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 배우 류준열이 내레이터로 참여했던 그린피스의 ‘북극곰 가족의 집을 지켜주세요.'광고 캠페인이 TV에서 나온 적이 있다.
이걸 본 아들이 “우리도 북극곰을 도와줘야 해요.”라고 말했다.
아이가 몇 년 전에 기후변화로 북극이 녹는다는 내용의 「북극곰에게 냉장고를 보내줘」라는 동화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기억이 잔상으로 남아 저런 말을 했던 것이다.
나는 이미 북극의 문제를 알고 있다. 뉴스, 교육, 독서 등을 통해 지구의 기후가 변한 것을 안다. 북극도 문제지만, 이미 전 세계적으로 갖가지 기후 변화의 징조들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8월 강원도 홍천의 수은주가 41도를 기록한 바 있고, 세계적으로도 50도를 넘나드는 게 지구의 모습이다. 이런 폭염은 작년 초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호주의 산불 대재앙을 비롯하여, 북미 산불, 남미의 가뭄 등을 동반하였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를 태워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무수히 방출시켰고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하면서 ‘온실효과’가 일어났으며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는 지난 100년 동안 약 1도 가량 증가했다.
만약에 지구온난화를 방치한 채로 둔다면, 과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알아낸 결과, 2200년까지 대기 중 이산화탄소 함량은 2배 증가할 것이고 최소 2도의 지구 온도 상승이 따라올 것이며 그에 따라 지구 대격변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내 아들을 비롯한 아동들과 청소년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까? 학교에서 가르칠까? 설마 아이들 스스로가 지구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을까?
기껏해야 “우리도 북극곰을 도와줘야 해요.”라고 말하는 수준 아닐까?
마침맞게 출간된 「지금 당장 기후 토론」은 현 시대를 사는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추령 님은 지구과학자이자 과학교사로, 기후 위기 시대에 미래 세대에게 지구 기후변화를 이야기하며 100년 후 지구를 위해 미래 세대와 함께 행동하고자 이 책을 썼다면서, 책의 여는 글에 ‘왜 이 책이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지’를 사실적으로 말하고 있다.
“전 세계가 칭찬을 받을 만큼 기후변화를 열심히 막아도 지구 온도가 (중략) 2100년이 되어서야 1.4도로 서서히 낮아질 거라고 해요. (중략) 이 책을 읽는 청소년 독자들은 태어나 보니 기후 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죽을 때까지도 여전히 지구는 기후 위기라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기후 위기 세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100년을 버텨야 합니다.” (9p)
그동안 ‘지구 기후 위기’를 주제로 한 책들은 지구온난화, 온실가스, 기후변화 등의 다소 편협한 과학적 내용을 흔히 다루었다. 게다가 딱딱하기만 한 내용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식도 현학적이거나 지식 주입하듯이 펼쳐 보이곤 하여 읽기가 불편하였던 게 사실이다.
반면에 「지금 당장 기후 토론」은 지구의 기후 위기를 둘러 싼 다양한 내용들 중에서 ‘기후 정의와 기후 행동’, ‘숲과 탄소 중립’, ‘논 습지와 식량 문제’, ‘지구공학과 그린워싱’, ‘우주개발과 우주여행’,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 등 6가지 핵심 주제를 엄선하여 다루었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질문 던지기 - 이야기 - 만남 - 듣고 말하고 생각 정하기 -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는 독특한 스토리텔링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토론’이라는 형식을 빌려서 주제의 쟁점을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시각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 풍부한 일러스트와 도표, 그래프 등이 이해를 도와 쉽고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정확한 데이터에 입각한 정보 전달, 과학적 지식과 사회적 의미 등도 책 속에 꼼꼼하게 담고 있어서 청소년이 읽기에 재밌고도 유익하며 지구 기후 위기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문제의식도 함양할 수 있는 책이다.
책 내용 중에 지구공학, 우주개발, 에너지 분야를 기후 토론의 주제로 아울러 담아낸 점이 흥미롭다. 내가 에너지 분야에 몸 담았던 적이 있어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는 함께할 수 없을까?’라는 주제에 관심이 갔다.
현대 사회는 전력 에너지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전력 생산의 상당부분을 담당한 석탄발전은 탄소배출의 주범으로 몰려 단계적 감축이 이뤄지고 그 대안으로 거론 되는 것이 재생에너지 혹은 원자력발전이다.
이 책에서 원자력발전은 ‘굉장한 능력을 지녔지만 성격이 불같고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데다, 연애 진도가 너무너무 느리고 함께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 쪽’으로 비유했고, 재생에너지는 ‘한없이 착한데 한 방에 성공할 능력은 적고, 사납게 돌변하거나 절대 배신하진 않지만 자잘하게 변덕이 심해서 이랬다저랬다 하는 쪽’으로 비유한 것이 재밌다.(231p)
이 2가지 발전방식에 대한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쟁점은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 탄소배출을 줄이느냐, 에너지 효율도 고려하느냐’인데, 그 선택은 각 나라 입장에 따라 다르다. 유럽연합은 원자력을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분류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독일은 2023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책은 ‘원자력은 기후 위기의 해결책’이라 이야기하는 박사님과 ‘원자력을 반대한다’는 미첼이라는 청소년 간의 상반된 주장을 아주 흥미진진하게 담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늘리면서 재생에너지도 확대한다는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발표하였다.
만약 「지금 당장 기후 토론」을 읽는다면,
청소년 독자들은 원자력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최근 몇 년 사이에 기후변화의 위기를 자각하고 행동하는 청소년들이 눈에 띈다.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인도 환경운동가 ‘리시프리야 칸구잠’, 콜롬비아 환경운동가 ‘프란시스코 베라’, 태국 환경운동가 ‘레일린 릴리 사타타나산’ 등 행동하는 10대들이 세계 각국에서 활약하고 있다.
대한민국 청소년의 현실은 어떨까?
한국에서도 ‘청소년기후행동’이라는 청소년 환경단체 등이 설립되어 활약하고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생기부에 올라가는 일 아니면 행동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후 행동에 소극적인 편이라고 한다.
만약 「지금 당장 기후 토론」을 읽는다면,
대한민국 청소년 독자들은 지구 기후 위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기후 행동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까?
태어나니 지구 기후 위기이고 향후 100년간 지속될 수도 있는 이때를 살아가야 할 청소년들이기에,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이제껏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지구 기후 위기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될 것이고, 마음이 움직이며 위기 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단초가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