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우리들의 선거 꿈꾸는 문학 13
김경옥 지음 / 키다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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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정예빈’이 친구인 ‘노미란’의 권유로 정치동아리인 ‘웃는광장’에 가입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정예빈은 16살 중학생이다. 예빈의 아빠는 회사에서 부당해고를 당하여 1인시위를 하다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 가계가 어려워져 예빈의 엄마는 기업 홍보팀 마케터로 일하면서 투잡을 뛰게 되었다. 그리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도 계시다. 이런 환경 속에서 마치 암막 커튼으로 자신을 가리고 있듯, 세상에 무관심하고 꿈도 의욕도 없이 지내고 있었다.


그런 그였기에, 정치동아리 회장인 ‘주리나’가 예빈에게 한 말은 신선했을 것이다.

“잘 왔어. 오늘 이 모임에 나온 것만으로 앞으로 네 삶에 변화가 올 거야.”(p29)


「열여섯 우리들의 선거」는, 16살 주인공 정예빈이 정치동아리 ‘웃는광장’ 가입을 시작으로 여러 에피소드를 경험하고 여러 인물을 접하면서 차츰 ‘내적으로 변화해 가는’ 모습을 다룬다.



흔히 16살이라는 나이대의 청소년은, 어린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애매모호한 위치이다. 그렇기에 미성년으로서 보호를 받아야하기도 하면서 때로는 ‘다 큰 애’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신체적으로는 어른스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정신적, 지적으로는 아직 미성숙하고 혼란스러울 수 있다.


‘작가의 말’에도 청소년기 중학생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으나 또 한편으론 지독한 무관심 속에 자신을 가두기도 한다.’(p146)라고 김경옥 작가는 표현한다.



개중에는 공부하면서 지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자신의 꿈과 미래를 탐색하기도 하며, 사람들 사이에 개입하고 참여하면서 자신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예빈이처럼 무관심한 듯 조용하게 지내기도 한다.


「열여섯 우리들의 선거」의 에피소드 중에 ‘학생 자치회 활동’이 있다. 예빈이네 담임 선생님과 학생 자치회가 기획한 활동으로, 학생들의 진로에 맞는 활동을 계획하여 5개 부스에서 재미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수익금을 그린피스에 기부하는 것이었다.(p11)

‘환경’을 타이틀로 내건 학생 자치회 활동에 참여하는 여러 인물들 중에, 별명이 공대오빠인 ‘희성’은 코딩 기술, 사이트 제작 등에 능하다.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노미란’은 일찌감치 미술대학 진학 포부를 가지고 있으며 ‘폐타이어를 이용한 업사이클링 제품 디자인 부스’(p53)를 운영하였다.

‘주리나’의 여동생인 ‘주해나’는 반려 식물에 관심이 많아 ‘해나의 비밀 정원’이라는 반려 식물 사이트를 운영중에 있는데, 이번 자치 활동에서 ‘식물 추천 테스트’를 기획하였다.

한편 예빈은 ‘나도 무언가를 해야 했다.’라면서 고심하다가, 공기 정화식물인 ‘스칸디아모스’로 불리는 이끼를 이용해 액자를 만드는 체험 활동을 제안하였다.


이때 예빈에게서 ‘참여’에 대한 작은 변화가 하나 생긴다.

“아이들의 자치 활동 회의는 활발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나도 처음엔 탐탁지 않았었는데 은근히 활동이 기대되었다. 역시 친구들과의 만남은 나 같은 아이에게도 생생한 기운을 준다.”(p58)



「열여섯 우리들의 선거」의 이야기 큰 줄기는 ‘정치’와 ‘예빈의 변화 과정’이다.

‘웃는광장’ 정치동아리 회장인 ‘주리나’와 부회장 ‘방혁’이 각자의 정치적 행보를 보이는데, 이 시간적 흐름에 따라 정예빈이 이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관련된 주변 인물들과 접촉하며 경험을 나누는 과정에서 점차 예빈은 변화를 거듭해 간다.


