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하비 행복한 책꽂이 25
오미경 지음, 이지현 그림 / 키다리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표지 그림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그리움이었다. 어떤 한 아이 주변에 여러 가지 형상들이 둥둥 떠 있고, 아이가 목각 인형을 들고 바라보는 모습에서 왠지 그런 느낌이 느껴졌다.

제목에 있는 하비라는 존재를 생각하며 그리워하는 건 아닐까 추측해보았다.

그런데 하비는 누굴까?”

 


첫 장에 하비의 정체가 나온다.

하비는 우리 할아버지야. 난 아기 때부터 할아버지를 그렇게 불렀어."(p6)


주인공인 무무는 하비와 둘도 없는 친구라고 말한다.

하비는 둘도 없는 내 친구야. 보건소 다니는 엄마는 바쁘고, 아빠는 회사 일로 약국에 나가 있거든. 하비와 나는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아주 많아.”(p6)



하비는 무무의 비밀기지인 용의 배꼽 울타리를 만들어 주었다. 용 모양의 주목 나무 울타리이다. 하비는 이 울타리를 솜씨 좋게 손질해주곤 하였다. 그 안에 무무를 위해 인디언 텐트로 만들어 주었다. 이곳은 비밀기지인 용의 배꼽의 중심이다.

이곳을 기린, 조랑말, 호랑이, 낙타 모양의 나무 인형들이 지키고 있는데, 이것도 하비가 만들었다. 무무가 어릴 때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나무로 피노키오 인형도 만들었다.(p11)



하비가 만들어준 것은 또 있다. 마법의 저금통.

하비는 저금통이 꽉 차면 마법이 일어날 거라고 했고, 무무는 민지가 나를 좋아하게 되는 마법이 일어나면 얼마나 좋을까?”(p32)하면서 저금통에 멋진 나를 채워 나가고 있었다. 무무는 이 저금통을 많이 채워 나갔다.

밤에 혼자 마당에 나가기, 살구나무 오르기, 외발뛰기로 마당 한 바퀴 돌기, 줄넘기 백 번, 수제비 먹기, 학교에서 똥 참지 않기...”(p32)


무무는 손재주 많은 하비와 함께 사는 초등학생으로, 학교 친구인 민지를 좋아하여 민지와 가까워지기 위해 많이 웃겨주려고 노력한다.


나만의 비밀기지, 내 인형과 장난감들, 나만의 비밀이야기를 꽁꽁 숨겨놓은 비밀의 상자 등...

어린 시절에 꿈꾸었던 일들이고, 실제로 어린 시절에 해보았던 추억들이다.

어른이 된 지금은 현실을 살아가기 바쁘다보니 지난날을 되돌아 볼 여유 없이 지내왔는데, 이 책 <안녕, 나의 하비>를 읽으면서 나 어릴 때 이런 일도 있었지?!” 하면서 감성에 젖어 감탄하게 되고 지난날을 회상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이 외에도 까만 망태 파란 망태 이야기’, ‘강물에서 물고기 잡기’, ‘물수제비 띄우기’, ‘자전거 타기등 하비와 함께 한 더 많은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어릴 때의 다양한 추억거리를 포착하여 이야기로 만든 오미경 작가님의 글을 보면서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어 좋았고, 특히 이지현 작가님의 수수하면서 밝은 분위기의 그림은 떠올려진 어린 시절을 잊혀지지 않게 꽉 잡아주어 좋았다.

 

이야기는 중반을 지나면서 계절의 변화와 하비의 변화를 빗대어 묘사하면서, 온 세상이 얼어붙은 겨울에 무무는 하비와 작별인사를 하게 된다. 무무는 하비를 꼭 안으며 말했다. 하비가 제 할아버지여서 정말 좋아요. 하비, 사랑해요!”(p80)

 

한동안 하비와의 작별로 울적하기만 했던 무무는 하비가 파란 도깨비를 만들어주며 해 준 말이 떠올랐다.

무무! 아무리 슬퍼도 잘 찾아보면 웃을 일이 남아 있단다.”(p86)

 

무무는 마법의 저금통에 하비가 없어도 울지 않고 씩씩하게 지내기를 종이에 적어 넣었다.(p90)



하비가 가르쳐준 물수제비 띄우기로 민지의 마음을 사로잡고, 무무 집으로 놀러오기로 한 민지가 그날 활짝 웃으며 달려오는 모습에 무무는 기쁨에 들떴다.

하비 말이 맞나 봐. 왠지 곧 마법이 일어날 것만 같아.”(p92)

 

하비는 떠났지만 무무 곁에 남아 무무를 지켜주는 듯한, 포근함과 감동이 느껴진다.



이 책은 내게 오래전 외할머니와의 작별의 시간을 떠올리게 했다. 항상 나를 볼 때마다 내새끼~”하면서 귀여워해주시고 맛난 거 챙겨주시고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포근한 분이셨다. 병에 걸리셔서 약해지고 돌아가실 때 눈물을 또로록 흘리시며 눈을 감으셨다. 나는 그때 하늘이 떠나가도록 울었다.

 

누구나에게 추억 속 인물이 있을 것이다. 그와 함께 했던 일, 추억거리들이 있을 것이다. 다만 이들을 되돌아볼 여유가 없거나 떠올릴 만한 트리거(trigger)가 없었을 것이다


삶의 여유를 느끼지 못하고 지내는 당신, 현실에 매몰되어 살고 있는 당신, 머리가 복잡한데 갈피를 잡지 못하는 당신, 옛 일을 떠올리고 싶어도 도무지 떠올리지 못하는 당신께 이 책 <안녕, 나의 하비>는 트리거로 작용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