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욜라숲의 고양이들 - 어린이 환경동화
이태훈 지음 / 한사람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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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양이에 빠져 있다. 원래 나는 애완동물을 아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주변에 고양이 천지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동생은 결혼하고도 여전히 고양이를 대를 이어 키우고 있는데 지금 기르는 고양이는 ‘네로’이다. 지인 중에 니나라는 분도 ‘치치’와 ‘비키’라는 고양이 2마리를 키운다. 심지어 아들램도 고양이를 좋아하여 고양이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그런 환경이다보니, 여러 애완동물 중에서 고양이가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가끔 서점산책을 하곤 하는데, 간혹 책 표지에 고양이가 그려져 있으면 눈길이 간다. 얼마 전에는 우연히 고양이 두 마리가 귀엽게 그려져 있는 작은 그림책을 보고 재밌게 읽기도 하였다. ‘모후샌드’ 고양이 캐릭터 그림책이었는데, 고양이 형제의 일상이 잔잔하게 그려졌다.


이번에도 고양이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제목은 <삐욜라숲의 고양이들>.


초록 숲 배경 속에 고양이들이 각양각색으로 그려져 있다. 풀밭에 누워있기도 하고, 앉아 있기도 하고, 나무 줄기 위에서 노니는 고양이도 있다. 하얀색에 회색 얼룩이 예쁜 고양이 하나가 그루터기에 오롯이 앉아 있기도 하다. 주인공일까? 제목처럼 이곳은 ‘삐욜라숲’일 것이다. 그리고 그 숲속에 사는 고양이들인가 보다.


여기까지 보았을 때, 숲 속 고양이들의 아기자기한 에피소드 혹은 모험담 같은 것을 기대하였다. 마치 숲 속에서 버섯모양의 집을 짓고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는 ‘스머프(the smurfs)’의 왁자지껄한 이야기들인 <개구쟁이 스머프>와 같은 느낌이라든가, 고양이 ‘푸스’와 동료들이 펼치는 끝내주는 모험담의 애니메이션 <장화신은 고양이> 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책 표지 배경 속 저 멀리 아파트 마을이 보인다. 그리고 책 표지 모서리에 ‘어린이 환경동화’라고 표기되어 있다.


“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환경동화구나!”


숲속에 사는 고양이들이 인간에게서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아 환경적인 문제를 겪게 된다는 것 아닐까 하는 인상(印象)이 느껴졌다.


삐욜라숲은 사람들이 사는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숲이다. 삐욜라숲은 ‘울창했고 햇빛이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빽빽하게 가득했다. 들쥐들은 넘쳐났고 곤충이나 열매들도 풍성했다.’(p17) 이 숲 속에서 볼리타족 고양이들이 옹기종기 살고 있다.


그런데 주인공인 고양이 ‘미리’는 말한다. “언제부터인가 삐욜라숲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 변화는 서서히 다가왔지만 충격적이었다.”(p17) 그리고 ‘숲이 황폐해져 쥐들도 대부분 사라진 뒤였다. 끼니를 해결한다는 것이 어려운 때였다.’(p18) 이런 상황이기에 미리의 남편 ‘포쉬’가 먹이로 들쥐를 물고 왔을 때, 가족들은 쥐고기를 먹고 싶어 안달이 났다. 하지만 포쉬는 말했다. “이상해.” 포쉬는 뭔가 꺼림직함을 감지하고 “내가 먼저 먹어보고 이상이 없으면 줄게.”(p18)라고 말하고는 먹이를 입에 물고 한적한 곳으로 갔는데, 그는 죽은 채 누워 있었다.



이후 들쥐를 먹은 ‘카리’, 마을에서 음식을 얻어먹었던 ‘퓨츠’가 연이어 희생되었다.


‘돌멩이병’이라 이름 붙여진 이 전염병이 미리에게도 닥친 것 같아 무서웠다. ‘커다란 바위 덩어리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은 통증에, 미리는 끄윽끄윽 신음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p29) 심지어 똥에서 피까지 묻어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리는 삐욜라숲의 의사 ‘망치’를 찾아갔으나, “희망을 가지세요.”라는 망치의 말이 ‘절망’으로 들렸다.


돌멩이병에 걸린 고양이들은 대부분 두 달을 채 넘기지 못했다.(p49) 이에 미리는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p49) 삐욜라숲에 불어닥친 돌멩이병은 전염병처럼 번져나갔다.(p50) 또 다른 고양이 ‘타스’가 길거리에서 빳빳하게 죽었다.(p50)


이젠 ‘삐욜라숲에서 먹이를 구한다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고양이들은 하나둘 사람이 사는 마을로 내려가서 음식을 구해왔다.’(p56) 미리는 그게 내키지 않았지만, 남편인 포쉬가 떠나고 아이들이 커가자 미리는 하루하루 더욱 힘들어졌다. 그래서 결국 미리도 숲 아래 아파트 마을에서 음식을 구하였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뒤져 먹던 어느날 우연히 먹게 된 닭튀김은 한마디로 환상적이었다.(p61) 미리는 마을에 점점 더 자주 내려갔다. 마을에 가면 적어도 가족을 먹일 만큼 음식을 구해올 수 있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음식들이 좋아지기까지 했다.(p64)


