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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
김성원 지음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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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넘어지는 것을 죽는 것보다 싫어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왜냐고 물어본다면... 넘어지는 건, 멋있지 않으니까. 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람이었다. 타인에게 비춰지는 내가 어떨지 궁금해서 잠 못 이루는 밤들이 많았고, 내가 뱉은 말 한 마디에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신경을 쏟느라 정작 하고 있던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기 일쑤였다.

 

 

  그런 나에게 넘어진다는 건... 세상이 무너지는 아주 큰 일이었다. 한 마디로 쪽팔리는 일이었다. 난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멋진 나'로 비추어지고 싶은데,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그건 멋진 내가 될 수 없는 일인 것만 같았다. 그래서 최대한 넘어지지 않으려 애썼다. 아슬아슬하게 외줄타듯.. 위험부담이 큰 일들은 되도록 도전하지 않았다. 도전해서 자칫 넘어지기라도 하면 안되니까.

 

 

 

  운이 좋게도 제법 순탄한 인생을 살아왔다. 크게 좌절할 일도, 절망할 일도 없었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단 한 번의 실패없이 살지는 못했다. 그렇게 자잘한 실패들을 몇 차례 겪을 때마다 마음이 상했다. 무언가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실수하고 실패하게 될 때마다 나는 내 인생의 전부가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 이대로 끝인가,하는 절망감과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완벽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완벽하지 못한 나를 누가 좋아해줄까 싶었다.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한 도전의 결과와 마주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까지 나에게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넘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이라는 것은 관념일 뿐이다. 세상은 완벽해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지 않아서 더 좋게 변화한다. 완벽하지 않아서 변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 김성원

 

 

 

  내가 완벽할 수는 없다는 걸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왔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아직도 나는 나의 실수에 힘겨워하고 자책하곤 하니까. 그래도 예전만큼 그 '완벽'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나는 제법 잘 살고 있다.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이런 나를 좋아해주고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이럴 줄 알았다면 과거의 나에게 조금은 덜 힘들어해도 된다고 말해줄 텐데.

 

 

 

 

  사실 이번 생은 모두가 처음 살아가는 오늘의 연속이다. 처음 걷는 이 길 위에서,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한들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넘어진 그 순간만큼은 아프고 민망할지라도 이는 결코 ‘넘어졌다’는 상처만 남기지는 않는다. 그 다음의 길을 거닐 때는 조금 더 조심하게 되니까. 넘어져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넘어지지 않을 수는 없지만, 빨리 일어날 수 있도록 근육의 힘은 키울 수 있다. 넘어짐과 일어섬의 과정을 통해 이전의 나보다 더 큰 사람이 되어간다. 인간은 모두 제각기 다른 재능과 잠재력이 있다. 어떤 잠재력은 위기를 만났을 때에야 비로소 튀어나와 계발된다. 그것이 가혹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넘어질 때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도 있으니 그래도 인생은 좋은 것이다."
<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 김성원


"지금의 내가 된 것은 지난날 얻은 상처들 덕이다. 흉터는 내 몸이 나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남은 흔적이다. 우리의 신체는 우리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자신의 현재 모습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지금 그 모습을 만든 과거의 실수와 실패도 사랑할 수 있다. 그 실수와 실패 덕에 고통을 얻고 성장해서 지금의 당신이 됐으니까."
<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 김성원

 

 


  방황하고, 어지러운 지금의 이 시간들이 헛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 시간들이 차곡차곡 모여 미래의 나를 좀 더 성장하게 만들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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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의 디테일 - 하고 싶은 말을 센스 있게
강미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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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의 디테일 강미정

: 나를 먼저 챙기는 말하기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남들에게 미움받는 일이 두려웠다. 남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친구들의 부탁이면 되도록 들어주려 노력했다. 그래야 마음이 편했다. 이런 성격 덕에 학창시절, 친구들과 크게 싸워본 적이 없었다. 어쩌면 나는 스스로의 도덕적 만족감에 취해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살아오기를 20,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 사람들의 부탁을 모두 들어주기란 힘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부탁을 들어주기 힘든 상황은 계속해서 생겨났고, 나는 거절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 , , 그리고 대학교까지 장장 16년간 교육을 받아왔지만, 그 속에서 '거절을 잘 하는 법'에 대하서는 배우지 못했다. 거절에 서툰 나와, 그런 나를 바라보는 상대에게도 거절의 상황은 곤혹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거절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나의 낮은 자존감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다.

