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
김성원 지음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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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넘어지는 것을 죽는 것보다 싫어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왜냐고 물어본다면... 넘어지는 건, 멋있지 않으니까. 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람이었다. 타인에게 비춰지는 내가 어떨지 궁금해서 잠 못 이루는 밤들이 많았고, 내가 뱉은 말 한 마디에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신경을 쏟느라 정작 하고 있던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기 일쑤였다.

 

 

  그런 나에게 넘어진다는 건... 세상이 무너지는 아주 큰 일이었다. 한 마디로 쪽팔리는 일이었다. 난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멋진 나'로 비추어지고 싶은데,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그건 멋진 내가 될 수 없는 일인 것만 같았다. 그래서 최대한 넘어지지 않으려 애썼다. 아슬아슬하게 외줄타듯.. 위험부담이 큰 일들은 되도록 도전하지 않았다. 도전해서 자칫 넘어지기라도 하면 안되니까.

 

 

 

  운이 좋게도 제법 순탄한 인생을 살아왔다. 크게 좌절할 일도, 절망할 일도 없었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단 한 번의 실패없이 살지는 못했다. 그렇게 자잘한 실패들을 몇 차례 겪을 때마다 마음이 상했다. 무언가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실수하고 실패하게 될 때마다 나는 내 인생의 전부가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 이대로 끝인가,하는 절망감과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완벽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완벽하지 못한 나를 누가 좋아해줄까 싶었다.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한 도전의 결과와 마주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까지 나에게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넘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이라는 것은 관념일 뿐이다. 세상은 완벽해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지 않아서 더 좋게 변화한다. 완벽하지 않아서 변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 김성원

 

 

 

  내가 완벽할 수는 없다는 걸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왔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아직도 나는 나의 실수에 힘겨워하고 자책하곤 하니까. 그래도 예전만큼 그 '완벽'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나는 제법 잘 살고 있다.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이런 나를 좋아해주고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이럴 줄 알았다면 과거의 나에게 조금은 덜 힘들어해도 된다고 말해줄 텐데.

 

 

 

 

  사실 이번 생은 모두가 처음 살아가는 오늘의 연속이다. 처음 걷는 이 길 위에서,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한들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넘어진 그 순간만큼은 아프고 민망할지라도 이는 결코 ‘넘어졌다’는 상처만 남기지는 않는다. 그 다음의 길을 거닐 때는 조금 더 조심하게 되니까. 넘어져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넘어지지 않을 수는 없지만, 빨리 일어날 수 있도록 근육의 힘은 키울 수 있다. 넘어짐과 일어섬의 과정을 통해 이전의 나보다 더 큰 사람이 되어간다. 인간은 모두 제각기 다른 재능과 잠재력이 있다. 어떤 잠재력은 위기를 만났을 때에야 비로소 튀어나와 계발된다. 그것이 가혹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넘어질 때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도 있으니 그래도 인생은 좋은 것이다."
<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 김성원


"지금의 내가 된 것은 지난날 얻은 상처들 덕이다. 흉터는 내 몸이 나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남은 흔적이다. 우리의 신체는 우리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자신의 현재 모습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지금 그 모습을 만든 과거의 실수와 실패도 사랑할 수 있다. 그 실수와 실패 덕에 고통을 얻고 성장해서 지금의 당신이 됐으니까."
<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 김성원

 

 


  방황하고, 어지러운 지금의 이 시간들이 헛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 시간들이 차곡차곡 모여 미래의 나를 좀 더 성장하게 만들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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