그러나 가슴의 통증이 점점 심해지기만 하는 미리. 친구인 ‘수아’가 말했다. “삐욜라숲에서 산을 두 개 넘으면 해스숲이 나오는데 거기에 진짜 제대로 된 의사 고양이가 있다. 그는 마음속의 병까지 고친다.”(p73)



결국 미리는 해스숲으로 떠났다. 그리고 의사 ‘멀루’를 만나 ‘떡갈나무 처방전’을 받았다. 해스숲에서 만난 ‘올빼미’의 도움으로, 미리는 처방대로 편지를 썼고 삐욜라숲의 가족에게 편지를 전할 수 있었다. 미리는 처방대로 하고 멀루를 몇 차례 더 찾아간 뒤, 많이 회복이 되었다.


그리고 돌아온 삐욜라숲. 미리의 가족과 친구 수아, 볼리타족 고양이들과 나이가 가장 많은 ‘히스’ 장로가 미리를 반겼다. 히스 장로가 말했다.


“미리. 고맙다. 네가 삐욜라숲을 살렸구나.”(p116)


삐욜라숲에 일어난 변화!

“우리들 몸이 좋아지기 시작하니까 숲도 살아나기 시작했지. 이제 아무도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는 내려가지 않아. 더 이상 그렇게 할 필요가 없으니까.”(p119)


페이지 114에서 120를 보면, 삐욜라숲에 어떤 변화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자세히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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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삐욜라숲에 사는 볼리타족 고양이들이 겪은 환경적인 위협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흔히 ‘환경’과 관련된 저작물은 환경문제-오염, 지구온난화, 온실효과 등-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곤 하는데, 이 책 <삐욜라숲의 고양이들>은 그런 접근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아래와 같은 문구들이 나온다.


『삐욜라숲 아래 야트막한 언덕-‘자동차 언덕’이라 부르는-이 하나 있는데, 이곳에 어느날 사람들이 와서 무언가를 뿌리고 갔다. 개망초꽃이 ... 높이 자랐는데 사람들이 왔다 간 뒤로 모두 죽어 땅바닥에 곤두박칠쳐졌다. ... 사람들은 나중에 식량이 될 거라며 언덕에 무언가를 심었다. 그리고 못된 벌레들이 먹으면 안 된다며 뭔가를 뿌려댔다. 알고 보니 벌레를 죽이는 약이라 했다.(p22) 이후 ‘자동차 언덕에는 더 이상 나비와 메뚜기가 살지 못했다.’(p23)』



『이미 숲이 황폐해져서 끼니를 해결하기가 어려운 지경이기에, 고양이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사라이 사는 곳에 들어가 음식을 구’하곤 했다. 그런데 그들 모두 돌멩이병에 걸렸다.(p54) 어쩌면 돌멩이병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쉬쉬 하며 감추기에 급급한 고양이들이 스스로 불러들인 병’이었다. 심지어 사람들이 먹고 남긴 음식 찌꺼기를 먹으면 안 된다고 의사 망치가 계속해서 말했지만 고양이들은 그를 외면했다. 이미 사람들이 주는 음식 맛에 길들여진 고양이들은 쉽게 (사람 사는 곳으로 들어가는)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p55)』


『끔찍한 이야기가 드러났다. ‘농약’이라고 이름 붙은 이 약은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길러지는 모든 식물에 뿌려진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음식을 먹으면 사람들은 괜찮지만 동물에게는 아주 위험하다고 했다. 망치가 마을에서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고 말한 건 이 때문이었다. 게다가 닭튀김이나 생선에는 중금속이라는 무서운 약이 들어 있다고 했다.(p65)』


이를 통해 ‘인간’에게서 유래되는 ‘환경 파괴’가 간접적으로 드러나도록 하였고, 이에 더하여 주인공 미리를 비롯한 고양이들이 겪어야 했던 가족과 이웃을 잃는 슬픔, 그들이 앓게 된 병으로 인한 고통, 이를 극복하기 위한 모험과 슬프도록 아름다운 감동 등이 독자로 하여금 그들과 동일시되도록 느끼게 하여 ‘환경 문제’를 더욱 곱씹어 볼 수 있게끔 배가시킨다.


그러나 마냥 ‘인간’을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몰지만은 않는다. 아파트 마을에 사는 ‘마음’ 아저씨를 통해 고양이와 더불어 살고 환경을 지키고 후세에 전하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도 우리네 인간의 가슴속에 있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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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동생네에 갈 예정인데, 초등학생 막내 조카에게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 아마 고양이 때문에라도 좋아할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이 갖는 ‘가치’ 때문에 더더욱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조카를 비롯한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닥쳐올지도 모를 ‘환경 재앙’을 몸소 느끼고 좀 더 ‘환경 문제’에 관심 갖기를 바란다. 2018년 당시 15세 나이에 기후 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고 환경운동을 시작한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intin Eleonora Ernman Thunberg)’처럼, 우리나라에 제2의 그레타 툰베리가 등장하리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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