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직업은 ‘사회복지사’이다. 아들과의 지치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매일 고민하던 차에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배우고 실천해 왔던 기술’을 아들을 키우는 데 적용해 봤고, 그 덕에 아들은 예전보다 많이 달라졌고 여전히 달라지고 있으며, 아들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p5)
저자의 아들은 사회성 결핍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았다. 발이 더우면 실내화를 벗고 다니고, 관심 없으면 대답도 안 했으며 단체활동에도 잘 참여를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이 아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거라 단정하곤 했지만, 저자는 ‘그냥 성향이 그런 애’라고 하였다.
사회복지 실천의 기본은 ‘상대를 믿어 주는 것’이다. 이렇듯 아들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믿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아들의 속도에 맞추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규칙을 알려주는 것이다.(p6~7)
저자는 ‘사회복지 실천’이 ‘자녀 양육’과 통하는 부분이 많음을 깨달았고, 이 책을 통해 아들을 키우며 겪었던 것을 중심으로 아들 양육 시 필요한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의 목차를 보면 책 구성이 섹션별로 잘 정돈되어 있고 독자의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논리정연하며 조근조근 잘 설명이 되어 있다. 아마도 저자의 그러한 성향이 책 구성에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제1장은 아들의 특징이, 제2장과 제3장은 아들의 감성지수를 높이고 아들과 소통을 잘 하는 교육법이 소개되어 있다. 제4장은 아들에게 잘 맞는 훈육의 기술, 제5장은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교육법, 제6장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가르쳐야 할 교육법이 소개되어 있다.
아들이 ‘아들’일 수밖에 없는 선천적인 생리학적 이유 2가지가 먼저 나온다.
우선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다. 아들의 ‘남성성’은 태생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이란 호르몬에 지배되고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아들의 뇌에 영향을 미쳐 공격성, 경쟁심을 지니고 모험적 행동을 하게 한다. 아들의 이상 행동은 철저하게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이다.(p23)
다음으로 뇌 부위의 발달 차이이다. 딸은 기억, 정서와 관련있는 ‘해마’가 크고, 감정과 공감 능력을 담당하는 백질이 많을뿐더러 자라면서 감정 담당 부위가 대뇌피질 전체로 넓어진다. 반면에 아들은 ‘편도’라고 하는 뇌의 작은 부위에서 감정을 담당해서 ‘감정’과 관련된 그 어떤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다. 그래서 일할 때 오로지 목표에만 집중할 수 있다. 감정 처리 관련하여 반항, 방어, 충동적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아들이 아들일 수밖에 없는’ 아들의 특징을 머리로 이해한 다음, 제2장에서 ‘아들의 감성지수를 높이는 법’을 활용토록 한다. 이렇게 감성지수가 올라간 아들과 제3장을 통해 ‘소통’으로 이어지고, 이후 ‘훈육’과 ‘마음 단단하게 하기’ 등으로 아들과 교감하도록, 이 책은 독자를 도울 것이다.
저자의 아이 감정 반응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아이는 감정 반응이 커서, 잘 놀다가도 감정이 상하면 매우 크게 반응하고 화를 냈고, 작은 일에도 흥분하고 그 반응 정도가 거셌다고 한다.(p62) 이 부분은 아들 키우는 입장에서 실제 나도 경험해본 적이 있어서 무척 공감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감정 조절법’, ‘감정 이해하기’, ‘아들의 상황을 공감하고 신뢰하는 공감능력 키우기’ 등을 제시하고 있다.
아들과 이야기하는 게 답답한 독자라면, ‘아들과 소통하기’, ‘칭찬하는 법’, ‘아들의 말을 경청 잘함으로써 의사소통하기’, ‘아들용 잔소리 원칙’ 등 책 속에 제시된 주요 내용들이 무척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나니, 이 책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제4장 아들에게 맞는 훈육의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아들과의 소통도 소통이지만, 아들의 잘못된 방식과 행동거지, 마음상태 등을 꾸짖고 훈육해야 할 땐 너무도 힘이 들었다. 잘못된 가치관을 형성하여 잘못된 길을 갈 수도 있기에, 이를 방치할 수도 없다.
