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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서울역입니다 - 100년의 시간을 품은 옛 서울역 ㅣ 똑똑한 책꽂이 34
정연숙 지음, 김고둥 그림 / 키다리 / 2023년 6월
평점 :

‘경성역’, ‘서울역’을 거쳐 지금은 ‘문화역서울284’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옛 서울역의 지난 100년간의 역사를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함께 풀어낸 책이다.
옛 서울역, 나에게도 추억이 많은 공간이다.
초등학생 때는 방학마다 이곳에서 사촌들과 모여 기차를 타고 시골에 계신 할머니댁에 갔다. 그때만 해도 통일호 열차를 자주 이용했는데, 책에서 언급되는 비둘기호와 함께 지금은 운행하지 않는 열차 등급이다. 그때만 해도 무궁화호가 빠른 열차 편에 속했는데, 지금은 무궁화호가 가장 느린 열차 등급이라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후 대학생 때는 여름방학마다 이곳에서 동아리 선후배들과 함께 기차를 타고 전국 각지로 여행을 다녔다. 넉넉치 않은 주머니 사정 때문이었는지 밤기차에 대한 로망 때문이었는지 우리는 매번 밤기차를 타고 새벽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스케줄을 선택하였다. 늦은 밤시간 왁자지껄 서울역 대합실에 하나 둘 모여 기차여행을 떠났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 서울역에 대한 그림책이라니! 큰 기대와 함께 열어보았다.
책은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 역사의 중요한 무대로서의 옛 서울역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 근현대사 속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다 다루고 있어서, 아직 근현대사에 대해 잘 모르는 초등학생들이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해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각 시대별로 있었던 사건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개별적인 인물들을 등장시켜 스토리와 함께 전하는 부분이 특히나 좋았다.
1920년대 모던 보이, 모던 걸이 즐겨 찾던 양식당을 그리면서 소설가 이상의 글을 등장시킨다거나, 유럽으로 이어지는 국제 기차역으로서의 서울역을 언급하면서 나혜석의 여행기 내용을 발췌하는 부분 등이 그렇다. 또 실제 역사상 존재하는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대학생 민호씨나 이순규 할머니를 통해 이야기를 전해주니 더 개별적인 느낌으로 이야기들이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새 서울역에게 자신의 역할을 물려주고 새롭게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지금의 모습까지.

새 서울역 역시 자주 이용하고 있지만, ‘문화역서울284’은 최근에서야 들어가보았다. 아이와 함께 문화 공간으로서의 서울역도 더 자주 이용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의 이야기와 함께 우리들만의 서울역 이야기를 아이와 함께 나누기에 너무나 좋은 책이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