고3인 ‘주리나’는 부유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미래발전당’ 지역구 청소년 선거 위원장 출마 선언(p24)을 했고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정치 관련 개인방송을 하면서 주장 강한 입담을 선보이며 인지도를 높여왔다. 이미 정당 활동을 2년 넘게 해 와서인지 개인 방송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였다.(p79) 결국 국회의원 비례대표 1번으로 공천을 받게 되었다.(p130)

마찬가지로 고3인 ‘방혁’은 조손가정으로 할머니 손에서 자랐고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해 알바를 한다.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하였고, 진지하고 반듯하다. ‘선진녹색당’ 지역구 청소년 선거 위원장 출마 생각(p31)을 내비쳤다. “우리 청소년들의 생각은 정치에 잘 반영되지 않아. 이제 우리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야. ‘당신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면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라는 말이 있어. 정말 혹독한 대가지.”(p19)라고 말 할 정도로, 정치적 관심이 강하며 진로를 정치로 정했다.(p121) 그러나 이번 ‘선진녹색당’ 지역구 청소년 선거 위원장 공천에서 떨어져 청소년 위원으로 선거를 돕게 된다.(p130)



고교생이 정치에 참여하고 위원장이니 국회의원이니 공천을 받는다는 내용이 흥미롭다. 「열여섯 우리들의 선거」의 시대적 배경은 공직선거법 개정된 이후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 초반에 주리나가 이에 대해 언급한다.

“정당 가입 연령은 만 16세로 낮아졌고, 만 18세도 공직자가 될 수 있어. 더군다나 이제 총선이 다가오고 있어. 정치권에서도 젊은 정치 바람이 불어서 각 당마다 청소년 대표를 두고 선거에 적극적으로 세우려는 거 잘 알지?”(p24)


이 즈음부터 예빈은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내 주변 아이들 입에서 정치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선거가 다가오고 있음을 피부로 느꼈다. 그동안 정치는 남의 일이었다. 아직 선거권이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정치는 늘 특별한 사람만 하는 것이고 나와는 상관없다고 여겼다. 당장 정치가 나의 무엇을 어떻게 바꿔 주는지 관심 가져 본 적이 없다. 이제는 뭔가 달라졌다.”(p58)


그리고 반문한다.

“그럼 열여섯 살의 나는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p91)


점차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당마다 청소년 당원을 모집하기 위해 열을 올렸다. 십 대 청소년들이 어느 당에 많이 가입하여 정당 활동을 하느냐는 당의 이미지와 지지율로 연결됐다.(p98) 이 시기 예빈은 한번 더 재고하면 생각을 추스른다.


“나도 최근 들어 정치에 관심이 많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의문이 가득하다. 청소년인 나는 청소년에 대해 이 세상과 사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관심 부족과 경험 부족’이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 18세 국회의원이 현실이 된다면 나처럼 정치에 무관심했던 아이들도 눈이 번쩍 뜨이는 건 사실이다.”(p102)


그리고 예빈은 생각이 깊어진다.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1인시위를 했던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해 돌아가시고 나서) 엄마는 그동안 투잡까지 뛰며 열심히 살아왔다. 그래도 삶이 나아지리라는 보장은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이제는 사회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집 같은 형편은 혜택과 지원이 필요하다.


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예빈은 섀도우(shadow)를 드러낸다.

‘이제껏 나는 정치에 무지했음을 고백한다.’(p115)



이 책 후반 무렵, 예빈과 방혁은 대화를 나눈다.(p121-122)

방혁 “정치와 선거는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야. 내가 먹고사는 문제와 아주 직결된 게 정치거든.”

예빈 “고백하자면 저는 이제껏 정치에 관심 없었어요. 선고도 관심 없고...”

방혁 “괜찮아. 이렇게 조금씩 알아 가면 되는 거야. 사람에 대한 관심도 똑같잖아. 몰랐던 것을 조금씩 알아 가면서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잖아.”

예빈 “그럼 ...... 선배는 진짜 정치 활동을 하려고 그러는 거예요?”

방혁 “응. 난 내 진로를 정치로 정했어. 솔직히 세상을 바꾸고, 정의를 바로 세우고, 이런 거창한 구호는 싫어. 다만 정직하게, 옳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것뿐이야. 물론 밥벌이도 되어야겠지.”