거절을 함으로써 내가 다음에 거절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 흔쾌히 Yes를 외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내가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나를 속일 만큼 다른 사람의 시선이 그렇게 중요할까.

<말하기의 디테일>, 강미정, p91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거절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구나. 내가 그동안 거절을 두려워했던 건, 이번에 내가 거절을 하면 내가 다음번에 상대에게 거절을 당할 것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거절은 일종의 상처였고, 그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나는 내 나름의 방식대로 무던히 노력해왔다. 미래에 대한 보험이라 할까나. 그러나 책을 말한다. 상대는 생각보다 거절에 상처받지 않는다고. 상대가 받을 상처보다는, 오히려 거절 못 해 불행한 내 마음을 돌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이다.

다양한 '말하기의 디테일'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책은 결국 나 자신에 대한 관심의 중요성으로 그 이야기를 귀결짓는다. 책의 서두에서도 이야기되었듯 눈치 보지 말고, 내 마음을 먼저 보라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과 스트레스는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기 싫어도 관계를 맺어야 하는 우리는, 가끔 그 속에서 나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고 있는 것만 같다.

 

여러분들 항상 인간관계를 잘하려면

배는 든든해야 돼요.

배가 든든해야 머리가 잘 굴러가고

그래야 호의적인 행동이 나와요.

 

막연하게 웃기다,라고만 생각했던 이 말 속에 인간관계에 대한 해답이 들어있었다. 배가 든든해야, 그러니까 내가 상대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적 여유가 있어야만 상대에게 호의를 베풀 수 있다. 말하기의 디테일도 실은 여기서 시작된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기보다는 나에게 좋은 사람이 먼저 되어보는 건 어떨까. 이해하기 힘든 상대를 만난다면 내 기준에서 이해하려 애쓰려 노력하기보다는 그러지 않는 것이 내 정신건강에 이로울 때가 있다. 잘못된 게 아니다. ", 그럴 수도 있지." 가끔은 이 한 마디가 나의 인간관계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말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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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과 소설가 - 대충 쓴 척했지만 실은 정성껏 한 답
최민석 지음 / 비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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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과 소설가 최민석

: 이 세상의 모든 프로 고미니우스들에게

 

 

미래에 대한 계획을 짜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나는 계획 마니아이기 때문에 (그에 비해 실행 마니아는 되지 못한 편이다) 여러 인생계획들을 세워 놓은 편인데 그중에서도 내가 하고 싶고, 해야할 일들을 목록화하여 적어두는 것을 좋아한다. 책 속 비유를 빌려와 이야기하자면, ‘라는 소설책에서 나는 이미 소설의 플롯을 구성해온 셈이다. 이제 졸업을 앞둔 나에게는 앞으로 채워 나가야 할 남은 계획들도 많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대학생활동안 세워온 큼지막한 계획들은 대부분 이루어 온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내가 늘 만족하면서 살았을까?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이 잘 실행되어 왔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나는 (주변사람들은 알겠지만) 매일을 엄청난 고민들과 (쓸데없는) 걱정들로 채우며 살아가는 사람 중 하나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의 계획 실행 현황표에는 돌이켜 보면이라는 전제가 붙었다. 실은 나의 계획들 중 대부분은 제 때에 실행된 것이 거의 없다. 사실 휴학은 2학년을 마치고 하고 싶었는데 학생회라는 좋은 인연이 닿아서 일 년을 미루고 되었고, 휴학을 하고 나서는 그 해 1~3월에 방송아카데미에 다니려고 했으나... 1월 초에 학교에서 해외현지조사를 다녀올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아카데미는 다음 기수인 4~6월에 다니는 것으로 계획이 수정됐다.

