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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빛나는 생물들 - 우리가 몰랐던
조에 암스트롱 지음, 안자 수사니 그림, 이정모 옮김 / 찰리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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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바라본 밤의 지구가 빛나고 있다. 대부분 도시와 거리를 밝히는 건물의 전등과 자동차들이 내는 빛이다. 인류는 그처럼 장치와 자원을 들여 어둠을 밝히지만 어떤 생물들은 스스로 빛을 낼 수가 있다. 그들에게 빛은 언어가 된다. 이 그림책에서 만나게 될 이야기는 인류가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세계, 빛을 내는 생물에 관한 것이다.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 생물과 자외선을 활용해 빛을 만드는 형광 생물들을 여름이 가기 전에 만나보자.

반려견과 함께 밤 산책을 나온 세 아이가 어두워진 도시를 걸어가며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안내한다. 반려견이 반기는 건 가로등 아래 형광 분홍빛으로 빛나는 신세계날다람쥐. 이어지는 장면은 오스트레일리아 웨일스 해변이다. 여기는 바다 표면 바로 아래 사는 야광충 덕분에 밤의 모래와 물결이 파란 전등처럼 빛난다. 접촉하면 빛이 나는 야광충은 해군 함정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어 연구 중이란다. 다음은 미국 플로리다 먼 바닷속이다. 바다에는 깊이에 따라 태양광이 비치지 않는 심해까지 다양한 발광 생물들이 산다. 바다생물 4분의 3이 빛을 낸다는 사실에 놀랄 틈도 없이 뉴질랜드 지하동굴과 남아프리카 초원까지 빛을 내는 수많은 생물이 등장한다.

인류가 탐험한 바다는 아직 절반에 못 미친다고 한다. 생물들이 내는 빛은 여러 가지 의미로 읽히지만 왜, 어떤 원리에서 빛을 내게 되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바다에서 출발해 바다로 돌아와 마무리되며 마지막엔 인류와 바다의 미래에 관한 연구 상황을 첨부해 두었다. 이 책을 읽은 어린 독자들이 앞으로 꾸어야 할 꿈을 제안한 것이다.

빛은 인류에게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는 문장이 간결하다. 친절하고 부드러운 음색으로 설명하는 듯한 번역 글 덕에 지식 그림책이 주는 다소 경직된 느낌을 잊게 만든다. 다른 인쇄 기술을 적용하지 않았어도 빛을 발하듯 보이게 작업한 일러스트레이션은 책 전체를 빛나게 했다. 빛이 없을 때와 빛날 때를 대비해볼 수 있게 만든 앞뒤 면지도 책의 의미에 힘을 싣는다. 처음 이야기를 안내하던 아이들이 끝 장면에도 등장해 맨 앞 장면과 호응하듯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태양 빛에 반사되어 빛을 내는 달과 반짝이는 별들이 하늘을 가득 채웠다. 아이들 눈동자도 반짝이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썼습니다. 

우리는 특별하고 비밀스럽게 빛나는 생물들과 함께 지구에서 살아가지요.
앞으로도 이 생물들이 계속 빛날 수 있을지는 우리에게 달려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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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냈어 웅진 세계그림책 206
탈탈 레비 지음, 김영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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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걸 빠짐없이 다 경험할 수 없는 당연한 상황을 전제로 할 때 아이 어른 구분은 무의미하다. 골무를 머리에 쓰고 시침 핀으로 무장한 아이에게서 독자마다 자기 얼굴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두려움에 맞서는 일은 어쩌면 아이라서 더 용감하게 행동으로 옮겼을 수 있겠다. 어려운 관계, 고달플 게 뻔한 일을 앞에 두고 무기력하게 피해 다니기만 하던 경험은 나에게만 해당하진 않을 듯싶다. 스위스 작가 탈탈 레비가 펴낸 첫 책이다. 그는 옛 동화 속 아주 작은 바로우워즈와도 같은 주인공을 내세워 누구에게나 있었을 법한 경험에 관해 풀어놓았다. 두려움을 마주하고 이겨내는 동안 새로운 만남과 우정이 시작되는 이야기다.

화분 속 식물 사이를 숲을 지나듯 뛰어다니는 아이에게 집안은 세상 전부다. 익숙한 공간을 매일같이 자유롭게 보낸다. 그러다 낯선 그림자를 만난다. 당연히 두렵다. 생전 접해보지 않은 처음 만나는 모든 대상은 아무래도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아이 주변을 어슬렁대는 검은 그림자의 정체를 독자는 안다. 하지만 지금 주인공으로선 자기 몸보다 몇 배 큰 대상을 하나의 존재로 인식하기란 쉽지 않다. 그 낯선 대상이 실체를 드러내자 아이는 금세 무장해제 된다. 뒤이어 집 밖을 향한 호기심을 행동으로 옮기는 대담함도 보인다.  내 편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젠 집 밖 세상에서 새로 만난 그림자 앞에서도 덜 움츠러든다.

