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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 다우트 - 어떤 순간에도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는 손흥민식 마인드셋
이건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11월
평점 :
이 책 <네버 다우트(Never Doubt)>의 책 표지는, 월드클래스 손흥민 선수의 뒷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그리고 표지에는 한글 제목인 ‘네버 다우트’가 잘 보이게 가운데 찍혀있고, 영문으로 된 제목인 NEVER DOUBT는 물결무늬 디자인이 입혀져 있다.
그런데 왜 책 제목을 저런 타이포그래피로 하였을까?
물결무늬의 타이포그래피 때문에 언뜻 봐서는 무슨 단어인지 읽어내기가 쉽지 않기에, 굳이 왜 저런 디자인이 적용된 것인지 의아했다.
어쨌든, 이 책은 손흥민과 관련된 책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손흥민 선수의 뒷모습도 그렇지만, 표지에 대놓고 ‘어떤 순간에도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는 손흥민식 마인드셋’이라고 쓰여 있으니 말이다.
손흥민은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23골을 넣어 득점왕을 차지한 월드클래스다. 그런데 2022~2023시즌 들어 초반 무득점 행진이 이어졌다. 실제로 다른 팀들의 견제가 심했고 그로 인하여 골은 침묵하였다. 그러자 영국 언론은 손흥민을 의심하고 ‘손흥민 흔들기’로 이어졌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9월 18일 시즌 아홉 번째 경기인 토트넘 대 레스터 간의 경기. 이날 손흥민은 선발에서 제외되었는데, 후반 14분에 교체 투입되었다. 해리 케인과 함께 최전방 투톱으로 나선 손흥민은 후반 28분에 골, 후반 39분에 두 번째 골, 후반 41분에 다시 한 골을 더 만들었다. 그렇게 손흥민은 단 13분만에 헤트트릭을 달성하였고 토트넘 역사상 처음으로 교체 투입된 후 헤트트릭을 기록한 선수가 되었다. 손흥민은 2022~2023시즌 들어 초반 무득점 행진으로 인해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었으나, 월드클래스답게 해트트릭으로 반전시켰다.
방송으로 이 경기를 본 수많은 팬들은 환희와 기쁨에 들뜰 수밖에 없었다. 경기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스포츠조선 이건 기자는 당시 손흥민과 인터뷰를 하였다.
“누군가는 저에 대해 의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제 능력을 의심하지 않아요. 제가 제 자신을 의심하는 순간이 오면 축구를 내려놔야 되지 않을까요.”(p13)
지금의 손흥민을 만든 건 ‘자신감’이라고 단언하는 이 책 <네버 다우트>의 저자 이건 작가는,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손흥민을 따라 영국 현지로 가서 7년 간 밀착 취재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스포츠기자이다, 그만큼 손흥민을 옆에서 취재하고 관찰하면서 지금의 손흥민이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본 한 사람이다. 그토록 손흥민을 잘 알고 있는 작가가 쓴 책이기에, 손흥민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은 팬이나 그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읽어볼 만 하다고 본다.
손흥민은 2015~2016시즌인 2015년 8월 토트넘으로 넘어왔다. 초반 상승세로 치닫던 중 9월 26일 맨시티와의 경기 중 발바닥 통증이 생겼으나 이적 후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 등으로 인해 부상을 알리지 않고 경기에 나섰다가 탈이 나 연속된 경기 결장과 예전 같지 않은 경기력 때문에 그 시즌은 폭망하였다. 이적 초반 통증을 숨긴 일이 나비효과가 된 것이다. 이 이후 손흥민은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는 용기’를 품게 되었다.(p22)
그 이후 손흥민은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앞으로 나아갔다.(p30)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세 번째 시즌인 2018~2019시즌 들어서 손흥민의 기량은 폭발하였고 특히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 4경기 연속골을 넣으면서 ‘월드클래스 공격수’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8강, 4강을 거치면서 언론들은 손흥민에게 극찬을 보냈고, 실제로 그는 경기를 지배하였다. 마침내 2019년 6월 1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오른 토트넘, 그리고 손흥민. 비록 리버풀에 0-2로 패하여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이를 기점으로 손흥민은 보다 더 성숙해졌다. 더욱 자신을 발전시키고 팀을 위해 헌신하며, 좀 더 이타적으로 플레이하기 시작했다.(p35)
위에 거론한 2가지 내용뿐만 아니라 <네버 다우트>에는 2008년 만 16세의 나이에 대한축구협회의 유망주 해외 유학 프로그램으로 함부르크로 갔던 때를 비롯하여 성적 부진으로 인한 방출 위기부터 2021~2022시즌 득점왕 골든부트를 수상하기까지, 손흥민이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다양한 위기를 겪으면서도 결국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비상할 수 있었던 비결이 책 곳곳에 담겨 있다.
여러 비결들 중에서 인상 깊었던 몇 가지만 아래에 요약한다.
