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상을 위한 7가지 대안 - 비비르 비엔, 탈성장, 커먼즈, 생태여성주의, 어머니지구의 권리, 탈세계화, 상호보완성
파블로 솔론 외 지음, 김신양 외 옮김 / 착한책가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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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맥락이 없는 유일한 텍스트다. 다른 모든 것은 우주의 맥락속에서 조망되어야 한다. 우주의 이야기는 우주 속 각 개별 존재의 이야기이며, 따라서 우주의 여정(영원한 변화, 끊임없는 생성)은 우주 속 각 개별 존재의 여정이다. 우리는 우주의 이야기를 나무에서 볼 수 있다. 모든 것이 우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람은 그저 상상으로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는 모든 곳에 흔적을 남기며, 그 이야기를 아는 게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그 이야기를 알지 못한다면, 어떤 의미에서 당신은 스스로를 알지 못하는 것이며, 결국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것이다." (Berry, 1999) - P164

‘지구법‘이라는 용어는 현대 법학이 인간중심주의적 틀을 극복해야함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야생법은 전체의 다른 두 부분을 함께보고 균형을 잡으려는 운동의 주창자들이 가진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코막 컬리넌은 야생법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야생법‘이 넌센스처럼 모순되는 말로 들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법이란 결국 구속하고, 제약하며, 규제하고, 교화하기 위한 것이다. 법의 규칙들은, 무력으로 뒷받침되면서, 인간 행동의 야생성을 자르고 가지치고 다듬어서 깔끔하게 손질된 잔디밭과 인공 정원의 관목숲으로 바꾸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야생‘은 한편으로는 헝클어진, 야만적인, 정리되지 않은, 문명화되지 않은, 제약되지 않는, 제멋대로인, 질서 없는, 규칙 없는, 다루기 어려운, 전통적이지 않은, 규율되지 않는, 열정적인, 폭력적인, 다듬어지지 않은, 그리고 시끌벅적한 것과 동의어다. 그리고 야생법은 인간 행동이 지구와 지상의 모든 종들의 온전한 상태를 보호하도록 규제하는 법이다. 이렇게 되려면 인간이 자연 세계와 갖는 관계를 착취자에서 다른 존재들과 민주적으로 공존하는 자로 바뀌어야 한다. 만약 당신이 지구공동체의 일원이고자 한다면, 당신의 권리는 지구, 동물, 강과 생태계의 권리와 균형을 이루어야만 한다. 야생법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파괴적이고 인간중심적인 자연 세계 착취는 불법이 될 것이다. 인간이 의도적으로 생태계의 기능을 파괴하거나 다른 종들을 멸종으로 내모는 것이 금지될 것이다." (Cullinan, 2011) - P165

어떤 살아있는 존재도 스스로 양분이 될 수 없다. 지구공동체의 각 구성요소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공동체의 다른 모든 성원들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의존한다. - P169

토머스 베리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상상력의 상실과 자연의 상실은 동일한 것이다. 하나를 잃는다면 다른 하나도 잃게 된다." 같은 선상에서 코막 컬리넌은 어머니지구의 권리 운동의 목표는 "획일성을 부여하기보다는 창조적 다양성을 고양"하고 "다양한 비전통적 접근이 태어나고 자라며 흐르다가 사멸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Cullinan, 2011). - P183

탈세계화라는 말을 처음 고안한 것은 월든 벨로와 남반구 포커스 Focuson the Global South이다. 그들의 목적은 지구적 경제로부터 철수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와 국민경제가 약화되지 않고 강화되도록 세계 경제와 정치 체제의 구조를 바꾸도록 촉발하는 것이다(Bello, 2005). 탈세계화는 민중과 국가들의 의사결정 역량을 빼앗아가는 자본의 논리와 이른바 경제적 합리성에 지배되는 통합 과정에 의문을 제기한다. 탈세계화한다는 것은 민중, 국민, 지역공동체와 생태계의 필요에 바탕을 두고 세계의 통합 과정을 구상하고 건설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뜻한다. - P186

