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 시절은 일제 말기여서 모든 물자가 귀했고, 책은 더 귀했다.
시골에서 태어난 나는 이 세상에서 교과서 말고 어린이가 읽을 책이 따로 있다는 것도 모르고 유년기를 보냈다. 그러나 동양의 고전에 조예가 깊고,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옛날이야기도 많이 알고 계신 집안 어른들 덕으로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비록 넉넉하지는 못했지만 이야기가 풍부한 집안에서 태어난 걸 지금도 나는 큰 복으로 알고 감사하고 있다. 이야기에는 아무리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환경에서도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뛰어넘게 하는 이상한 힘이 있다.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게 하는 상상력이야말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다.

-중략-

어려서부터 이렇게 아름다운 책으로 동서고금의 문학을 넘나들 수 있는 요즘 아이들이 부럽다.

-박완서

<푸른 담쟁이 우리 문학 세계문학> 에 대한 작가 박완서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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