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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인문학 - 산책길에서 만난 역사, 2022 올해의 청소년교양도서 ㅣ 길 위의 인문학 1
김정남 지음 / 스마트북스 / 2022년 6월
평점 :

흔히 ‘아는 만큼 보인다’고 말한다. 나이를 한살 두살 먹으면서 그말의 뜻이 점점 가슴에 와 닿는다. 예전에는 여행이라도 할라치면, 일단 어디 갈지를 정하고, 그곳까지 가는 길을 그렇게 미리 탐색을 해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행을 많이 다녀보면서, 깨닫게 된 것은 어디든 가고자 하는 곳이 있으면 어떻게든 그곳에 갈 수 있다는 것. 내가 미리 알고 있어야 할 것은 그곳까지 가는 방법이 아니라 그곳이 어떤 곳인지에 대한 사전 지식임을 알게 되었다.

<길 위에 인문학>은 우리가 한번쯤은 가봤음직한 16개의 산책길을 그 길에 담긴 역사 이야기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현직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이신 저자가 안내해주시는 대로 길을 따라 가다 보면 어느새 역사의 한 장면 속에 들어가 있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길이 달리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서울 북촌한옥마을길, 창덕궁, 후원 궁궐길, 화성 성곽길. 모두 나도 걸어본 길이다. 하지만 여태 북촌한옥마을길을 걸으면서 삼일 운동과 그곳을 연관지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창덕궁에서 효명세자를 떠올리기는 커녕 어느 왕이 살았던 궁인지조차 궁금해하지 않았다. 화성 성곽길 하면 막연하게 정약용만 떠올렸지, 정조가 어떤 마음으로 수원화성 축조를 추진했는지 몰랐을 뿐더러, 철저하게 경제논리를 반영해서 수원화성을 만들었다니! 그저 놀라움의 연속이다.
이렇게 저자는 역사책 안에서만 보아 온 역사 이야기를 꺼내와 우리에게 친숙한 산책길 위에 펼쳐 꺼내준다. 심지어 겉핥기식으로 대충 스쳐가듯 하는 역사 이야기가 아니라 깊이 있는 제대로된 역사 이야기다. 그래서 사실 만만하게 읽기 시작했다가 만만하게 읽을 책이 아님을 깨닫고 움찔했다. 여기서 다시 책 제목을 짚어보자면, <길 위의 인문학>이다. 인문학이 어디 쉬운 학문이었단 말인가. 하지만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잠시 접어두고, 저자가 이끄는 대로 산책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길 끝에 다다라 있을 것이고, 덤으로 역사 지식까지 가득가득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16개의 꼭지마다 첫 페이지에 산책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가 개재되어 있고, 출발지와 도착지와 함께 산책로의 총 길이와 도보로 걸을 시 소요시간이 기재되어 있다. 먼저 지도를 보면서 마음이 가는 산책로를 정해보자. 그게 아니라면 내 마음을 흔드는 역사 속 인물이 포함되어 있는 산책로를 골라보자. 그리고 해당 꼭지를 정독한 후 새로운 마음으로 산책길에 나서보자. 분명 그 길은 예전에 내가 알던 길과 다를 것이다.
나는 일단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천주신앙으로 생사가 갈린 정약용 형제의 다산길 2코스를 걸어보고 싶다. 종교의 자유가 없던 시대 그들의 신앙이 궁금하고, 요즘 교육현장에서 강조하는 참다운 독서법과 STEAM 교육과 관련하여 정약용이 뭐라고 말하여 주는지 그곳에 가서 들어보고 싶다.

*네이버 미자모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