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리움
신시아 알론소 지음 / A9Press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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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가를 찾은 아이가 헤엄치며 놀다 쉬는 사이 빨간 물고기가 다가온다. 아이는 빨간 물고기를 물병에 담아 집으로 간다. 물고기가 살 수 있을 만한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본다. 그렇게 집안을 온통 물바다로 만들게 된 아이는 잠깐 물고기 입장을 생각하게 된다. 곧장 큰 망설임 없이 물고기를 다시 바다로 데려다주기로 한다. 둘의 아쉬운 인사는 다시 만나기를 약속하는 몸짓이기도 하다. 진행방식은 예상 가능한 이야기 구조여서 글 없이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읽힌다.

이야기 진행에 따라 캐릭터의 가다 오다서사구도가 명확하다. 물고기와 함께 노는 즐거움에 나름의 해방감을 느끼는 대목에선 앵글도 다채롭다. 전체 컬러를 톤다운해서 맞추고 여백과 풀컷을 리듬 있게 배치했다. 여러 판이 겹쳐지는 판화적 효과는 물속에 잠긴 장면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이미 물고기 사랑이 지극했던 아이 마음은 그가 가진 머리핀과 옷들에서 알 수 있었다. 그러니 바닷속에서 같이 놀던 물고기를 집으로 데려가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이해하게 된다. 물고기와 논다고 해서 이야기가 판타지로 흐르지도 않는다. 현실적으로 있을 법한 이야기여서 공감도 역시 높을 것이다. ‘아쿠아리움이라는 인공의 공간이 갖는 폭력성을 서정적으로 비판한 작품으로 보아도 좋다. 인류가 타 생물 종을 어떻게 착취하고 훼손하는지를 직접적인 언어로 말하기에는 너무 잔인한 대목이 많기 때문이다. 보다 많은 독자를 수용하기 위한 전략도 보인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를 설득하기에 그림이 큰 몫을 하는 까닭이다. 아이와 빨간 물고기가 은유하는 바를 놓치지 않고 읽는 것이 관건이겠다.

신시아 알론소의 책은 많이 번역되진 않았다. 하지만 자연과 인간과 사물의 연결점을 잘 찾아내 이야기를 조합하는 작품들이 기대되는 작가다. 역동적이거나 화려한 보색 배열보다 조금 더 우아한 근접 보색을 잘 활용한 그림들의 아름다움은 시각적으로도 편한 감상으로 이끈다. 글이 없어도 그림에서 이야기를 충분히 읽어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림만으로 설득 가능한 이야기를 엮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의 다른 책도 함께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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