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의 발견
박영수 지음 / 사람in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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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말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지난번에 신간으로 발간된 <우리말의 발견>을 읽으며 다양한 우리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당시 우리말에 대한 정감을 느낄 수 있고 그에 따라 잊혀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 공감하며 우리말 단어에 관심도가 높아져 그 쓸모를 다질 수 있었다. 꽤 괜찮은 책이었다고 여기고 있던 중, 박영수 테마역사문화연구원 원장이 또다른 우리말 관련 책을 냈다. 바로 <어원의 발견>이다.

 

흔히 어원이라고 하면, 학창시절에 영단어를 암기할 때가 떠오른다. 영단어의 어원을 공부하면 그에 파생되는 다양한 영단어들을 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기에, 영어 과목의 공부 필요성 때문에 영단어의 어원을 암기했던 경험이 있다. 물론 시중에 영단어 어원 관련 책들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그럼 우린 우리말의 어원을 공부해 본 적이 있을까?

 

관련 전문직 종사자나 관계자 이외에는 아마도 우리말의 어원을 공부한 사람은 드물 것이다. ‘우리말의 어원을 공부할 필요성을 못 느끼거나 관심조차 없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우리말을 사용하는 우리나라 사람이기에 태어나면서 자국어로써 자연스럽게 말하고 익숙하기에 그냥 당연하게 생각하고 지나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릴 때 할머니께서 옛이야기를 해주실 때마다 첫 마디를 옛날 옛적 고리짝에~”로 시작하셨는데 나는 옛날 옛적 오래전에~” 쯤으로 받아들였다. ‘고리짝(옛 고)’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니었다. <어원의 발견>에 의하면, “조선 시대 사람들이 민담이나 전설을 아이들에게 들려줄 때 옛날 옛적 고려적에라고 말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옛날 옛적 고리짝에로 변한 것”(p19)이라고 나와 있다.

 

이처럼 우린 잘 알지도 못한 채우리말을 잘못 인식하고 잘못 사용하고 있을 수 있다.

 

나의 경우 수년 전 광고 카피라이터로 일할 때, 우리말에 대한 말맛을 살리며 제대로 광고 카피를 쓰기 위해 우리말에 관심을 보이고 공부를 했다. 이때는 주로 한글 맞춤법, 우리말 단어 등을 공부했는데, 그 당시의 경험 때문인지 여전히 우리말에 개인적인 관심도가 높은 편이다. 그렇지만 우리말의 어원까지는 별다르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왠지 흥미가 느껴져 이 책 <어원의 발견>에 관심이 갔다.

 

저자인 박영수 원장은, ‘어원역사가 있고 그 역할이 크다고 강조한다.

어원은 사소한 역사가 아니고,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작은 역사이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p4)

어원의 역할은 크다. 모든 말과 글에는 근원이 있는 까닭이다.”(p4)

 

이에 더하여 저자는 어원을 공부하는 일에 대해 다음처럼 언급한다.

어원을 공부하는 일은 단지 어떤 말이 생겨서 이루어진 역사적인 근원만 살피는 것이 아니고, 연관된 문화 지식과 역사를 알게 되는 흥미로운 여정이다. 낱말이나 관용어의 어원을 파악하면 글을 쓰거나 대화를 나눌 때 상황에 적확한 말을 골라 쓸 수 있다.”(p5)

 

이 책은 1, 2부로 나뉘어 있다.(p6)

1-의외의 어원을 가진 우리말은 알고 보면 색다른 유래를 가진 낱말을 다뤘고, 2-어원으로 살펴본 우리말 한자어는 자주 쓰는 한자어 중에서 말뿌리를 제대로 알면 이해에 더욱 도움이 되는 단어들을 선별하여 실었다.

 

특히 이 책의 구성 면에서 주목할 점이 2가지 있다.

 

하나는, 고대시가나 근현대소설 등 문학작품 속에서 우리말 단어의 사용 예시를 따왔다.

수많은 작품들 속에서 적재적소에 마침맞은 용례를 뽑아내는 작업은 저자의 우리말에 대한 남다른 애정(愛情)과 공력(功力)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현재 쓰이고 있는 우리말 단어의 유래를 쉽고도 풍부하게 해설해 놓은 점이다.

