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터네이트 (일반판) - Alternate
가토 시게아키 지음, 김현화 옮김, 반지수 일러스트 / ㈜소미미디어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얼터네이트>는 엔메이학원고등학교의 3학년 ‘니미 이루루’와 1학년 ‘반 나즈’, 그리고 오사카에서 다니던 고등학교를 중퇴한 ‘다라오카 나오시’ 이렇게 3명의 10대가 주인공인 청춘들의 이야기이다.

총 24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3명의 주인공 이야기가 매 장마다 이루루, 나즈, 나오시 순으로 번갈아가며 펼쳐지게 구성되어 있다.



‘니미 이루루’는 학교의 요리 동아리 부장을 맡고 있고, 원예부장인 ‘다이키’와 친구다. 이루루는 고등학생 대상의 요리경연대회인 ‘원포션’에 도전한다. 부모님이 일식집 ‘니이미’를 운영하기에 이루루가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을 거라고들 남들은 추측하지만, 이루루의 아빠는 이루루가 가게에 오는 걸 그다지 흡족하게 여기지 않았고 더군다나 이루루에게 응원은커녕 “요리사가 되지 마”라고 틈이 날 때면 말했다.(p246) 이루루는 아주 어릴 때부터 요리 프로그램을 좋아했고 먹고 싶은 것을 고르는 즐거움에 눈을 떴으며, 성장하면서 요리 지식은 독학으로 익히면서 요리 실력을 늘려갔다.

직전년도에 1년 선배이자 당시 요리 동아리 부장인 ‘다가 미오’와 파트너로 ‘원포션’에 출전하여 결승까지 올라갔으나, 에이세이 제1고등학교의 ‘미우라 에이지’의 팀에게 져서 준우승을 했다. 이제 다시금 ‘원포션’에 재도전을 하기 위해 관계가 소원했지만 요리 테마 스토리가 인상적이었던 ‘무화과초밥’ 레시피를 제안한 ‘야마기리 에미쿠’와 새로운 파트너로서 호흡을 맞추며 준비를 하는 와중에, 이루루와 미우라 간의 교제, ‘원포션’ 본선에서의 여러 갈등과 고민, 극복 과정을 거치게 된다.



‘반 나즈’는 ‘얼터네이트’ 앱의 신봉자로, 친구인 ‘시오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그녀에게 앱의 사용법 등에 대한 조언을 구할 정도이다. 그러나 나즈는 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잘 사용하지만, 이제껏 앱을 통해 그 누군가를 만나본 적은 없다. 앱을 통해 조건에 맞는 상대방과의 매칭률이 높아봐야 60퍼센트라는데, 나즈는 80퍼센트 이상인 사람을 찾게 되면 그때는 만나보려고 한다고 말했다.(p43) 즉 ‘운명적인 만남’을 고대하는 것으로, 결국 앱의 새로운 서비스인 유전자 레벨 궁합을 매칭한다는 ‘진 매치’서비스를 통해 92.3퍼센트라는 거짓말 같은 매칭율의 상대방 ‘가쓰라다 무우’를 만나보게 된다. 그러나 나즈가 생각해왔던 ‘운명’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 상대의 모습, 태도 등에 실망감을 느끼게 되고, 고민과 갈등을 하게 된다.



‘다라오카 나오시’는 나오시의 아빠가 원양어선을 타고 있어 오래 집을 비우다보니 할머니의 보호 아래 남동생과 살고 있다. 나오시가 어릴 때 엄마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이후 치료비 등으로 빚까지 졌을 정도로 가난한 환경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는 음악 밴드를 만들고 싶은 꿈을 꾸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경제적인 문제로 알바를 계속하고 있다. 나오시는 드럼을 친다. 초등학생 시절 우연히 드럼소리에 이끌려 ‘보니토’라는 바에 들렀다가 ‘마사오’ 아저씨에게서 드럼을 배웠고 초등 3학년 때 같은 반이 된 ‘안베 유타카’가 기타를 친다고 하여 함께 합주를 하며 실력을 다졌다. 그러나 유타카가 5학년 때 전학을 갔고 마사오 아저씨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시점에, 나오시는 오사카에서 도쿄로 유타카를 만나러 갔다. 그 이후 집을 나와 여름동안 미우라 반도의 료칸에서 알바를 하다가 알바 동료인 ‘겐이치’와 도쿄의 뮤지션 한정 셰어하우스에 묵으며 드럼 뮤지션으로서의 꿈을 꾸던 중 ‘사에야마 미우’와 알게 되고, 여러 상황과 사건에 직면하면서 미우 및 유타카와 오해, 갈등을 겪게 된다.



이들의 관계 속에 ‘얼터네이트’라는 앱이 한 역할을 한다.