자기 공간이어도 온전히 익숙하지 않은 집안을 아이와 비현실적일 만큼 강한 대비로 그렸다. 놀이를 통해 현실은 곧 판타지가 된다. 극대화한 주변 환경에 비해 아주 작게 설정한 아이가 벌이는 말썽 역시 크기에 맞게 소소하다. 색연필과 연필로 그린 주저함 없는 선과 투톤의 절제된 채색 사이로 경쾌하게 내달리는 캐릭터들이 신선한 감각을 일깨운다. 놀이로 하루를 보내는 아이 표정이 한껏 만족스럽다

아이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정서적으로 안정될 때 새로운 관계 맺기도 쉬워진다. 내면이 충만한 상태에서 든든한 지원군도 함께한다면 두려움에 맞서는 건 어렵지 않다. 어떤 존재라도 기꺼이 마주하고 마침내 우정도 시작된다. 그런 의미에서 관계에 서툰 어른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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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
신시아 알론소 지음 / A9Press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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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의 필요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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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
신시아 알론소 지음 / A9Press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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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를 찾은 아이가 헤엄치며 놀다 쉬는 사이 빨간 물고기가 다가온다. 아이는 빨간 물고기를 물병에 담아 집으로 간다. 물고기가 살 수 있을 만한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본다. 그렇게 집안을 온통 물바다로 만들게 된 아이는 잠깐 물고기 입장을 생각하게 된다. 곧장 큰 망설임 없이 물고기를 다시 바다로 데려다주기로 한다. 둘의 아쉬운 인사는 다시 만나기를 약속하는 몸짓이기도 하다. 진행방식은 예상 가능한 이야기 구조여서 글 없이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읽힌다.

이야기 진행에 따라 캐릭터의 가다 오다서사구도가 명확하다. 물고기와 함께 노는 즐거움에 나름의 해방감을 느끼는 대목에선 앵글도 다채롭다. 전체 컬러를 톤다운해서 맞추고 여백과 풀컷을 리듬 있게 배치했다. 여러 판이 겹쳐지는 판화적 효과는 물속에 잠긴 장면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이미 물고기 사랑이 지극했던 아이 마음은 그가 가진 머리핀과 옷들에서 알 수 있었다. 그러니 바닷속에서 같이 놀던 물고기를 집으로 데려가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이해하게 된다. 물고기와 논다고 해서 이야기가 판타지로 흐르지도 않는다. 현실적으로 있을 법한 이야기여서 공감도 역시 높을 것이다. ‘아쿠아리움이라는 인공의 공간이 갖는 폭력성을 서정적으로 비판한 작품으로 보아도 좋다. 인류가 타 생물 종을 어떻게 착취하고 훼손하는지를 직접적인 언어로 말하기에는 너무 잔인한 대목이 많기 때문이다. 보다 많은 독자를 수용하기 위한 전략도 보인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를 설득하기에 그림이 큰 몫을 하는 까닭이다. 아이와 빨간 물고기가 은유하는 바를 놓치지 않고 읽는 것이 관건이겠다.

신시아 알론소의 책은 많이 번역되진 않았다. 하지만 자연과 인간과 사물의 연결점을 잘 찾아내 이야기를 조합하는 작품들이 기대되는 작가다. 역동적이거나 화려한 보색 배열보다 조금 더 우아한 근접 보색을 잘 활용한 그림들의 아름다움은 시각적으로도 편한 감상으로 이끈다. 글이 없어도 그림에서 이야기를 충분히 읽어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림만으로 설득 가능한 이야기를 엮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의 다른 책도 함께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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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맛있는 그림책 웃는돌고래 그림책 18
남성훈 그림, 김단비 글 / 웃는돌고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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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그림책이 눈에 확 들어와 표지만 보아도 맛을 담은 그림책인가 싶어진다. 수확의 계절 가을로 시작한 이야기는 계절마다 다양한 제철 음식과 원재료와 맛 표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먹음직스러운 쑥버무리와 도토리묵과 오이냉국들은 남성훈 작가의 손끝에서 단정한 질감의 그림으로 더 먹음직스럽게 살아난다. 장면마다 향긋하고 구수하며 새콤달콤한 맛의 느낌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런데 제철 음식이라도 어쩌면 원재료로부터 한 그릇 음식이 되어 식탁에 오르기까지 꽤 힘든 공정이 필요한 음식들이 많다. 도토리묵만 해도 그렇다. 뒷산 참나무가 떨어뜨린 도토리를 주워 만드는 도토리묵을 생각하게 되는 세대는 이미 할머니 할아버지다. 양념이 되어 접시에 담겨나온 도토리묵을 보며 참나무를 생각하는 아이들은 흔치 않을 것 같다. 그림을 보고 맛이라도 느껴진다면 다행이다. 글은 다양한 쓴맛에 관한 한 편의 짧은 시다. 다양한 맛을 표현하는 우리말 단어들을 양껏 만나게 되는 건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다. 도토리묵에서 느껴지는 첫맛은 쓰지만 깊은 고소함이 있다. 혀끝에 오래도록 남는 쓴맛을 누군가 보고 싶어지는 맛으로 마무리 지은 감성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해질지 궁금하다.

우리에게 사계절이 뚜렷해서 좋았던 건 철마다 그때가 아니면 만나기 힘든 먹거리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사시사철 구분 없이 먹고 싶다면 언제라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첨단 작물 재배 기술과 냉장 냉방 보존 및 체인형 유통 방식들은 제철 음식이란 말조차 무색하게 만들었다. 예전 같으면 꿈도 못 꿀 일이다. 하지만 햇쑥 향을 그대로 품은 쑥버무리 한 조각을 못 먹고 지나버린 봄은 무언가 허전하다. 그 맛을 경험해보지 않은 아이라면 그런 아쉬움조차 없게 된다. 물론 그림책에 그 모든 걸 다 담을 수는 없다. 원재료와 완성된 음식을 나란히 배치한 장면을 보며 그 과정을 기억해내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지금 이 책을 구매하는 이들이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싶다. 그러니 기억을 되살려 아이들에게 들려주자. 그렇게 알게 된다면 음식을 그냥 먹게 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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