저자는 독자에게 우리말의 어원에 대해 알리기 위해 단어 뜻풀이와 그 변화, 역사 이야기, 설화나 고문 속에서 찾은 유래, 고어의 변천과정, 외래어, 불교, 단어의 조합 등 다양한 어원의 유래를 총동원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마치 이야기책을 읽는 듯한데 상식의 폭이 넓어지고 깊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말의 어원을 밝히기 위해 저자가 총동원하여 해설한 풍부한 읽을거리 때문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말 단어(차례 기준 250개 단어)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뜻과 유래를 자연스레 알게 된다.

 

앞서 기술한 옛날 옛적 고리짝에처럼,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우리말 유래가 이 책에 담뿍 담겨져 있다.

 


명절 때 가족친척이 모일 때 재미삼아 화투놀이를 하곤 하는데, 마지막에 많이 딴 사람이 잃은 사람에게 개평을 주기도 한다. 조선시대 상평통보(常平通寶)이라고 줄여 말하면서 낱개를 의미하는 ()’자를 앞에 붙인 데서 유래되었는데 그것이 우리말화 된 것이라고 한다.(p18) 놀음 관련으로 유래된 단어로 꼽사리도 있다. 놀음 할 때 판돈 대는 것을 살 댄다라고 했는데, 좋은 패가 나온 사람 편에 서서 살을 댄 데다 또 살을 대는 경우에 수량을 거듭 합친다는 의미의 이 붙어 생겨난 곱살이 유래이다.(p39)



개평처럼 한자어에서 유래되어 우리말화된 단어들이 꽤 있었다. ‘괴롭다()롭다’(p29)에서, ‘긴가민가그러한가 그렇지 않은가라는 의미의 기연(其然)가미연(未然)’(p36)에서 나왔다그런가 하면 내숭속 마음이 흉함을 이르는 한자어 내흉(內凶)’(p47)에서 온 말이고, ‘도무지얼굴에 칠하듯 종이를 붙여 죄인이 질식하게 만드는 형벌을 의미하는 도모지(塗貌紙)’ 형벌에서 온 단어이다.



양아치는 또 어떤가. “외국을 뜻하는 서양(西洋)’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아치가 결합된 단어인데, 구한말 문물개방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이 우리나라 문화와 관습을 무시하는 행태로 인해 그들을 비하하던 말이었다고 한다.(p94) “철 모르는 어린아이를 지칭하는 철부지또한 계절을 뜻하는 부지(不知)’가 합성된 말이다.(p177) ‘훌륭하다훌륭의 어원은 이지러지거나 모자람이 없이 이루어진 완전한 모양의 덩어리를 뜻하는 한자어 홀륜(囫圇)’이다.(p192)

 


불교와 관련하여 유래한 우리말도 꽤 많았는데, ‘발을 씻다’(p88), ‘살림’(p104), ‘수리수리 마수리’(p112), ‘시달리다’(p114), ‘이판사판’(p157), ‘기특하다’(p216), ‘무진장’(p235) 등의 어원이 불교였다는 점이 매우 신선하였다.

 

이 책을 통해 잘못 알고 있던 우리말 단어의 유래도 바로잡을 수 있었다.

감질나다감질감나무에서 감을 따는 짓쯤으로 잘못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수유나 음식 조절을 잘못하여 어린아이에게 생기는 병감질(=감병)’이 그 기원이었다.(p196)

또한 해가 진 뒤 어스레한 상태. 또는 그런 때를 의미하는 땅거미를 마치 거미가 땅 위를 스멀스멀 거닌다쯤으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검다’+‘-의 합성어였다!(p73)

 


더불어 낙서에 얽힌 일본 에도 시대의 이야기(p217), ‘호박씨 까다가 유래된 가난한 선비 부부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 펼쳐진다.

 

이렇듯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말 단어와 함께 잘 몰랐던 어원, 그리고 그 속에 숨은 이야기들을 알게 된다. 게다가 책 말미에는 찾아보기부록이 추가되어 있어서 우리말 사전으로도 활용하기 좋다.

 


이 책 <어원의 발견>은 가치가 있다. 저자 박영수 원장 그 가치에 대해 이렇게 말하였다.

낱말의 유래를 깨닫게 되면 ... 적재적소에 활용할 능력이 생기고 언어 사용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진다. 사회생활을 하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임이 틀림없다.”(p6)

 

이 책 <어원의 발견>을 읽고나서, 또 누가 알겠는가? 이 책 91 페이지에 나와 있는 조선 시대 숙종 때 어명에 따라 영남 지방 민심을 살피는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관명에게 일어났던 일이 독자에게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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