예출판사의 「진달래꽃」에 실려 있는 152편의 시는, 김소월의 시 180여 편 중에서 ‘엄선’된 시인 것이다.


그만큼 김소월 시인의 절정기에 도달한 시, ‘김소월 시인’ 그 자체인 시들이 이 책 「진달래꽃」에 담뿍 담겨져 있다.


-



“읽는 순간부터 잔잔한 감동의 물결로 우리를 적셔 주는 책.”

이해인 시인이 전하는 이 책 「진달래꽃」에 대한 평이다.(표4 뒷표지 中)


너무도 이 책을 잘 표현해준 서평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왜 사람들이 “소월, 소월”하며 김소월 시인을 기억하고 소환하며 회자하고 부르짖으며 그의 시에 감탄하는지, 이 책의 ‘여는 글’인 “왜 소월인가에 대한 작은 답변”(p5~20)은 명쾌한 답을 전한다.



이 책 속에는 우리가 너무도 잘 하는 <진달래꽃>,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초혼>, <고향>, <엄마야 누나야>, <산유화> 등 유명시들이 우리를 반긴다.

뿐만 아니라 “소월, 소월”할만한 주옥같은 시들이 내 가슴 속에서 되새겨져 다양한 감칠맛을 느끼게 해준다. 마치 씹을수록 쓴 맛 속에 달큰함을 비롯한 오묘한 감칠맛을 내는 ‘칡’처럼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초혼>을 무척 좋아한다.

대체로 잘 알려진 김소월의 시들은 중고등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주로 알게 되었지만, <초혼>은 대학생 때 처음 접하였다. 그 당시 <초혼>을 통해 청년기의 감정에 ‘진동’을 느끼게 해줬던 알싸한 경험이 있어서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p119)


이 때 많은 감정을 토하면서 위로를 받았고, ‘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



-


아!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은연중에 생소한 경험을 했다.

「진달래꽃」의 시들을 찬찬히 음미하며 읽던 도중, 뜻밖에 ‘노래’를 부르고 있는 ‘나’를 발견했던 것이다. 다시금 정신 차리고 이 시를 읽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에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p166)


헉! 이거... 가수 유주용이 부른 가요 가사다. 내 아버지께서 예전 자주 부르시던 애창곡 <부모>였다.


이 책의 ‘여는 글’에 이런 글이 있다.


“소월 시의 의의는 7·5조를 바탕으로 민요조 3음보의 전통을 계승하되 그로부터 우리 근대 자유시의 형식을 완성해냈다는 데 있다.(p8) ... 리듬으로나 내용으로나 김소월의 시는 쉽게 읽힌다. 부르기도 좋고 외우기도 좋다. 그의 시가 수많은 가요와 가곡으로 불린 게 우연은 아니다.”(p18)


실제로 ‘가요로 탄생한 김소월의 시는 모두 59편이고, 노래를 부른 가수는 원곡 가수와 리메이크 가수를 포함해 32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출처 : 부천시민신문 2018.9.14.)


이 책 「진달래꽃」 속에도 노래로 만들어진 수많은 시들이 포함되어 있다. <부모>이외에도 <님과 벗>, <님의 노래>, <님에게>, <엄마야 누나야>, <개여울>, <산유화>, <초혼>, <먼 후일>,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못잊어> 등.

아! 그러고 보니 가수 마야의 노래도 <진달래꽃>이었구나!



-


한국인 귀화 필기시험에 ‘<진달래꽃>의 지은이가 누구냐’는 문제가 나온다고 한다. 즉 김소월을 모르면 한국인이 아니라는 뜻인 것이다.

이렇듯 김소월은 ‘민족시인’이자 한국 서정시의 원류, 민족시의 발원지로 불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민시인’이다. 전 국민 애송시 1위 역시 한국 서정시의 기념비적 작품인 <진달래꽃>이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김소월은 노래로 불려진 시가 가장 많은 시인이기도 하다.


이토록 김소월은 오래도록 사랑받아 온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시인’인데, 우리가 잘 모르는 ‘사실’ 몇 가지가 있다.


1. ‘김소월’의 유족(김소월의 3남 가족)이 남한에 살고 있다.

김소월은 배재고등보통학교 재학시절과 일본 유학 시절을 제외하고는 줄곧 평안북도에서 살았다. 부인 홍단실 씨 사이에 4남2녀를 두었는데, 그 중 3남인 김정호 씨만이 한국전쟁 통에 남한으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유족이 김소월의 시 작품으로 저작권 혜택을 받았을 것 아닌가? 하지만 이는 오해다. 이들 유족은 김소월 작품에 대한 저작권 실익을 얻지 못했고 가난했다고 한다.


2. ‘김소월’의 작품 저작권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했다.

