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 2008년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백영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4월
절판


룸메이트인 은영은 벚꽂을 보다가 말했다.

"쇼크사군!"-13쪽

원래 세상 모든 보스들은 '난 뒤끝 없어'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하지만 이 말은 '나는 대단히 뒤끝이 맣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사회화가 덜 된 어린애들은 윗선들이 하는 말을 해석해내는 능력이 없다.
회사도 가르쳐주지 않는 냉혹한 조직의 생리란 보스가 모든 걸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논리 , 이성, 상식, 성과, 인간성 같은 아름다운 말? 이런건 보스의 한마디면 끝장난다.-17쪽

어차피 우린 편견을 통해 이 세상을 다시 구성해 나간다. 20대엔 새로운 편견을 수집하기 위해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리고 30대부터는 그 사소한 편견들을 점점 확신하고 강화해간다. 아니라고 말하지 마라. 친구와 선배들이 조언도 지겨울 만큼 들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자신의 편견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거다. 세상엔 그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편견들이 있을 뿐.
그걸 인정하고 나자 사는 게 조금 편해졌다.-39쪽

세상엔 회사가 가르쳐주지 않는 비밀만 있는 게 아니다.부하들의 비밀이란 것도 있는법이다. -101쪽

일과 휴식의 경계 없이 하루에 열다섯 시간씩 일하다 보면 가끔은 정신을 놓을 만큼 재미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가십은 사람들에게 숨쉴 공간을 만들어준다. 그것은 나이 서른에 먹는 불량품처럼 유해하지만 달콤하다.

소문의 진실여부는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소문이란 단지 우리들의 행복한 오락이기 때문이다.
인생엔 신문에서처럼 '바로잡습니다'코너가 존재하지 않는다.-146쪽

이것이 살아남은 자의 비겁함이다. 살아 있음을 증명받기 위해, 비극에 기대는 안간힘. 이것이 다리가 끊어지고, 백화점이 무너지는 서울이라는 허술한 도시에서 견디고 있는 사람들의 비애다.
과거가 무슨 소용인가.
미래가 무엇을 말해줄 수 있나.
언제든 이 삶이 무너져버릴 수 있는데, 현재를 빼면 사람들에게 남는게 뭔가.-165쪽

이마 나사가 1천 개도 더 빠졌을 거란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
하지만 별 수 없다. 굶주려 뼈만 남은 아프리카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무너지고, 새로 나온 마놀로 블라닉을 보면 그게 갖고 싶어서 잠이 안 온다.
이것도 저것도 해야겠고, 이쪽도 저쪽도 놓칠 수 없다.
내겐 이 두가지 욕망이 모두 다 중요하다.-205쪽

누구나 자기가 하는 일에 회의를 느끼며 산다. 이게 옮은 일일까.
이런 삶이 과연 의미 있는 것일까. ............-284쪽

나는 웃었다. 상관을 향해 무조건 미소 짓는 병. 굳이 병명을 붙인다면 '후천성 스마을 증후군'쯤이 될까. 사회화된 인간의 정치적 행동은 이유 없는 슬픈 웃음 속에도 내포되어 있다.-54쪽

남자와 여자 사이엔 분명한 역학관계가 존재한다.
그것이 연애든, 비즈니스든 언제나 갑과 을이 생기게 마련이다.
타고난 싸움꾼인 남자들은 룰을 정하고 승자와 패자가 확실히 갈리는 게임을 즐긴다. 타고난 협상가인 여자들을 그 룰을 수정하고 서로 관계 맺길 즐긴다. 비즈니스에서 여자들이 종종 남자들에게 패배하는 것은 룰을 무시하고 그것을 자신의 방식대로 수정하려고 하기 때문이다.-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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