이와 반대로 철저히 바로잡고자 거세고 단호하게 훈육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훈육은 의미가 없음을 다들 ‘체감’하여 알 것이다. 직장에 다니는 어른이라면 업무상 오류나 잘못이 있을 때 직장상사로부터 인격 모욕성 발언과 질타를 당해봤을 것이고, 추후에 그들이 해주는 “다 당신 잘 되라고 하는 말이었다.”라는 말에 일말의 공감도 할 수 없다. 특히 성장하는 아이이기에 상처로 남을 수도 있으므로, ‘비난어린 단호한 훈육은 좋지 않다’고 나 스스로 마음 속에 새겨두고 있었다.
이에, 저자는 ‘아들에게 효과적인 꾸짖기 방법’, ‘아들의 행동을 고치기 위한 효과적인 반복 말하기 방법’, ‘아들을 움직이게 하는 논리적인 훈육법’ 등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니 아들 때문에 지치고 힘겨웠던 적이 있었다. 아들과의 소통 부분은 그나마 무난한 편이었지만, 아이를 훈육해야 했을 때가 심적으로 힘겨웠다.
기억나는 일이 하나 있다. 아들 미취학 시기였다. 어린 아들이 엄마에게 큰소리로 반항 비슷한 행태를 부린 적이 있었다.(지금 이 책을 읽어서 그 이유를 알겠다. 그러나 그 당시엔 몰랐다. 그저 어른에게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아이를 불러 세우고 이유를 묻고 잘잘못을 가리고 꾸짖었다. 나름 ‘왜 잘못된 행동인지’를 잘 이해되도록 얘기한다고 했다. 그러나 혼나고 있는 ‘작은 아이’ 입장에서 혼내고 있는 ‘거대한 어른’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보였을까’ 싶다. 짐작컨대 “무서운 괴물”로 보였을지 모른다.
현세에서 다들 ‘한 번 살아가는 삶’이기에, 모든 것이 ‘첫경험’이다. 아이는 ‘아이 시기’를 처음 겪고 있는 상황에서 ‘왜 자기가 그렇게 감정 반응을 하고,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깨닫지도 설명하지도 못할 것이다. 부모도 자라나는 아이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부모된 입장에서, 아이의 탄생과 육아 등 그 모든 것들이 ‘첫경험’일 뿐이다.
아이는 아이가 접하는 모든 ‘첫경험’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여린 존재이다. 다행히 부모는 ‘학습’이 익숙한 인격체이다. 어르신의 경험 및 노하우를 얻거나 전문가의 지적 산물을 구함으로써 학습할 수 있고 깨달을 수 있으며 실천해 나갈 수 있다.
이젠 핵가족 시대이고 맞벌이 부모도 많다보니, ‘전문가’에 의존해야 하는 비중이 높을 것이다. 나도 아들을 키우면서 책에 의존한 적이 있는데, 육아 관련 전문도서가 현학적, 학구적 내용이 다분히 있어서 부드럽게 읽어내기가 쉽진 않았다.
그런데 이 책 <아들에게는 아들의 속도가 있습니다>는 좀 달랐다.
‘아들’의 특성과 육아 관련 배경지식이 되는 전문적 내용과, ‘사회복지사’로서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대상자들을 대하면서 알게 된 실천 노하우를 ‘엄마’로서 실제 아들을 키우는 양육 환경에 접목한 과정과 그 성과가 녹아들어 있기에, 왠지 ‘공감’이 되고 ‘신뢰감’이 느껴지며 무엇보다도 전문도서의 느낌인데 기존의 전문도서들 같은 현학적인 냄새가 나지 않아서 매우 읽어내기가 쉽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지막 제5장과 제6장은 아들이 좀 더 커가면서 10대 사춘기, 심지어 20대 어른으로 성장하게 될 때까지도 염두에 두고 작성된 섹션으로, ‘엄마의 마음’이 담뿍 담겨져 있다. 이 시기를 준비하거나 마침 시기에 놓여있는 아들을 두었다면 읽어보면 좋을 내용들이다.
추가적으로 하나 더 남기고 싶은 책 속 문구가 있다.
“아들이 어른 남자와 강한 유대를 갖게 하고 세상을 배워나가게 해야 한다. 아들이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는 문제 해결을 도와야 한다. 이들은 존경하는 남자의 인정을 받으면 의지가 높아진다. 아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내가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들은 어른 남자의 역할 모델을 통해 성장하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아들이 초등학생이 되면 ‘아빠’의 역할이 중요해진다.”(p31~32)
이 책은 엄마가 아들을 대하면서 쓴 책이다 보니 왠지 ‘엄마의 마음’이 많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이의 양육에 ‘아빠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점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