현 시점에서 김소월 시인 사후 70년이 지났으니 작품 저작권의 보호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시대상(時代相)으로 인한 여러 문제로 인해, 김소월은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했다.

-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1957년에 ‘저작권법’이 제정되었으나, 문제는 ‘1980년대까지 방치’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다가 1987년에 ‘저작권법 시행령’이 처음 개정되었고, ‘국제저작권협약(UCC)’엔 1987년부터 가입하였다. 다시 말하면, 1980년대까지 제대로 된 저작권 보호는 고사하고 불법복제가 만연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최초의 국제 저작권 조약인 ‘베른조약(1886년)’으로 “저작권 보호기간은 저자 사망 후 50년”으로 정해졌는데, 우리나라가 이 베른조약에 가맹한 것은 1996년으로 무척 늦다. 즉 이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김소월 작품의 저작권 보호기간이 1984년부터 풀렸다고 볼 수 있다.

- 미국은 ‘저작권기한연장법(1998년)’을 통해 “저자 사후 70년으로 연장”한 바 있다. 그런데 미국 측이 ‘한미FTA(2012년 발효)’의 교역 협상 조건으로 이를 관철시켜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이 ‘70년으로 연장’하게 되었다. 그래서 2011년 개정된 저작권법에 ‘저작권은 저작자가 생존하는 동안과 사망한 후 70년간 존속된다’(2013.7.1.부 발효)고 되어 있다. 즉 현 ‘저작권법’상으로 2004년부터 김소월 시인의 작품 저작권 보호기간이 풀렸다고 볼 수 있다.

- 그런데 원래 대한민국의 저작권 보호기간은 50년이었으나, 2013년에 저작권 보호기간을 70년으로 늘리면서 소급입법금지의 원칙과 베른조약에서 규정한 내국민우대조약이 겹쳐, “1962년까지 저작권이 형성된 모든 저작물은 저작권이 만료된 것”으로 보고 1963년 작품부터는 2033년에 저작권이 만료되는 것으로 본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국민은 1963년부터 저작권이 형성된 모든 저작물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는 절대로 쓰지 마라’고 축약할 수 있다. 즉 김소월 시인의 작품은 1962년 이전 저작물로써, ‘저작권이 만료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3. 국민시인으로 칭송받는 ‘김소월’을 기리는 ‘공식적인 김소월 문학관’은 없다.

김소월은 ‘공식’적인 문학관도 기념관도 없는 ‘국민시인’이다. 그저 왕십리역 광장과 남산도서관 근처와 배재고등학교 교정 등에 ‘김소월 시비’가 남아 있고, 서울 남산 둘레에 ‘소월길’이 있을 뿐이다.(출처 : 서울신문 2022.9.16.)

김소월의 유족인 김정호 씨는 비록 시인의 아들이라는 해택도 전혀 못 받고 가난하게 살았지만, 평생 남한에 김소월 문학관을 건립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2006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김소월 시인이 평안북도 구성군 이북 출신이라 남한의 지자체와는 관련이 없기에, 그럴 수 있다손 치더라도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그런데 뜻밖에도, 충청북도 증평군에 가면 ‘소월문학기념관’을 만날 수 있다. 「소설 이제마 – 풍운의 태양인」으로 유명한 소설가 겸 한의사인 경암 이철호 선생이 김소월 유족으로부터 ‘김소월기념사업회’ 전권을 위임받아 2019년에 사재를 털어 개관한 것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정부도, 지자체도, 각종 공공기관도 못한 일을, ‘개인’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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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은 1934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세상을 떠났다. 유서나 유언은 없었으나 아내에게 죽기 이틀 전 “여보, 세상은 참 살기 힘든 것 같구려.”라면서 쓴 웃음을 지으며 우울해했다고 전해진다.


현실을 한탄한 것이겠지만, 왠지 미래를 예견한 느낌도 든다.


김소월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들이 이 책 「진달래꽃」을 통해, 엄선된 ‘김소월의 시’를 음미하며 감탄해 마지않을 것이다. ‘김소월’의 진면목을 다시금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잠겨있는 ‘사실의 단면’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기억해 줄 것이다.



이 책 「진달래꽃」은 일반적인 시집의 두께와 비교하면 거의 3배 정도의 두께이다. 그 두께만큼, 아니 그 두께 이상으로 ‘「진달래꽃」의 마력’에 이끌린 독자들에게 ‘장중한 매력’을 선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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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발견
박영수 지음 / 사람in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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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우리말의 발견>은 가치가 있다.
저자 박영수 원장의 오랜 연구와 노력 덕분에, 엄선된 우리말 단어의 수와 잘 정돈된 분류 및 구성방식, 해설 및 용례의 풍부함이 살아있어 우리는 잊혀질 수도 있었던 우리말 단어를 새삼 챙겨 볼 수 있고 우리말 공부를 풍부하게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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