그밖에도 나는 이렇게 수정된 계획들 속에서 내가 값진 경험을 했고, 소중한 사람들을 얻었다고 확신한다. 다만 그동안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건, 계획을 실행함에 있어 혹여 를 놓치지는 않을까 라는 마음이 가장 컸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큰 틀의 계획만 세워두고 작은 계획들은 나의 속도에 맞춰서 실행하면 되는 것이었다. '돌이켜 보니' 그랬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김재경은 삶에 대한 불안함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으로 이겨냈다고 한다. ‘오늘이 모이면 멋진 미래가 돼 있을 거라고 본다라고. 맞는 말이다.

열심히 살다보면 내가 그토록 걱정하고 고민했던 적당한 때가 오지 않을까. 그 시기를 무심코 스쳐 보내기 않기 위해 지금, 여기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다. 나에게 현재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하다보면 그 하루 하루가 모여 멋진 미래의 내가 되어 있으리라 믿는다.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때가 있었다. 당장 내게 쥐어진 내일을 어떻게 보낼지조차 모르겠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아무도 내게 기대하고 있지 않는데 보이지 않는 중압감이 나를 짓누르는 것만 같아서 숨이 막혔다. 아무도 내게 그러라 하지 않았는데도 혼자만의 감정에 휩싸여 걱정과 고민의 시간을 보내던, 그런 날들이 있었다. 걱정과 고민의 시간으로 새벽을 보내고 나면 언제나 창문 틈 사이로 동이 터왔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고민의 시간들이 헛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시간들은 나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당연한 이치를 깨닫게 해주었다. 그것이 나쁜 일이든 좋은 일이든지 간에 말이다.

 

써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오직 써봐야만 알 수 있습니다.

<고민과 소설가>, 최민석, p243

 

 

시작도 하기 전에 겁이 나는 요즘이다. 익숙했던 생활에서 벗어나 전환점이 될 지도 모르는 시점에 서 있는지도 모르겠다. 무엇이든 완벽하게 하고 싶지만 늘 그럴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여전히 고민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들을 늘어놓고 있지만, 그래도 한 걸음을 내딛어 보려 한다. 써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법이니까.

 

 

플롯을 완벽하게 짜진 않았지만, 살아가며 매번 플롯을 수정하며 삶을 써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뒷걸음질 치지 마시길. 매번 수정할지라도 삶을 마주해 꾸준히 써나가길.

<고민과 소설가>, 최민석,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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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에서는 천천히 걸을 것 - 율리와 타쿠의 89일 그림일기
배율.진유탁 지음 / 김영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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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에서는 천천히 걸을 것 - 배율, 전유탁

: 천천히 걸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여행을 준비할 때에 가장 설레는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여행계획을 짜는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더군다나 해외여행의 경우, 비용과 시간적 측면에서 국내 여행보다 쉽게 떠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나는 특히 해외여행 계획을 짜는 데에 심혈을 기울이는 편이다. 내게 주어진 한정적인 시간과 경비로 일명 '가성비 좋은' 여행을 다녀와야지만 마음이 편안했다. '이곳까지 가는데...' 라는 생각에 나는 쉴 새 없이 일정들을 밀어 넣었다.

그렇게 세운 나의 계획이 잘 실행됐냐고 물어본다면... 사실 할 말이 없다. 인생이 아무리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라 할 지라도, 여행까지 왔는데 내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 하지만 야속하게도 여행지에 도착하면 일정을 짤 당시에는 몰랐던 변수들이 항상 존재했고, 그 상황 속에서 나는 언제나 초조했다.

