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 내내 ‘여행’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한 관광이나 명소 중심의 체험기가 아니라, 일본의 항구 도시 고베에서 한 달간 홈스테이하며 저자가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마음으로 받아들인 생생한 기록이다. 한 도시를 걷고, 살아보며, 그곳의 사람들과 일상을 함께하는 경험이 주는 감동은 생각보다 크고 깊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홈스테이’라는 방식이었다. 우리는 보통 여행이라고 하면 호텔, 게스트하우스, 짧은 코스 등을 생각하지만, 저자는 그 방식을 과감히 벗어나 현지 가족과 한 달을 함께 산다. 일본인의 가정에서 함께 밥을 먹고, 장을 보고, 설거지를 하고, 아이들과 놀며 지낸다는 건 단순한 문화 체험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공유하는 일이었다. 그런 체험은 고베라는 도시를 단순한 ‘관광지’에서 살아 숨 쉬는 ‘삶의 공간’으로 바꾸어 놓는다. 나도 책장을 넘기며 어느새 그 집 식탁에 앉아 함께 아침을 먹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저자가 일본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장면이다. 서예, 꽃꽂이, 다도, 노(能) 같은 일본 고유의 문화에 대해 단순히 소개하는 것을 넘어, 이를 체험하면서 느끼는 감정과 사색이 깊이 있게 담겨 있다. 전통과 일상,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일본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나 역시 그간 일본에 대해 가졌던 단편적 인식을 반성하게 되었다. 이 문화들이 결코 ‘옛것’으로만 머물지 않고, 지금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걸 저자의 글을 통해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