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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둘리지 않고 당당하게
김미영 지음 / 미문사 / 2021년 6월
평점 :
우리는 일상에서 마주 하는 크고 작은 사건들과 얽히며 살아간다. 금새 잊혀지는 가벼운 사건도 있고,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 사건도 있다. 그 사이 중간쯤에는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뒤돌아 서면 다시 곱씹게 되는 여운이 남는 그런 사건도 있다. 그런 사건을 겪을 때면 때로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궁금증이 일어난다. 절친한 친구에게 배신감을 느꼈을 때, 학부모 모임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을 때,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옛 친구가 문득 보고 싶어졌을 때, 천사와 같던 아이가 사춘기를 맞아 몰라보게 달라졌을 때 등등... 저자는 <<휘둘리지 않고 당당하게>>를 통해 딱 이런 순간 마주하게 되는 난감함에 대해 재치있게 생각을 풀어놓는다. 나아가 경험을 통한 깨달음을 전해주고 독자는 그를 통해 조금은 안도하게 된다.
책은 크게 5개의 Part로 38편 정도의 에세이를 담고 있다. 각각의 스토리를 유사한 테마로 묶어 놓았다. 첫 번째 파트의 <고졸 직원의 부서를 넘나드는 농단>을 재미있게 읽었다. 예전 회사에서 겪었던 비슷한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회사 업무 역량은 뛰어나지만 아는 것이 넘쳐 모든 일에 간섭하던 옛 직장 동료가 생각났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 보이는 것을 다 상관하다 보면 결국 자신은 물론 상대방도 지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는 만큼 보이지만 그냥 못 본 척하는 것도 또 하나의 삶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고졸 직원의 부서를 넘나드는 농단, 37쪽) 이 글을 읽고 보니 당시 나도 힘들었지만 본인 역시 오죽 힘들었으랴 싶다. 측은한 생각이 들며 지금은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 진다.
사춘기 아이를 키우면서 겪게 되는 고충을 토로한 글도 와 닿았다. 또래 아이를 키우면서 매일 고민하고 분투하는 일상이 자연스러운 과정이구나 생각해 본다. '부모와 자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자식이 그 무언가를 하고자 노력한다면 부모 역시 최선을 다해서 뒷바라지를 해주고 싶은 게 자식을 향한 모든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여유로워 보이는 백조의 힘찬 발길질, 55쪽) 아이를 먼저 키워 본 '선배 부모'로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후배 부모'로서 아이에 대한 조금한 마음에 조금이나마 여유를 안겨다 준다.
시중에 수많은 에세이가 매일 쏟아지고 있고 많은 에세이를 읽어 봤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재미있고 잘 읽힌다는 것이다. 저자와 비슷한 연령대로 동 시대와 공간 속에서 경험의 유사성이 공유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상의 경험에서 부지런히 채굴한 삶의 작은 깨달음을 생생히 들려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의 이야기는 더 진솔하고 살아있는 문장으로 다가와 마음을 후련하게 해 준다. 스토리의 흥미진진한 반전은 보너스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학교 시험에서 너무 어렵게 출제되어 모두가 같이 틀리게 되면 위안을 얻는 그런 심정이랄까...
살면서 공허함이나 막막한 생각에 잠깐이나마 우울한 마음이 든다면,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휘둘리지 않고 당당하게>> 한 권을 들고 조용한 카페로 나가 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햇살이 내리쬐는 유리벽을 면하고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두려워하지 않고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고 당당하게 나답게 세상을 살아나가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알아갈 수 있으리라... 덤으로 나 역시 잘 하고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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