예빈 “정치가 정말 삶을 바꿔 줄까요?”

방혁 “당연하지.”


그리고 마침내 예빈은 환희에 차서 소리친다.

“바빴어. 내게 무슨 일인가 벌어졌거든!”(p127)


‘그랬다. 늘 똑같은 오후의 햇빛이 어느 날 내 피부에 다르게 와닿았다는 건 분명 큰일이었다. 이전의 날들은 표백되어 사라졌다. 그날 오후의 빛깔만이 내게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것은 연등에서 새어 나오던 빛처럼 나를 울렁거리게 했고, 다시 태어난 듯한 황홀감마저 안겨 주었다.’(p127)



이 책 「열여섯 우리들의 선거」는 읽는 재미가 또렷하다.


우선, 학생 정치를 다룬다.

좀 뜻밖이다. 학생, 특히 중고등학생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실제 우리나라 선거법이 바뀌었다. 2022년부터 정당 가입 연령은 만 16세로 낮아졌고, 만 18세도 공직자가 될 수 있다.



둘째로, 주인공 예빈의 변화가 포인트이다.


셋째로, 반려 식물과 인물 간의 매칭이다.

‘반려 식물’이라는 게 낯설었는데, 생각해보면 ‘반려자’, ‘반려 동물’도 있지 않은가.

주해나는 ‘고사리 식물’이 반려 식물이다.(p63) 주리나는 ‘보라색 수국’인데, 거짓, 변덕, 차가운 거짓말쟁이를 뜻한다고 한다.(p64-65) 방혁은 ‘이끼’라고 한다.(p94)

이에 대해 방혁은 말한다.

“나는 원래 이끼류를 좋아하거든. 축축하고 습한 곳을 좋아하는 이끼들은 신비스럽기도 하고 말이야. 이끼는 물속에 살던 원시적인 식물이 육지 생활로 이행해 가는 중간 단계의 생물이라고 해나가 말해 줬어. 더구나 심하게 오염된 지역에서는 절대 자랄 수 없다니 이만큼 인간을 각성하게 해 주는 식물이 또 있을까?”(p94)

정예빈은 ‘레티지아철화’이다. 진실, 솔직, 믿음직하며 고집스럽게 변신을 꾀한다고 한다.(p70)



넷째로, 노미란이 보여주는 태도 변화이다.

주리나의 개인방송에 열심히 댓글 달며 응원을 보냈다가, 도중에 방혁에게로 지지하는 마음이 바뀌었는데(p106), 나중에는 “나 방혁 오빠 지지한다고 말한 적 없거든. 난 처음부터 리라 언니였다고!” 하면서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말을 바꿨다.(p130)

이 모습은 우리나라 철새 정치 또는 일부 국민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다섯째로,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폭로 비방전이다.

주해나가 언니인 주리나에 대한 “공천 약속 받았다”는 정치적 뒷거래를 폭로하였고, “주리나는 완전히 권력에 눈이 멀었어.”라고 비방하였다.

이로 인해 노미란과 신경전이 벌어진다.(p130~136)


마지막으로, ‘정예빈’의 ‘변화된 모습’과 ‘행동’이다.

‘내 마음 속에 옅은 분노와 오기가 생겨났다. 이대로 가만히 있기보다는 나도 뭔가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일었다. 변신을 꾀하는 레티지아철화처럼,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해 끝까지 지키고 고집 부리던 아빠처럼.’(p137)

그리고 예빈은 결정한다.

‘나도 이제 내 삶을 바꿀 행동을 시작한다! (p139)

그리고 예빈은 행동에 나선다.


이 책은 ‘청소년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소설이다. 어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정치’를 읽어 낼 수도 있다. 또는 ‘정예빈의 변화’에 눈길이 갈 수도 있다. ‘친구’를 볼 수도 있고, ‘꿈’이나 ‘관심거리’를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이 책이 ‘성인’도 읽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청소년 시기에 청소년의 심경 변화 이전에, 어른된 입장에서 ‘청소년기’를 되짚어 보고 현재 ‘어른의 모습’을 반성해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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