 

 

확실한 게 좋았다. 낯선 곳에서 헤매고 있는 내가 되기 싫었다. 그건 왠지 간지(?)가 안 사니까. 그래서 완벽한 일정 세우기에 매달렸다. 낯선 곳에서 혹여라도 바가지를 쓸까 봐, 길을 잃을 까봐 핸드폰 화면만 바라봤다. 여행지에서는 미리 검색해온 '유명한 커피집'에서 시그니처 커피를 30분 만에 마시고 나왔고, 다음 일정을 향해 쉼 없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 당시엔 계획 한 번 잘 지켰다- 하고 뿌듯해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당시 여행이 어땠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단지 그때 먹었던 음식들이 휴대폰 사진첩에 남아 기억될 뿐이다.

 

다들 '좋았다', '멋졌다'고 하는 확실한 것들만 좇던 건, 좋은 것만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며칠이고 지내다보니 우연히 보물을 찾아내는 즐거움이 생겼다.

 

책을 읽으면서 계획 강박증이 있는 나에게 필요한 여행은 아마도 율리와 타쿠가 떠난 89일 간의 치앙마이 살이는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들의 여행은 순전히 "치앙마이 가볼래?" 라는 타쿠의 예고없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이 질문에 나는 과연 무슨 대답을 했을까. 그리고 그렇게 간 차앙마이에서도 아마 나는 한껏 속도를 내어 걷지는 않았을까.

 

잠깐 머무는 곳, 이곳에서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강박증을 만들어 냈다. 사실 예상치 못한 순간에서 여행의 즐거움을 깨달을 때가 더 많은데 말이다. 어둠이 내려앉던 어느 길거리에서 친구와 함께 들어갔던 이름 모를 식당이 내게 그랬다. 생각보다 복잡한 길거리에서 우리는 길을 잃었고, 배가 고팠던 우리는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식사를 해결하기로 했다. 계획에는 없던 일정이었다. 그러나 사전에 미리 찾아봤던 별점이 다섯 개느니 했던 이전 음식점들 보다 훨씬 맛있고 만족스러웠던 식사였다.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아니 딱히 계획을 짜지 않더라도 여행지가 가지고 있는 냄새를 느끼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다. 그건 나의 마음에 달린 것. 천천히 걸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런 곳에서 매일을 살아가는 건 어떤 느낌일까.

보이지 않는 불편이나 고민도 있을테지만 그런 세상 어디를 가든지 똑같은 걸.

어디에서 지내든 마음의 문제. 자주 잊어버리지만 않으면 말이다.

 

 

 

여행과 관련한 문구 중에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우리는 특별함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네잎클로버라는 행운을 찾기 위해서 곁에 있는 수많은 세 잎 클로버(행복)를 밟아버린다는 말.

율리와 타쿠의 89일 간의 치앙마이 살이. 여행이라는 말보다는 살이라는 말을 붙이고 싶다던 율리의 이야기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느끼게 되었을 때 비로소 발견할 수 있는 무언가, 그건 아마도 낯선 곳에서 발견한 일상의 소중함일 것이다.

 

 

생각만으로 되는 일은 없다. 용기내지 않았다면 하지 못했을 경험.

떠나오기를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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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 타임 - 구글벤처스의 혁신적 시간관리법
제이크 냅.존 제라츠키 지음, 박우정 옮김 / 김영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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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 타임

: 효율적인 내 삶 운영법

 

 

벌써 5월이다. 체감상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2019년도 이제 절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달리다 보면 신발 끈이 풀리는 건 당연하다. 다만 풀리는 신발 끈을 얼마나 자주 묶느냐가 중요한 법. 이처럼 작심삼일로 끝나는 나의 다짐들을 바라보며 내 자신을 홀로 다독이곤 했지만, 신발 끈을 새로 묶듯 다짐을 고쳐먹을 때마다 내 발목을 붙잡았던 건 시간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무언가에 집중하려고 해도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주의를 빼앗아가는 세상이다. 사실 이 서평을 작성하기에 앞서서 나는 한글창 속 반짝이는 커서만 놔둔 채, 스마트폰으로 몇 시간 동안이나 여러 웹사이트와 유투브에 주의를 빼앗겨 버렸다. 그리고 아마도... 이 글을 완성하기 전까지도 나는 몇 번이고 나의 스마트폰을 잠금해제하고 또 다른 웹 사이트 속 세계로 빠지겠지...

