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ap> lifemail -금이정의 독서일기 2007. 3. 29일자

[금이정의 독서일기] 불의 날개/ APJ 압둘 칼람-아룬 티와리

 

"그는 평생 미혼으로 살고 있어요. 그는 지금도 단칸방에 책상 하나가 재산의 전부죠. 인도의 우주개발 프로젝트를 진두 지휘했지만 외국에 유학을 하지도 않았어요. 우리는 그의 청렴함에 감동을 받고, 인도의 공교육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천재성을 꽃피울 수 있다는 점에서 그에게 무한한 애정을 느낍니다." 이 말은 2002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민주주의 포럼에 참석한 인도 최고 일간지 논설주간 아쉬 나레인로이가 자신의 나라 대통령에 대해 자랑스레 소개한 말이다.

"나는 전기쇼크와 같은 충격을 받았다. 모든 것이 돈으로 통하는 신자유주의 세상에 어떻게 이런 정치 지도자가 있단 말인가!" 그날 그 자리에 동석했던 이(이 책을 옮긴이)의 말이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그와 비슷한 충격을 받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렇게들 말할 것 같다. "위대한 지도자를 가진 인도가 부럽다!"

인도 대통령 압둘 칼람은 정치가가 아니라 과학자다. 인도 최초의 인공위성로켓과 토종 인도 미사일 개발의 책임자였고, 인도를 과학기술 강국으로 그리고 자주국방의 반석으로 올려놓은 인물이다. 그는 지난 시절의 좌절감과 가난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 또한 무력이나 금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나라의 주권과 자유를 보호하려면 무엇보다 과학기술의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의 한결같은 조국애와 인간 사랑, 열린 마음과 불굴의 정신은 수많은 인도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주었다. 놀라운 점은, 과학의 길로도 영적 풍요로움과 자아실현에 이를 수 있음을 그가 보여주었다는 데 있다.

순수한 과학자인 그는 그래서 구도자 같다. 인도 남쪽 라메스와람이라는 작은 섬에서 태어난
그는 힌두교도가 아니라 무슬림이었다. 유년시절, 자연과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영적
교감은 그의 고귀한 영성의 바탕이 되었다. 일의 성취는 모두 '신의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만큼 그는 언제나 겸허하고 경건하다.

'배우는 자가 준비되면 스승이 나타난다'는 말처럼, 훌륭한 스승들과의 인연은 그가 이미 준비된
사람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총리를 만나러 가면서 자신의 초라한 입성이 에티켓에 어긋나는 게
아닐까 걱정하던 그에게 한 스승은 이렇게 말한다. "자네는 이미 성공이라는 아름다운 옷을 입고
있지 않나?" 큰 인물 뒤엔 역시 큰 스승이 있었다.

"나는 구한 바도, 지은 바도 없으며, 가진 것도 없다. 나에게는 가족도 아들 딸도 없다. 나는 위대한
대지 위의 샘 하나. 샘에서 물을 긷듯이 수많은 아이들이 나로부터 마르지 않는 신성을 길어 신의
은총으로 온 세상을 적시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나는 세상의 모범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몇몇 영혼만이라도 나의 삶에서 영감을 얻어, 영적인 생활 속에서만 궁극적인 만족을 얻고
조화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음을 깨우치기를 바란다... 신은 어려움과 문제를 통해 성장의 기회를
주신다.

희망과 꿈과 목표가 산산히 부서진다 해도, 그 잔해를 뒤적인다면 그 속에 감춰진 황금같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세상 어느 나라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한 나라의 정치적 지도자가
그 나라 국민의 정신적 지도자이기도 한 나라. 그래서 인도가 부러운 것이다.

bipas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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