탈세계화 과정의 핵심은 모든 단위에서 관용과 수용과 연대를진작하는 일이다.
따라서 탈세계화를 이루려면 지구 시스템과 우리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탈세계화는 자연의 한계와 생명 순환에 대한 인식과 존중을 수반한다. 이는 지구가 우리의 집이며, 우리가 이미 겪고 있는 생태적 불균형을 심화시킬 경제적, 지정학적 또는 기술적 활동이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함을 의미한다. 탈세계화를 위해서는 지구시스템이 국가나 민족의 이해보다 위에 있음을 전제로 해야 한다. 결국 탈세계화는 우리가 경제를 탈탄소화하고, 산림 파괴와 생물다양성 파괴를 멈추고, 물을 관리하고 다양한 생태계를 보존할 때만 이루어질 수 있다. 자연과 인적 자원을 더 많이 착취하기 위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촉진하는 자본주의와 반대로, 탈세계화는 전체로 통합되는 과정 속에서 인간관 자연 둘 다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한다. - P202

탈세계화는 모든 정치적·경제적 결정들이 문제와 가장 가까이 있는 정치 단위 수준에서 채택되어야 함을 확인하는 보완성의 원칙principle of subsidiarity*을 기본으로 한다. 지역의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고 의사결정의 결과를 가장 먼저 감내하게 될 이들이 가장 먼저 의견을 내고 자신들의 입장을 말해야 한다. 지역 범위에 영향을 주는 정치적 또는 경제적 결정은 근본적으로 지역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 의사결정 권력은 정말 불가피할 때에만 국가적, 광역적 또는 지구적 수준으로 이양되어야 한다. 탈세계화는 실질적인 민주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이룩할 수 없다. 전략적인 정치적, 경제적, 환경적 결정들은 가능한한 가장 광범위하고 민주적인 참여로 이루어져야 하며 시장이나 국가기술관료들이 결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 - P203

탈세계화는 농업, 제조업, 커뮤니케이션, 정보기술의 영역에서 발전하고 있는 다양한 유형의 공동체에서 쌓인 경험에 기반한다. 탈세계화에 있어 세계화의 대안은 아직 오지 않은 무엇이 아니라, 사회에 이미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기획들이다. 하지만 월든 벨로가 말하듯, "시장체제는 거대한 초국적기업들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이러한 대안들 중 다수는 스스로를 지탱하거나 원래의 목적을 지켜가는 데에 커다란 어려움을 겪어왔다." (Bello, 2013) - P205

민중이 현재와 미래에 자신들의 역량을 보장받고 효과적인 참여를 하는지가 진보의 주요지표다. - P207

조장했다는 것이다. 대안적 통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다양한 사회부문들의 자기조직과 자주관리 경험을 강화함으로써 그들이 기본적 필요를 충족하고 소비주의 경향과 더불어 신자유주의의 가장 강력하고 보이지 않는 힘인 현대성의 이미지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 프로젝트를 실행해야 한다. - P209

상호보완성은 서로가 서로를 완성해준다는 뜻이다. 이는 다양성을 바탕으로 하는 전체whole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는 서로 다른 행위자 간의 대화이다. 이는 서로가 배우고 기여하는 것이다. 이는 각자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서로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서로 힘을 합하여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함으로써 다양한 차원이 조화를 이루는 전체를 완성하는 것이다.
비비르 비엔, 탈성장, 커먼즈, 생태여성주의, 어머니지구의 권리, 탈세계화가 상호보완성을 추구한다면, 시스템 위기의 대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긴밀하게 상호작용함으로써 서로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서로를 더욱 풍부하게 할 수 있다. 목표는 단일한 하나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얽히고 연관되어 있는 다양한 대안들을 총체적holistic으로 발전시킴으로써, 전체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의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제시하는 것이다. - P212