 

사실 내가 주의를 빼앗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 세상엔 나를 유혹하는 게 너무도 많다. (애플에 따르면 사람들은 하루 평균 80번 정도 아이폰을 잠금해제한다고 한다. 나만 그런 게 아니였다.)

 

주의를 분산하는 방해꾼에 심하게 중독된 데는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러기 때문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바로 고립공포감이 작용한 것인데, 우리는 모두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 (...)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뒤처지고 싶지 않다

 

사람들은 나만 모르는 이야기에 민감하다.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데, 그걸 나만 모르는 건 도저히 용납이 안 된다. 그래서 열심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내가 다른 일을 하면서도 그 일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건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닐까.

 

하지만 문제는 이 고립공포감이 결코 우리를 고립감에서 꺼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어느 때보다 고립됐다는 것이 현대사회의 잔인한 아이러니다.”

 

메이크 타임의 저자 제이크와 존은 이러한 현대사회의 문제를 지적하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간 관리법을 제안한다. 그들의 시간 관리법은 꽤나 구체적이다. 그래서 한 번쯤 실행해볼 만한 작전들로 구성되어 있다. 메이크 타임의 커다란 작동 방식은 다음과 같다.

 

하이라이트 초집중 - (에너지 충전) - 돌아보기

 

오늘 하루 내가 우선적으로 처리할 무언가를 정하고(하이라이트), 우리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방해꾼들을 물리치고 내가 하고자 했던 목표를 처리할 시간을 만든다(초집중). 이를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 간간히 에너지를 충전하며 나의 뇌 에너지가 쉽게 방전되지 않도록 힘쓰고, 앞선 활동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돌아보기).

 

언뜻 보기에 뻔해보이는 이 전술들이 내게 진정성있게 다가왔던 건, 이 모든 것이 그들의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진 경험담이었기 때문이다. 제이크와 존은 자신들이 겪었던 일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시간 관리 측면에서 어느 부분을 힘들어 할 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책은 그들이 겪은 이야기(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바로 제이크의 이야기였다.

 

2012년의 일이다. 두 아들 녀석이 거실에서 나무 기차를 가지고 노는 중이었다. 루크가 부지런히 트랙을 조립하는 동안 플린은 기관차 위에 침을 흘리고 있었다. 문득 루크가 고개를 들더니 내게 물었다. “아빠, 왜 핸드폰을 보고 있어?” (...)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온종일 기대했고 마침내 그 시간이 왔는데... 나는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사실 나도 겪어보았던 경험 중 하나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의 약속이었지만, 친구의 얼굴보단 스마트폰의 화면을 더 많이 보고 집에 돌아온 날. 제이크의 말처럼 나는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내겐 해야할 일을 하는 시간도 필요했지만, 그보다도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좀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는 방법이 더 절실했다.

 

 

더 이상 시간이 없어서...’라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이 책을 친절히도 부록처럼 자신들의 일정표 샘플을 제공한다. 책을 읽고 한 번 일정표 샘플에 내 계획을 집어넣어 보았다. 놀랍게도.. 시간은 너무나도 많았다.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를 정하는 습관을 들이면 일상생활이 바뀐다. 현재 당신의 일이 내면의 나침반과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가장 중요한 기회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역량이 훨씬 커질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서평을 작성하는 지금까지도 나는 몇 번이고 나의 핸드폰을 들여다 보았으니 말이다. 그래도 노력해보려 한다. 책의 말미 속 한 구절이 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돈다.

 

당신을 활기차게 만드는 일, 그 일을 위한 언젠가를 기다리지 마라. 바로 오늘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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