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교과서 - 생초보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경매, 개정판
안정일 지음 / 지상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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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뉴스보도로 접한 내용이다. 법원에서 ‘최저가 억 단위 경매’에 입찰하여 낙찰받긴 했는데, 알고 보니 원래 쓰려고 했던 경매입찰금액에 실수로 0 하나를 더 써서 낙찰가가 십억 단위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결국 낙찰 받은 사람이 경매 낙찰금을 낼 수 없어 낙찰 포기하고 입찰보증금 수천 만 원을 날렸다는 것이다.
이 사람은 실수였다지만, 실제 경매라는 것이 법적인 절차 아닌가? 뭔가 계산을 잘못했다거나 어떤 법적인 어려운 절차적인 면이 있었기에 그런 실수도 했지 싶다. 그래서 ‘경매는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 <경매 교과서>는 아주 대놓고 호언장담 하듯이 책머리에 “생초보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경매”라는 문구를 달아 놓았다.
“아니, 어렵게만 느껴지는 경매가 쉽다고??”
솔직히 나는 이 책을 반신반의했다.


저자인 안정일 님은 경매로 집이 날아간 적이 있다고 한다. 이를 딛고 2004년에 종자돈 3,000만원으로 경매 세계에 투신한 이래 수년간 경매로 일군 자산이 상당하며, 채널A ‘서민갑부’에도 출연할 만큼 경매로 성공한 케이스이다. 게다가 단지 경매 현장에서 뛰기만 한 게 아니라, 경매 강의도 해왔다고 한다.
“경매에 입문한 지 18년, 강의를 시작한 지 14년 만(에)... 강의할 때 사용하는... 교재를 정리해서 정식 책으로 출간하게 됐습니다.”(p4)


저자가 꼭 하고 싶었던 얘기가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경매는 어려운 게 아니다. 경매를 한다고 해서 어려운 물건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쉬운 물건을 해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p4)


책을 읽다보니, [법원 경매 입찰 방법]이 나와 있다.(p199-204)
관심 가는 경매 물건이 속하는 관할구역의 해당 관할법원으로 경매입찰일에 신분증, 입찰보증금, 도장을 들고 방문하여 입찰마감시간 이내에 ‘입찰표’를 기재하여 ‘입찰함’에 넣고 대기했다가 결과가 나오면 ‘낙찰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경매 입찰 방법은 ‘쉽다’는 건 알겠다.


경매에 참여코자 하려면 경매의 속 알맹이를 공부해야할 텐데, 일반적인 부동산 관련 책에는 각종 이론, 법조항, 판례들이 많다. 실제로 ‘공인중개사시험’ 교재들을 포함하여 부동산 관련 책들이 대체로 그렇다.



그럼 이 책 <경매 교과서>는 어떨까.

부동산 경매와 관련된 까다로운 법조문이나 판례 등의 어려운 내용을 공부하라고 하지 않는다. 일부 필요한 법 내용이나 판례가 사례 형태로 보이긴 하지만, 저자는 “굳이 해당 법조문을 읽어 볼 필요는 없어요.”(p39)라고 말한다. 그 이유가 있었다.


저자가 경매 현장에서 스스로 터득한 노하우와 관련 법에서 뽑아낸 필요한 내용을 아울러서 경매 강의를 하였고 그렇게 14년간 누적되면서 정리되고 다듬어진 이른바 ‘실전 경매’의 정수(精髓)들이 바로 이 책 <경매 교과서>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막상 읽다보니 왠지 모르게 술술 읽혀졌다.


“우리가 말하는 ‘경매를 배운다’라는 것은 결국 이 ‘배당을 배운다’는 뜻이에요. 얼마에 낙찰됐을 때, ‘누가 얼마를 받는가’ 하는 것이 배당입니다.”(p12)


“우리가 주목하는 부분이 바로 이 점이에요. 못 받는 채권자, 미회수 채권입니다.”(p13)


“빚은 사라지지 않고, 끝까지 쫓아갑니다. ... 빚을 진 사람, 채무자. ... 그리고 한 명 더 있어요. 바로 (경매로) 집을 산 사람, 낙찰자예요.”(p14)


