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 1 - 의뢰가 있으시다고요?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 1
보린 지음, 밤코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을 처음 접했을 때, ‘어린이 그림책’으로만 보였다.

그런데 이 책을 ‘어린이 소설’이라고 하더라?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은 책 표지만 보았을 때는 여느 어린이 그림책들처럼, 어린이 독자에게 알맞을 단순한 이야기에 아기자기한 캐릭터 형태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는 그림책이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나의 이런 생각은 편견이었고, 왜 이 책을 ‘어린이 소설’이라 부르는지를 알게 되었다.


어린 숲토리들이 모여 사는 숲토리 골짝은 아이들뿐이다. ‘숲토리’는 ‘어떤 일을 하는 존재’이다.

“숲토리는 숲을 돌보는 일을 해. 이 숲 저 숲으로 흩어져 갖가지 식물을 키우지. 그러면 식물을 찾아 작은 동물이 모이고, 작은 동물을 찾아 큰 동물이 모여. 북적북적 근사한 숲이 되는 거야.”(p14)

이곳에서 숲토리들은 먹고, 자고, 열심히 놀면서 걱정 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다 그런 건 아니야. 여기 걱정 많은 숲토리가 있어. ... 이름은 초도리. 머리꼭지가 초록색이라 초도리.”(p14)

주인공 초도리는 내일이면 벌써 아홉 살이 되고,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되는 숲토리는 이 골짝을 떠나 먼 숲으로 가서 일을 해야 한다.




초도리는 기대도 되었고, 걱정도 되었다.

‘어떤 숲에 가게 될까? 숲을 잘 돌볼 수 있을까?’(p14)


다음 날 초도리는 민들레 씨앗을 머리에 잔뜩 단 채 둥둥둥 떠올라 훌훌훌 날아갔다.(p17)

꼬박 열흘이 지났고, 마침내 초도리가 도착한 곳은 어둠침침한 숲이었다.(p20)

갑자기 나무 뒤에서 파란 눈 셋이 초도리를 노려보다 휙 사라졌다.(p22) 깜짝 놀란 초도리는 몸이 움츠러들었지만, 숲토리에게 숲은 더없이 안전한 곳이기에 초도리는 거처하게 될 숲토리 오두막을 찾아 나섰다. 마침내 찾아낸 빨간 버섯 굴뚝이 있는 숲토리 오두막!

초도리는 생각했다.

‘이렇게 멋진 오두막을 두고 이전 숲토리는 왜 떠난 걸까?’(p24)

초도리는 오두막 청소를 깨끗하게 하고 보따리를 풀고 새 문패를 달았다.(p28)




여기까지는 초도리가 숲에 오게 된 이야기이다.

이후부터는 ‘의뢰’라는 형식으로 매 에피소드가 펼쳐지고 새로운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책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은 제1권이고, 총 3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콩깍지만 한 작은, 털이 샛노란, 그런데 힘이 센 다람쥐 ‘콩쥐’가 커다란 광대버섯을 번쩍 들고 왔다.

“이건 선물이에요. 새 굴뚝으로 쓰시라고 가져왔죠!”(p33)



그러면서 콩쥐는 초도리에게 ‘의뢰’를 하였다.

“우리 집 근처에는 참나무가 없어요. 그래서 도토리를 먹으려면 아주 멀리 가야 해요. 집 앞에 참나무가 있으면 좋겠어요.”(p35)


초도리는 어리둥절했다. 그런데 콩쥐는 “숲토리는 숲의 해결사”라면서 부탁을 하였다.

초도리는 숲토리가 해결사 노릇까지 하는 줄은 몰랐으나 도움을 주기로 하였고, 콩쥐와 함께 음하하 계곡으로 가서 거대한 졸참나무의 도토리를 살피며 고르는데, 달팽이 ‘몰랑코’가 나타나 도움을 준다. 냄새를 끝내주게 잘 맡는 능력을 지닌 몰랑코는 여러 도토리들 중에서 한 알을 골라주었다.

“아주 씩씩한 도토리야아. 고집은 세지만 마음씨가 무척 고우니 잘 사귀어 보려무나아.”(p48)




콩쥐 집 앞마당에 햇빛이 잘 들도록 초도리가 도구를 가지고 주변을 정리한 후 도토리를 심었다. 그때 나무 그늘에서 새파란 눈동자 세 개가 또 다시 나타났다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의뢰를 손쉽게 해결한 초도리는 세눈박이에 대한 의심이 들었다.


초도리는 전에 살던 숲토리가 남겨 둔 씨앗 단지를 정리하다가, 단지들이 죄다 텅텅 비어있는 것을 발견하였다.(p58)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몰랑코가 초도리를 찾아왔다. 냄새를 잘 맡는 몰랑코는 알고 보니 더듬이가 8개나 되었다. 몰랑코가 초도리를 찾아온 이유는 ‘콩쥐와 졸참나무 둘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게 도와 달라.’는 의뢰를 하기 위해서였다.



