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우엘벡이 쓴 러브크래프트 전기가 출간된 기념으로 러브크래프트의 소설과 관련된 여러 컨텐츠를 소개하고자 한다.


1. 러브크래프트 전기

 국내에 출간된 러브크래프트 전기는 이제 갓 나온 미셸 우엘벡 - [러브크래프트 : 세상에 맞서, 삶에 맞서]뿐이다. 우엘벡 소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조합은 끌릴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가 스티븐 킹 서문이라니. 힙스터에 대한 책을 추종자 힙스터가 쓰고, 그걸 또 다른 힙스터가 소개하는 느낌이랄까. 책 내용은 단순히 러브크래프트가 살아온 얘기나 주변 인물들에 대한 내용만 있는 건 아니고, 우엘벡 식으로 읽은 '러브크래프트의 삶과 문학'에 가깝다. 러브크래프트의 경험이나 생각이 그의 문학에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우엘벡이 파헤치는 내용이다.


2.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 소설은 악마나 귀신이 튀어나와서 놀래키는 소설이 아니다. 일반적인 고딕 소설처럼 유령이 나오는 집 이야기도 아니다.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고 쥐가 들락날락하는, 심각하게 썩어버린 바닷가를 가본 사람이라면, 러브크래프트가 쓴 소설의 느낌을 잘 알 수 있다. 비린내를 동반한 악취,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해파리와 원형을 알 수 없는 사체 비슷한 것, 그리고 이 더러운 것들 사이를 아무렇지 않게 지나다니는 이상한 사람들. 아니, 오히려 이것들을 신중히 다루는 것만 같은 사람들의 광기 어린 시선들과 절대 속할 수 없을 것 같은 미스터리한 공동체 분위기. 결국, 이것들이 모두 알 수 없는 존재를 위해 준비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느끼는 기괴함과 그것이 점점 내게 다가오는 공포.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의 분위기를 표현하자면, 이런 느낌이다.


러브크래프트 소설의 훌륭한 선집으로 현대문학 단편선을 꼽을 수 있다. 코즈믹 호러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소설로만 딱 모아놨다. 입문자에게는 무조건 이 책을 추천한다.


책 수집가를 위해 러브크래프트 소설 전집도 나와 있다. 이 중에서 훌륭한 소설들은 1-3권에 몰려있으니 이 책들부터 읽어보도록 하자.


3. 공포 문학론

공포 문학 (특히, 고딕 소설)에 대해 러브크래프트가 쓴 에세이 [공포 문학의 매혹]도 읽어볼 수 있다.


공포 문학 작가가 쓴 공포 문학에 관한 에세이로 스티븐 킹의 [죽음의 무도]도 있다.



단순히 에세이가 아니라 문학 비평에 가까운 글을 읽어보려면, 마크 피셔의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을 추천한다. 문학사 내에서 공포 문학의 위치나 비교를 원한다면, 프랑코 모레티의 [공포의 변증법]을 읽어볼 수 있긴 하다. 다만, 이 책에서 러브크래프트 소설을 직접적으로 소개하고 있지 않고, 읽으려면 문학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4. 패러디

[Project LC.RC 세트]

한국 SF 작가들이 모여서 러브크래프트 소설을 재해석한 시리즈가 있다. 몇몇 소설은 러브크래프트가 가진 문제점을 오히려 비트는 방식으로 패러디를 시도했으니 읽어볼 만하다.


맷 러프 - [러브크래프트 컨트리]

러브크래프트 소설에 나오는 여러 요소를 현대식으로 표현한 소설로 맷 러프의 소설도 꼽을 수 있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HBO에서 드라마도 만들었으니 관심 있는 사람은 찾아보시길...


5. 다른 미디어

 러브크래프트 소설에 등장하는 크툴루 신화를 바탕으로 만든 카드 게임도 있는데, 이쪽은 내가 아예 몰라서 소개를 못하겠다.

대신에 'Call of Cthulhu: The Official Video Game'이라는 비디오 게임은 해봐서 안다. 탐정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해볼 만하다.


타나베 고 - [러브크래프트 걸작선]

러브크래프트 소설 중 유명한 작품들을 만화화한 작품도 있다.


샌디 피터슨,린 윌리스,마이크 메이슨 -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

히가시 마사오 - [크툴루 신화 대사전]

모리세 료 - [크툴루 신화 사전]

설정집도 여러 개 나왔는데, 나는 이 중에서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들]을 갖고 있다. 글로만 묘사된 공포를 일러스트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https://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nCuT3TGKUUOGY9ysz8I7D_irF073VowD4

Lee Wanner - [I Totally Scored! Volume One: H.P. Lovecraft]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은 음악은 대부분 메탈 쪽인데, 이 앨범은 러브크래프트 소설의 분위기 그대로를 살렸다. 곡의 제목은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제목과 동일하다. 같은 제목의 곡을 틀어놓고 소설을 읽으면 실감난다. 사실 난 러브크래프트 소설을 읽을 때 항상 이렇게 읽는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추풍오장원 2021-04-24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대문학 단편집 정말 러브크래프트 처음 읽기에 좋을것 같습니다. 전집 먼저 읽다가 사서 읽는데 번역도 좋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