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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킷 -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 수상작 ㅣ 텍스트T 7
김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평점 :
이 책 제목은 <비스킷>이다. ‘청소년문학’을 표방한 소설책이기에 ‘비스킷’이란 단어가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의 내용을 모른 상태에서 <비스킷>의 표지를 보았을 때, 비스킷 과자와 연관되어 청소년 간의 우애, 갈등 속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막상 본문 첫 페이지 ‘프롤로그’부터 이 책에서 말하는 ‘비스킷’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밝혀버린다.
『세상에는 자신을 지키는 힘을 잃어 눈에 잘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이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존재감이 사라지며 모두에게서 소외된 사람. 나는 그들을 ‘비스킷’이라고 부른다.
구운 과자인 비스킷처럼 그들은 쉽게 부서지는 성향을 지녔다. 비스킷은 잘 쪼개지고, 만만하게 조각나며, 작은 충격에도 부스러진다. 그렇게 자신만의 세상에 고립된 비스킷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p7)』
결국 과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비스킷’의 속성을 차용한 것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존재감이 사라지며 모두에게서 소외된 사람”(p7)이란 표현을 보자, 왠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일상 주변에 존재하지만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학교 내에서 왕따를 당하는 등으로 인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학생, 집에서 무관심이나 학대 등으로 인해 외부에서는 그 존재가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르는 아이, 가족이나 사회에서 유기, 방치, 학대 등을 당하며 스스로 위축되어 지내는 노인 또는 부랑인...
그러나 이 소설이 상기 거론한 모든 부류를 ‘비스킷’으로서 짚고 넘어갈는지 의문이었다. 이 모든 ‘비스킷’들을 모두 거론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청소년소설’이고 주인공과 등장하는 친구들이 고등학교 학생이기에, 교내외 왕따 학생 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가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소름이 돋았다. 위에 예시로 거론한 소외된 사람들을 거의 다 짚어주면서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갔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성제성’은 일반인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비스킷’들을 ‘소리’로 인지할 수 있다. 실제로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비스킷’을 알아보지 못한다. 심지어 그 존재를 의심하고 부정한다. 그저 성제성이 만들어낸 상상 속의 존재쯤으로 치부할 뿐이다. 때에 따라선 초자연 현상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성제성은 소리 강박증, 청각 과민증, 소리 공포증 등 소리에 관한 치료를 3가지나 받고 있는데 이 때문에 ‘신경 전문 정신 치료 센터’를 다니고 있다.(p12) 그러나 치료 센터 주치의-제성은 그를 ‘돌팔이 영감’이라고 칭한다-는 이렇게 말하며 제성이 주장하는 ‘비스킷’의 존재를 부정한다. “다섯 살 때부터 네가 주장해 온 바니까 개인적으론 비스킷을 믿는다. 허나 주치의로선 생각이 다르단다. 비스킷을 다른 시점으로 대해 보면 어떻겠니? 가령 비스킷이 허구의 존재라고 가정하게 네 행동을 돌아보는 거야.”(p148)
또 다른 예로, 오랜만에 들른 영어학원에서 친구 ‘류덕환’과 나란히 앉아 강의를 듣던 중 쉬는 시간에 보노보 닮은 녀석이 책상 사이를 지나가다가 한 책상에 있던 텀블러를 팔뚝으로 쳐서 음료가 쏟아지는 일이 발생했는데, “뭐야? 사람 있었네. 언제부터 거기 있었냐?”라고 말하고는 사과도 없이 문밖으로 나갔다. 소설 속에서 이 상황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무시’한 발언이 아니라, 피해를 당한 ‘서도주’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기에 자존감이 매우 낮아 흐릿한 형체를 지닌 비스킷으로 묘사(p16-17)되었다.
