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일기
다니엘 페나크 지음, 조현실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 이제 몸에 이상한 일이 생겨도 놀라지도 않는다. 점점 짧아지는 보폭, 몸을 일으킬 때의 현기증, 굳어버린 무릎, 터지는 정맥, 또다시 비대해진 전립선, 쉰 목소리, 백내장수술, 이명, 광시증, 자꾸만 헐어 달걀노른자처럼 돼버린 입술 가장자리, 바지 입을 때의 어설픈 동작, 자꾸만 잊고 잠그질 않는 바지 앞 지퍼, 갑작스런 피곤, 점점 잦아지더니 이젠 일상이 되어버린 낮잠, 내 몸과 나는 서로 상관없는 동거인으로서, 인생이라는임대차 계약의 마지막 기간을 살아가고 있다. 양쪽 다 집을 돌볼생각을 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사는 것도 참 편안하고 좋다. - P457

어릴 땐 어른들이 늙어가는 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들이 관심 있는 건 오로지 성장이다. 그러나 어른들은 성장하는 대신 성숙함속에서 익어간다. 노인들도 당연히 성장하지 않는다. 그들은 원래부터 늙어 있다. 주름이 그들의 불멸성을 보장한다. 우리 증손자들의 생각엔, 모나와 난 늘 존재해왔으니 앞으로도 영원히 살아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죽음이 더더욱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질 테고, 그러면서 처음으로 인생의 덧없음을 경험하게 될것이다. - P4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