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이 돌보는 세계 -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 동아시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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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커먼즈를 구상할 때는 젠더적 관점뿐만 아니라 탈식민적 관점도 필요하다. 돌봄 커먼즈를 글로벌 북반구 시야에 한정해서 이야기하다 보면, 공동육아나 노인 돌봄을 위한 사회적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마을 공동체가 운영하는 돌봄 공간 정도에서 상상력이 멈추는 경우가 많다. 동시에 앞에서 열거한 대안적 돌봄 모델이 그 자체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체제 전환의 고리로서는 약하게 느껴지기도 하며 ‘과연 이러한 시도들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하는 회의를 불러일으킨다. ……

돌봄이 이루어지는 단위가 나의 가족으로 한정되고, 돌봄을 통해서 내 가족의 지위와 재산만 유지하려 한다면, 돌봄은 결코 대안적 가치가 될 수 없다. 사회를 전환할 가치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돌봄에 대해서도 다른 상상이 필요하다. 가족은 무엇일까? 혈연에는 어떤 가치가 있을까? 이웃은 누구일까? 좋은 휴식이란 무엇이고, 내 몸을 잘 돌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잘 살고 잘 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인간은 자연과 우주 속에서 어떤 존재일까? 이제는 서구 중심의 근대적 사고에서 벗어나 이러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약자에게 돌봄을 전가하지 않는, 돌봄노동의 평등한 재배치를 위해서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분업과 인종주의의 문제, 서구적인 삶의 양식이 아니면 모두 낙후된 것으로 취급하거나 탄압하고 차별해 온 역사를 성찰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탈성장사회는 이윤이 아니라 삶의 유지와 안녕이 가장 우선시되는 사회이며, 코로나19 이후 돌봄이 중심 가치가 되는 변혁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탈성장에 더해서, 탈식민과 교차성의 시각을 잃지 않는 페미니즘이 요구된다. - 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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