비비르 비엔은 성장에 대한 핵심 대안으로 역동적 균형상태dynamic equilibrium를 추구할 것을 제시한다. 경제적 진보와는 다른 문명의 새로운 지평으로서 인간들 간에, 그리고 인간과 자연 간에 조화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를 위한 과제는 끊임없이 더 많이 갖는 것을 목표로 개발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들 간에 그리고 인간과 자연 간에 상호보완을 추구함으로써 시스템의 균형을 다시 맞추는 것이다. 즉, 역동적 균형이란 새로운 모순을 낳으면서도 새로운 균형의 과정을 필요로 하는 균형을 의미한다. 새로운 근대성은 성장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적 근대성을 낡은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다른 인간과 자연을 탈취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전체를 이루는 모든 부분들의 적절한 결합을 이루어야 함을 강조한다. - P216

지난 세기의 경험을 통해 국가가 모든 영역을 통제하는 것이 자유시장에 대한 대안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졌다. 재분배가 효과가 있으려면 시장과 국가가 아닌 다른 행위자들이 중심에 놓여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커먼즈의 커다란 몫이다. 스스로 조직하고 스스로 관리하는 커머너들이 없다면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재분배는 없다. 이는 더 나은 분배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생명자원들을 다른 적절한 방식으로 관리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비비르비엔이 지적하듯이, 인간의 역할은 자연이 우리에게 부여한 지혜를 갖고서 조심스럽게 균형상태를 찾는 데 기여하는 다리, 즉 중재자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생산수단(민간은행, 초국적기업, 농기업, 화학기업, 군수복합체 등)을 사회화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자연의 순환을 존중하도록 생산수단을 완전히 전환하고, 채굴주의, 생산주의, 지식의 사유화, 생물다양성의 상품화, 대량살상무기의 개발 등과 단절해야 한다. - P217

자본주의를 극복하려면 근대성에 대한 새로운 전망이 필요하다. 그래서 탈성장이라는 전망을 목표로 하는 소박한 사회를 제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소비자원을 사용할 때 검소하고 신중하며 아끼고 절약하는단순하고 겸손한 사회다. 아니면 비비르 비엔이 표방하듯이 인간들 간에서로 경쟁하고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들 간에 조화를 증진하는 사회다. 사회 변혁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전망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하는 것이다. 만약에 그 목표가 모든 인간이 자본가나 중상류층처럼 소비하면서 사는 것이라면, 자본의 논리와 무제한적 성장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 P222

하지만 개인, 가족, 지역공동체 수준에서 또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진정한 지구적 변화를 실현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생태여성주의가 기여한 바 중 하나는 공공 영역과 민간 영역에서의 변화들 간에 상호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와 동시에 가장 내밀한 삶 속에서 인간관계가 혁명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지속가능한 전환은 없다. 공공정책과 사적인 행동 간의 일관성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 - P225

실업의 구조적 원인에 맞서기 위해서는 생산주의 논리에서 벗어나서 재생산 노동을 가시화하고 인정하며, 이를 특히 자연과의 균형상태를 회복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는 새로운 영역들로 확장해야 한다. 오늘날 건강한 사회와 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연에 손상을 입힌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숲, 강, 해안, 대기, 지하수 등 지구 시스템의 여러 구성요소들을 회복시키고 돌봐야 한다. 그렇다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필요성이 커지는 일자리는 생산 영역에 있지 않고 재생산과 생명의 돌봄에 토대를 두는 다른 유형의 일자리다. 우리가 맞닥뜨린 지구의 위급상황에 맞서기 위해서는 수억 개에 이르는 일자리가 필요하다. - P228

비비르 비엔, 커먼즈, 탈성장, 어머니지구의 권리, 생태여성주의, 탈세계화, 그리고 그 밖의 다른 제안들 간의 상호보완성을 이루는 과정은 다각적이고 또 다양하다. 앞서 우리는 이러한 상호보완성과 관련해 독자로하여금 이 길을 같이 가도록 독려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거의 살펴보지 않았다. 우리는 결론의 목록을 만들기보다는, 독자들이 다양한 시각과 접근, 전망들에서 나오는 현실, 문제, 대안들을 살펴볼동기를 부여받길 바란다. 우리는 상호보완성이 이러한 전망들 각각을 더강화하고, 약점을 찾아내며, 실패를 극복하고, 함께 협력하여 폭넓게 논의되지 않았던 사안들에 대한 해답을 탐색하고, 시스템 대안을 건설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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