뜻밖에 어제 심은 도토리가 하루 사이에 어린 나무로 훌쩍 자라 있었고, 나무에서 졸참나무잎들이 떨어져 나와 말을 하였다.

“우린 거꾸로보고바로보고 나뭇잎 병정이다!”(p69)

바로 그들과 콩쥐가 서로 밀치며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도토리를 빨리 먹고 싶어서 콩쥐가 나무에 열린 도토리를 다 따먹고, 이에 화가 난 나뭇잎 병정들이 ‘나무에서 물러나!’라면서 공격을 했던 것이다.

초도리는 신통한 약이 담긴 호리병 세 개 꾸러미를 꺼내어 이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하였는데, 다음 날 밤새 세찬 바람과 줄기차게 내린 비 때문에 생각지도 못하게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이야기에는 앞서 등장한 모든 등장인물이 등장하고, 사용해보지 못한 호리병 약을 활용하여 난관을 극복하게 된다. 특히 미지의 존재였던 세눈박이의 정체가 이번 편에서 드러난다.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을 ‘어린이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매 페이지마다 등장인물 캐릭터가 그려진 재미진 그림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앞서서 ‘어린이 소설’이라고 하였다. 막상 책의 이야기 흐름을 타고 읽다보면, 배경 묘사는 물론 등장인물들의 외모, 성격, 억양 등에서 각자의 캐릭터가 잘 묘사되어 있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요소들이 가득하다. 특히 각 에피소드 별로 이야기 내용이 각각 다르지만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의 주인공 및 등장인물들이 에피소드마다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 전반에 걸쳐 흐르는 몇 가지 독자들을 궁금하게 하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마치 아오야마 고쇼(青山剛昌, Aoyama Gosho)가 그린 일본만화 《명탐정 코난》에서 검은 조직이 제조한 약물에 의해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고등학생 명탐정 쿠도 신이치가 모두의 안전을 위해 ‘에도가와 코난’이라는 가명을 사용하여 검은 조직의 실체를 파헤친다는 중심 이야기 아래 매 회 에피소드가 펼쳐지는 것과 같다.


이런 스타일의 구성을 ‘옴니버스 소설’이라고 하는데,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가 그렇다.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의 경우, 모든 숲토리들은 아홉 살이면 숲토리 일을 하기 위해 다른 숲으로 이동하게 되고 주인공 초도리도 그랬다. 정착하게 된 숲에서 ‘숲토리 초도리’라는 문패를 달고 숲토리로써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몇 가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내용이 제시되었다.




멋진 숲토리 오두막을 두고 이전 숲토리는 왜 떠났을까?(p24)


숲토리들은 숲에서 새로운 씨앗을 찾으면 씨앗 단지에 넣어 두고, 숲을 떠나기 전 씨앗 단지에 씨앗을 가득 채워 둬야 하는데, 전에 살던 숲토리가 남겨 둔 씨앗 단지들은 죄다 텅텅 비어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p58)


초도리는 이전 숲토리가 썼던 숲토리 수첩을 발견했는데, 수첩에는 “식물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같은 말들만 적혀 있었다.(p59)


초도리는 보따리에서 숲 관찰 수첩을 꺼내 세눈박이를 그렸다. 세눈박이는 누구일까?(p55)




숲토리의 역할과 새로운 숲으로 온 초도리에 관한 도입 이야기, 그리고 새롭게 제시되는 궁금증들. 매 에피소드가 옴니버스 형태로 펼쳐지면서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과 사건들.


과연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은 ‘소설’이다!

어린이를 주 독자로 하니, ‘어린이 소설’이 맞는 거다!

좀 더 세밀하게 분류하면, ‘어린이 판타지 소설’이 아닐까?


다만 어린이의 시선에서 글씨만 많으면 흥미나 집중력이 다소 떨어질 수도 있기에, 책 속에 삽입되어 있는 다양한 그림들은 어린이 독자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또 다른 특징이 있다.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머리 혹은 가슴으로 그 어떤 것이 스며든다는 것이다.


걱정이 많지만 준비성이 있고, 다른 이를 도와주려는 착한 마음을 지닌 초도리.

모든 것이 처음이라 두렵긴 하지만 조금씩 천천히 익히고 배우며 적응하는 모습.

초도리에게 거대한 광대버섯을 선물하는 콩쥐처럼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마음.

콩쥐와 졸참나무잎 병정들 사이에 아웅다웅 다툼이 있었지만 양보하고 화해하는 모습.

밤새 내린 비와 거센 바람으로 엉망이 되어버린 숲을 보살피는 초도리와 몰랑코의 선행 등...


이번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은 제1권이기에, 분명 시리즈로 나아갈 것이다.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의 다음 권이 두구두구 기대된다.




참고로 어린이 독자를 위한 ‘별책부록’이 많다.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의 책 말미에 숨은그림찾기가 있다. 그리고 별도로 초도리 키링, 그림엽서, 컬러링북도 있다. 나도 이 책을 받고 포장을 뜯었을 때 이런 선물들이 동봉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는데, 아이들이 이 책을 받는다면 어떤 극강의 반응을 보일까 상상만 해도 흐뭇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