다른 예를 더 든다면, 어린이집을 다니던 어린 시절에 어느 골목에서 개에게 위협당하는 흐릿한 여자아이-비스킷 3단계로 투명할 만큼 너무 흐릿해 자칫 지나칠 뻔했지만 울음소리로 알아볼 수 있었다-를 목격한 제성이는 앞뒤 재지 않고 달려가 있는 힘껏 개를 차 버린 뒤 그 아이 손을 붙잡고 도망쳤다. 우연히 마주친 덕환이는 처음에 그 아이를 알아보지 못했다가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존재를 알아보았다. 그 여자 아이는 ‘김효진’으로 그 당시 엄마를 교통 사고로 잃은 뒤 마음이 엉망으로 방치되어 세상으로부터 스스로 갇혀 있었던 것이었는데, 친구들의 도움을 받은 이후로 용기를 내어 제성, 덕환과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고 싶다고 아버지에게 말하고는 점점 자신감을 갖게 되고 적극적으로 변모하게 되었다.(p23-25)
초자연 현상으로 인식한 예는, 이미 학원에서 갈등이 생긴 보노보 일당과 제성이 어느 공사중인 집-제성이 사는 아파트 위층으로 이사 온 ‘조제’(본명 ‘이지안’)네 가족이 매각한 집- 마당에서 마주쳐 싸움이 났을 때 비스킷 2단계로 윤곽이 흐리고 형체가 뭉개져 있던 조제가 “다 나가.”라고 소리치고 허공에서 튀어나온 유령처럼 불쑥 존재를 드러내자 보노보 일당이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 꽁지 빠지게 도망쳤다.(p8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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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비스킷을 알아채고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주인공인 성제성 이외에는 없다. 그렇기에 소설 속 다른 인물들은 비스킷을 제대로 인지할 수 없다. 제성을 통해 비스킷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 뿐이다.
여기서 다른 점 하나가 있다. 비스킷에 대해 바라보는 등장인물들 간의 반응 차이이다. 제성의 친구들-류덕환, 김효진, 이지안-은 비스킷이 보이지 않고 제대로 발견해내지도 못하지만, 제성을 통해 비스킷을 인지한다. 즉 제성이의 말을 믿고 비스킷의 존재를 믿는 것이다. 그러나 치료를 맡은 주치의, 주변 등장인물들, 심지어 부모님조차도 믿지 않고 배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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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킷>을 읽으면 읽을수록, 소설 속 ‘비스킷’이란 존재는 ‘초자연적인 현상’임에 틀림없다. 흔히 유령이나 귀신, 외계인, 초고대유물 등을 믿냐 안 믿냐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주변에 실재하는 ‘존재감 없는 존재’일 수도 있다. 앞서서 이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추측했던, 학교 왕따, 가족 내 무관심으로 존재감을 잃은 자녀, 외면당하는 부랑인이나 노인 등처럼 말이다.
그런데 비스킷이 초자연적인 현상이면서도 동시에 이 사회에 존재감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점을, 이 책 말미에 있는 ‘작가의 말’을 통해서 유추해볼 수 있었다. 이 책 <비스킷>의 저자인 김선미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비스킷>은 존재감이 없는 ‘나’라는 사람의 고뇌에서 시작된 소설이다. 나는 존재감이 없다는 말을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들었다. 내게 고백했던 남자애가 한 말이라 꽤나 충격받은 기억이 난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조차 이렇게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들은?(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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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킷>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비스킷이란 존재를 대하는 주인공 성제성과 친구들의 긍정적인 태도와 마인드에 끌릴 것이고, 그들의 우애와 신뢰가 돋보여질 것이다. 그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소동과 모험 이야기를 통해 우리들은 자칫 잊고 지냈거나 놓쳤을 수 있는 ‘사회문제’를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된다.
이 책
우선, <비스킷>은 “100% 청소년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 수상작품이다.
기성 작가들이 심사를 한 것이 아니라, 120명의 청소년 심사위원단이 꾸려져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에 응모된 수많은 작품들을 심사하였고 그들이 고심하며 선택하고 찬사를 보낸 작품이 바로 이 책 <비스킷>인 것이다.
둘째로, ‘비스킷’이라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는 판타지문학이다.
<비스킷>은 ‘비스킷’이라는 초자연적 존재를 소재로, 우리 주변 곳곳에 비스킷이 있다는 전제하에 이야기가 펼쳐지는 ‘판타지 문학’이다.
비스킷 1단계는 “반으로 쪼개진 상태”이고, 2단계는 “조각난 상태”, 3단계는 “부스러기 상태”라고 묘사(p8-9)하면서, 비스킷에 대한 궁금증을 야기시키고 이야기의 본편을 시작한다.