얼터네이트는, 고등학교 한정의 SNS 앱으로, 서로가 플로우를 보내서 커넥트되면 메시지 등의 직접적인 대화가 가능해지고, 유저가 지정한 조건에 맞춰 수많은 고등학생 중에서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을 추천해주는 중개인 역할도 한다.(p30~31)


이루루는 얼터네이트 앱을 깔긴 했지만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포션’ 결선 이후 이루루의 팬이 늘면서 얼터네이트를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게 된다.

나즈는 얼터네이트를 ‘운명적인 만남’의 수단으로 신봉하다가 앱을 통한 2차례의 매칭 만남 이후 이렇게 결심한다. “난 (운명적인 만남을 위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싫어! 지금까지의 나를 부정하지 않을 거야! 더 더 나를 믿을 거야! 나 자신을 더 좋아할 거야! 그러기 위해서 난 나를 성장시킬 거야!”(p468) 이후 나즈는 앱에 의존하지 않기로 했다.

나오시는 고교 중퇴로 인해 얼터네이트 앱을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이 상실되어 앱을 통해 친구들과 소통할 수 없게 되었고, 이 때문에 유타카를 만나기 위해 도쿄까지 움직여 와야 했다. 결국 나오시는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얼터네이트를 부활시켰고, 이를 통해 멤버를 커넥트하면서 밴드의 꿈을 이루기 위한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분명 독서를 하는데 왠지 머릿속에 영화 스크린이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 ‘가토 시게아키’는 오늘날 일본 문학계를 석권하고 청춘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작가로, 그의 필력은 이미 수많은 히트작과 수상 이력, 작품의 영상화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도 감을 잡을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 소설에서 돋보이는 점을 들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갈한 흐름이 돋보이는 구성력이다.

주인공이 3명이나 되지만, 서로의 이야기가 크게 간섭되거나 방해됨 없이 전개되는 스토리 라인이 잘 읽혔다. 기본적으로 시간의 흐름대로 이야기가 서술되지만, 중간중간에 회상 장면, 과거에 있었던 일 등의 에피소드를 잘 섞어 넣어 독자가 궁금할 수 있는 점들을 해소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따라가게 만들면서 서서히 긴장이 고조되어감에 따라 독자 입장에서 딸려 들어가게 만들었다. 그렇다보니, 책의 두께가 나름 두꺼운 편에 속함에도 읽는 데 있어서 전혀 부담이 느껴지지 않았다.


둘째, 전반적으로 묘사력이 탁월하다.

작중 배경장소나 심적 상태를 묘사하는 부분을 읽을 때마다 작가의 묘사 능력에 감탄한다. 어떤 부분은 그냥 읊조리듯, 어떤 땐 색채를 터치하듯, 다른 땐 다소 역동적이어서 마치 동영상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도쿄에 있는 유타카를 만나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독은 도쿄에 갔던 예전보다 더 부풀어 올라 허무한 마음이 온몸을 적셨다.”(165)

“이쪽은 덥긴 하지만 고향과는 종류가 다른 느낌이 나요. 저쪽의 여름은 거의 냄비 같거든요. 졸인다고 할까요? 사람을요. 더구나 물 없는 찜통 같아요. 수분이 쪽쪽 빨리는 느낌이에요.”(p225)

“(호른의) 롱톤이 울려 퍼졌다. 몸이 소리에 공명했고 떨렸다. 공기의 모양이 달라졌다. 심지가 있는 음이면서도 질감은 포근해서, 얻어맞은 충격과 동시에 어루만지는 듯한 자애로운 느낌이었다.”(p228)

“재미있었어. 요리가 웃으면서 춤추는 느낌이야.”(p251)

“땅에 비치는 미우라의 그림자를 보았다. 크게 뻗은 그림자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어서, 왠지 거인이 볼링에서 스트라이크를 쳤을 때 같다고 이루루는 남몰래 웃었다.”(p253)

“젠야의 음이 몸에 가득 차 흘러넘쳐 녹슨 철의 표면이 뒤집혀서 떨어지듯이 나오시를 서걱서걱 벗겨나갔다.”(p498)



셋째, 자유로운 필력이다.

소설을 읽다보면 찰나의 내적 심정을 전혀 거리낌 없이, 막힘없이 자유롭게 써내려갈 수 있을까? 단적인 예로, ‘엔메이학원고등학교 축제’ 중에 예기치 못한 나오시와 유타카가 저지른 ‘기습 공연’ 당시 유타카의 기타 연주에 대해 나오시가 느낀 생각과 감탄을 한꺼번에 몰아치듯 약 2페이지(p436~437)에 걸쳐 써내려간 필력을 들 수 있겠다.


넷째, 소설 중간중간 명언과도 같은 문구들이 빛난다.

몇 개만 예로 들어본다.