“결국 ‘권리분석’이란 바로 미회수 채권을 누가 책임지느냐를 따지는 겁니다.”(p14)


“경매로 집이 낙찰되면 법원에서는 채권자에게 배당을 해줍니다. 얼마에 낙찰을 받아서 채권자들에게 얼마씩 나누어 주느냐 따져봐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게 권리분석입니다. ... 만약 권리분석을 했는데, 빚을 낙찰자가 인수해야 한다면? 인수할 금액을 감안해서 그만큼 가격을 낮춰서 입찰가를 정하면 됩니다.”(p15)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책 목차에 소개되어 있는 총 9개에 달하는 모든 장(경매, 권리분석의 시작, 임차인, 소액임차인, 안분배당, 다가구주택, 말소 기준권리 5가지, 땅, 임차인 대항력 발생 시점)을 다 읽어 내게 된다.




막상 읽다보니, 뜬금없이 ‘밥 아저씨’가 떠올랐다. 예전 EBS [그림을 그립시다] 프로그램에서 쓱쓱 손쉽게 그림을 그리고는 밥 아저씨가 했던 말.


“참 쉽죠~”


딱 이런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경매’는 대략 이렇다.

- 권리분석을 하여, ‘말소기준권리’를 찾는다.
- 말소기준권리를 기점으로 배당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 후순위 ‘소멸’되는 부분과 선순위 ‘인수’할 부분을 따진다.
- 인수할 금액을 감안하여 낙찰가를 정하여 입찰한다.


관련하여 권리분석, 말소기준권리, 배당, 소멸, 인수 등을 비롯한 상당히 많은 용어들이 이 책에 등장하는데, 걱정할 필요는 없다. 책 중간중간에 용어 풀이를 해주는 [용어해석 Tip]이 있어서 도움을 준다. 저자가 추가적으로 중요하다고 짚어주는 Tip들은 [여기서 잠깐]에서 다루고 있다. 또한 ‘명심해야 할 사항’들은 요점정리를 해서 보여준다.



용어 풀이, 이론적 설명, Tip, 요점정리가 있다고 하여 경매를 제대로 배울 수 있겠는가. 이것 또한 걱정할 필요 없다. 역시나 다양한 사례들을 들어 분석하고 조목조목 따져줌으로써 경매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길라잡이’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있다.




이 책을 완독하고 나니, 맨 처음 반신반의했던 의심은 사라지고 ‘어? 경매가 이런 거라면 나도 한번 해 볼만 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경매를 해볼 생각이라면, 이 책을 몇 회독하면서 권리분석하는 방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낙찰가를 정해 입찰표를 써 낼 수 있도록 연습 좀 하면 될 것 같다.




이 책에는 또 하나 특이점이 있다. 

굳이 경매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이 책은 읽어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꼭 필요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던 ‘임대차 및 매매 관련 부동산 상식’도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면 대부분 집에서 살기 마련이므로 전월세 임대차계약, 부동산 매매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성장 후 사회에 나올 때까지, 임대차계약서 또는 매매계약서를 쓰는 방법을 배운 적이 있던가? 

계약할 때 주의사항을 아는가? 아니면 임대차보호법을 배운 적이 있던가?(p102-147) 

전월세 사기를 안 당하기 위한 방법을 그 누가 알려 주었나?(p92-100) 

혹시 살고 있던 집이 경매에 넘겨졌을 때를 대비하여 임차인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책에 대해 학교에서 알려 주던가?(p67) 

확정일자가 뭔지 왜 필요한지나 알고 있는가?(p61)




난 학교에서 그런 걸 배운 적이 전혀 없다. 아니 가르쳐 주지도 않았다. 어떤 것은 살면서 알게 되었고, 어떤 것은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서문에 이 책이 집필된 목표가 나와 있다. “우리의 목표는... 그냥 ‘경매’만 하면 됩니다. ... 이 책이 경매하는 데 필요충분 조건의 책이 될 것이라고 자부합니다.”(p4)
나도 여기에 동감한다. 그렇기에 안정일 저자는 자신있게 책 제목을 <경매 교과서>라 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 <임차인이 경매와 임대 사기에서 온전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별도의 부제를 달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만큼 이 책은 임차인들에게도 필요한 책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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