1. 감정을 통제할 줄 아는 선수
- 손흥민은 2019년 한 해에 3번의 퇴장이 있었고 감정 통제가 잘 안되었으나, 그 이후 감정을 추스를 줄 아는 선수로 성장하면서 지금껏 경기중 퇴장이 없다.(p65)
- 2015~2016시즌 ‘슈팅이 부정확한 선수 2위’에 오를 정도로 전체적으로 부진한 데다가 ‘이적설’마저 난 그 시기에, 손흥민은 복잡할 수 있는 감정을 통제하고 힘겨웠던 주전 경쟁을 이겨내며 서서히 자기 페이스를 찾아갈 수 있었다.(p150)
2. 친절하고 겸손하며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인성
- 2022년 10월 12일 프랑크프르트와의 경기 후 손흥민이 2골을 넣으며 팀을 승리로 이끌어 많은 언론매체가 열띤 취재 경쟁 중일 때, 가장 늦은 순번으로 취재하게 된 스페인 미디어에게 손흥민은 ‘너무 늦어져서 미안하다’며 정중한 사과를 했다. 스페인 측은 “He is a world class player but so kind!”라며 손흥민을 추켜세웠다고 한다.(p205)
- 손흥민은 본인이 골 넣는 것에 욕심을 내지 않고 팀이 이길 수 있도록 팀을 위해 열심히 경기에 임하는 마음 자세를 지니고 있고, 만약 골을 넣어 득점을 했을 때에도 항상 동료들에게 그 공을 돌린다.(p226)
3. 쉴 때 충분히 쉬고 대비할 땐 계획적으로 준비
-유럽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축구선수들은 매년 시즌 경기를 뛰고 리그컵 경기, 국가대표 A매치를 뛰는 등 매 시즌 약 9개월 기간에 최소 50경기 이상 뛰는데 약 5일마다 1경기 뛰는 꼴이다. 게다가 경기 중간에 훈련도 해야 하니, 한 시즌이 끝나면 체력이 바닥나기 마련이다.
잘 비워내야 잘 채울 수 있듯, 아무런 걱정 근심 등 딴 생각하지 않고 쉴 때 쉰다.(p72~76)
-‘자기 객관화’를 통해 준비할 부분이 있으면 계획하여 휴식기에 실시하곤 했다. 예를 들어 독일 함부르크 시절에 체중, 근력 관리에 문제가 있음을 ‘자기 객관화’를 통해 알아차리고는 대비할 부분을 철저히 계획하여 휴식기를 활용하여 실천하였고 실제로 부활한 바 있다.(p126)
4. 태풍 불 때 풍차를 달 듯, 변화 속에서 가치를 높이는 변혁적인 자세
-흔히 안정성, 편안을 추구하며 몸을 수그려 변화를 막아서거나 위험의 파고가 넘어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손흥민은 그렇지 않았다.
-매 시즌마다 클럽 축구는 변화한다. 선수단을 정리하고 팀 규모를 변화시키고 선수, 감독 등을 바꾸는 등 팀은 변화하기 마련이다. 이럴 때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낙오하는 선수들이 나오곤 한다. 토트넘에도 주요 공격 멤버 중 일부가 낙오하거나 이적하는 등의 변화가 불어 닥칠 때, 손흥민은 모리뉴 감독의 지도 아래 케인과 대안을 찾아나갔고 2020~2021 및 2021~2022시즌에 공격 투 톱 형태의 ‘손-케 조합’은 영국 무대를 제패했고, 특히 2021~2022시즌에 손흥민은 23골로 리그 득점왕에 오르기도 하였다.(p131~138)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다시 책 표지를 보았다.
왜 NEVER DOUBT라는 제목 텍스트를 물결무늬의 타이포그래피로 했는지, 이젠 알 것도 같았다.
축구 유망주 해외 유학 때 함부르크 유스팀에서 마치 배수의 진을 친 것과 같은 심적으로 막막했던 시기를 묵묵히 버티던 때, 타 팀의 숱한 견제와 잦은 부상의 위험을 슬기롭게 극복한 사례, 프리미어리그 이적 후 시즌 초반 부진했을 때와 2010~2011시즌의 암흑과도 같았던 부진했던 시기 등 수차례의 위기가 손흥민을 흔들어댈 정도로 급물살처럼 휘돌아 쳤다. 책 표지 타이포그래피는, 손흥민에게 닥쳤던 위기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Never Doubt!”를 외치며 위기에 굴하지 않고 ‘준비하며 버티’며 앞으로 나아간 그만의 ‘자신감’을 대비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디자인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 <네버 다우트>는 손흥민과 관련된 내용으로 가득하지만, ‘손흥민 그 자체’를 이야기하진 않는다. 만약 손흥민의 생애나 손흥민의 축구, 그가 했던 생각, 그가 꾸었던 꿈, 그가 지닌 의지와 열망 등 손흥민의 주관적인 실체를 알고 싶다면, 이 책 속에 자주 언급되기도 하는 손흥민의 자전적 에세이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을 읽어보면 된다.
<네버 다우트>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며 기사를 쓰는 ‘기자’출신 작가가 쓴 책인 만큼, ‘손흥민’이라는 선수를 관찰자적 시점으로 바라보고 분석한 책이다. 그렇기에 이건 작가는 7년간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을 취재하고 관찰하면서 얻은 데이터와 각종 자료, 기사,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분석하고 비교함으로써 ‘손흥민 선수’를 마치 3차원모델처럼 입체화해내었다. 이 책은 손흥민 스타일의 마인드셋, 손흥민만의 인간미와 매력, 손흥민의 자신감, 우상향 곡선을 그으며 나아가는 그만의 비결 등으로 채워져 있다.
손흥민을 보다 객관적으로 알아보고 싶거나 손흥민 선수로부터 본받고 배울 점이 무엇인지 알아보기를 원하는 독자라면, 꼭 <네버 다우트>를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