셋째로, 모든 등장인물들이 소모적이지 않고, 잘 짜여진 이야기 흐름 속에 각자의 역할이 주어져 있다.
병원 주치의는 비스킷의 존재를 의학적으로 강하게 부정하는 입장을 대변함으로써, 아이러니하게도 비스킷을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아파트 위층에 새로 이사 온 ‘이지안’-‘조제’라고도 칭했음-네 가족은 층간소음 유발자로써, 위 아래 층간소음의 갈등 원인을 제공하고 그 과정 중에 ‘가족 내 무관심’에 대한 이슈를 건든다.
제성의 부모는 불화와 화해를 거듭하면서 ‘가족애’를 생각하게 만들기도 하고, 제성이를 집밖으로 내몰아 냄으로써 ‘그 사건’에 휘말리게 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인권 센터에서 일하는 제성의 이모는 집에서 쫓겨난 제성이를 이모가 사는 빌라-‘그 사건’이 일어나는-로 데려오기도 하고 빌라 위층 301호에서 일어난 ‘그 사건’의 해결을 위해 애쓴다.
병원의 박 간호사와 미화 여사님도 알고 보니 제성이가 ‘그 사건’을 해결할 수 있도록 배후 지원해주는 역할이었고, 감초 역할인 줄 알았던 ‘창성이 형’-김효진의 사촌오빠-조차도 ‘그 사건’을 세상에 알리는 중요 역할을 담당했다.
심지어 오토바이에 치일 뻔했던 비스킷 1~2단계 할아버지의 잠깐 등장마저도 성제성과 이지안의 연결 심지역할을 해주는 동시에, 사회에서 외면당하는 노인을 잠시나마 짚고 넘어가게 해준다.
넷째로, 이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이면서, ‘액자소설’ 형태를 지니고 있다.
액자소설은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던 한 형태이다. 김동리의 <등신불>, 김동인의 <배따라기> 등과 같은 소설들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들에서 주요 이야기를 이끄는 자가 ‘나’는 아니다. ‘나’라는 인물이 또 다른 인물에게서 들은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이 소설 속 주요 내용을 이끈다.
그런데 <비스킷>은 조금 다르다. 주인공인 ‘나’-성제성-는 정신 치료 센터에 재입원을 하게 되었는데, 주치의가 ‘윗집에 무단 침입하려던 이유를 진실하게 써내면 타당성을 따져 퇴원을 고려해 보겠다고 제안’(p10)을 하여 서둘러 경위를 글로 쓰게 되었다.
제1장부터 제7장까지의 내용(p11~145)이 주인공인 ‘나’, 즉 제성이가 그간 일어났던 일을 노트에 글로 쓴 내용이며, 이 내용 자체가 소설 속의 ‘속 이야기’이다. 즉 ‘액자소설’이다.
마지막으로, 소설은 ‘그 사건’을 향해 서서히 휘몰아치며 흥미롭게 전개 된다.
최근 이슈가 되기도 했던 출생미신고 가족과 관련된 ‘그림자 아동’에 대한 것으로, 제성과 친구들은 이를 위해 소동과도 같은 모험담을 펼친다. 즉 ‘그 사건’의 전말은 이 소설의 핵심 사건이기에 흥미를 느낀 독자분이라면 읽어보길 바란다. 무척 흥미롭고,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 되게 되면 ‘비스킷’을 다시 보게 되며, 친구들 간의 우애와 신뢰에 대해서도 더 깊게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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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비스킷>은 ‘청소년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소설이다. 그리고 100% 청소년의 선택으로 선정된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 수상작품이다.
분명 청소년의 눈길과 마음을 당기는 어떤 매력이 이 책에 있다!
이에 대해선 여러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분들의 평론(책 뒷표지)과 함께, 이 책 말미에 삽입된 청소년 심사위원단의 찬사(p224~225)를 보면 어느 정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나는 이 책이 ‘성인’도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른된 입장에서 우리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사회문제’에 그 어떤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이런 문제를 알고도 모른 척 했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그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등을 되짚어 생각해보고 반성하며 관심을 기울여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