“기쁠 때 무엇을 먹는지보다 슬플 때 무엇을 먹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p141)

“무화과의 꽃은 바깥에서 보이지 않아 무화과라고 쓴다고 합니다. 못난이 나무로 보여도 무화과에는 숨겨지니 아름다움이 있습니다.”(p184)

“그만두긴. 좋아하는 거잖아. 그래서 관두면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남한테 도둑맞는 거잖아. 내 취향은 내가 지킬 거고 누구도 빼앗을 수 없어.”(p249)

“대상에게 변화하기를 원하고, 안정감을 타파하려는 요구가 점점 강해지고, 상대는 기대에 부응하기 힘들어지고, 그러다 충돌해서 참을 수 없어져서 끝나지.”(p263)

“석면을 생각했다. 예전에는 편리하다며 중요하게 여기던 재료가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서 나쁜 것이 되는 이치는 대체 뭐란 말인가.”(p285)

“단순한 말로 칭찬했으니 친해졌잖아. 친해지고 싶으면 알기 쉽게 해야지.”(p296)

“(꽃의) 예쁜 부분만 본다면 본질은 모를 거라고 생각해. 이 꽃의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지금 이 알뿌리를 심은 우리뿐이야.”(p330)


다섯째, 매개물의 적절한 활용이다.

소설 속에 ‘얼터네이트’라는 앱이 연결의 매개물로 관통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매개물만으로 3명이나 되는 주인공과 그들 주변의 다양한 인물들을 모두 연결해내기는 벅찼을 것 같다. 작가는 똘똘하게도 각각의 인물과 인물을 자연스럽게 이으면서도 인물 스토리 전개 상 일종의 ‘복선’과도 같은 매개물들을 곳곳에 등장시켰다.

우선 ‘옥수수’다.

[제1장 종자]의 처음에 원예부원과 요리부원, 그리고 지도교사인 ‘사사가와’ 선생님이 학교 텃밭에 옥수수 씨를 심는 장면이 나오는데, 파낸 구덩이 한 곳에 씨앗 3개를 심자 “세 개 다 싹이 나면 어떻게 되나요?”라는 신입부원의 질문에 ‘두 개는 잘라낸다’는 답변이었고 이루루는 ‘한 식물을 지키기 위해 불필요한 존재를 잘라낸다는 선택이 정말 타당한지 늘 생각에 잠기게 된다’(p14)고 했다. 이것 관련하여, 후반부에 ‘원포션’결선 이후 이루루와 아빠 간에 어색한 관계가 해소되려는 시점에 ‘콩’과 ‘콩나물’중에서 “전부를 선택할 수는 없어.”(p476)라는 아빠의 말에 이루루는 ‘옥수수싹’을 연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또한 ‘옥수수’는 니미 이루루와 미우라 에이지가 처음 말문을 트게 되는 매개로 작용한다. 그리고 둘 간 교제에 ‘위크엔드시트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크엔드시트론. 주말에 소중한 사람과 먹기 위한 레몬케이크... 사귀어줄래?”(p252)



다라오카 나오시와 안베 유타카 사이에 어릴 적 공통의 기억 속에 민요 ‘찻잎 따기’가 있었고, 이 음악은 추후 축제 중의 ‘기습 공연 사건’을 통해 둘만의 관계 개선의 매개물로 작용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록그룹 ‘젠야’도 매개체로써 한몫을 한다.

그리고 다라오카 나오시와 사에야마 미우 간의 첫 대면과 그리움의 매개체로 ‘학교 교회 건물 파이프오르간’이 등장하고, 둘 간의 첫 만남과 대화, 오해, 고백의 매개 장소는 ‘제방’이다.



소설의 클라이막스는 ‘축제’와 ‘원포션’ 결선을 통해서 교차 편집을 한 듯 빠르고 짧은 연출을 연속적으로 감행하였다. ‘니미 이루루’, ‘반 나즈’, ‘다라오카 나오시’가 지니고 있던 불안요소와 고조되었던 갈등은, 축제 속 나오시의 드럼과 유타카의 기타가 만들어내는 연주 음악이 축제 장소와 원포션 결선 장소 2곳의 공간을 아우르듯 공감각적으로 울려 퍼지게 만든 상황에서, 폭발적으로 전개되어 흘렀다.

그리고 마지막 2개의 장에서 고조되었던 긴장감이 봄날의 벚꽃이 샤랄라 휘날리듯 해소된다.



이 책 <얼터네이트>를 다 읽고 난 소감은, “청춘 드라마 한 편을 본 것 같다”는 것이다. 그냥 본 게 아니라, “몰입해서 보다보니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까?

이 몰입감은, 작가의 필력이나 구성력, 묘사력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번역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번역예술가’ 김현화 님의 유려한 번역이 이 책의 품격을 한층 높여주었고, <보통의 것이 좋아>의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반지수 작가의 일러스트가 청춘드라마적인 책의 성격을 제대로 표현해주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