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 - 성공한 근대화, 실패한 근대화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총서 99
김석균 지음 / 예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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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부터 1800년까지 세계 생산의 80%를 담당하던 아시아는 불과 100년 후 어떻게 세계사의 주도권을 유럽에게 넘겨 주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저자는 '해금(海禁)'과 '개해(開海)'라는 두 가지 핵심적인 키워드로 그 이유를 설명한다. 이 책은 유럽의 대항해 시대, 명·청 시대, 조선과 일본의 개화기에 이르는 시대를 아우르며 서양 우위의 역사가 주류를 이루게 된 근원을 깊이 탐구한다. 해양경찰청장을 지낸 저자는 동아시아 해양 문제 전문가로 오랜 해양 연구 경험을 토대로 알게 쉽게 주제를 설명한다.

책은 크게 4편과 각 편을 세분한 9장으로 구성된다. 제1편 '유럽의 대양 진출'은 대항해 시대 유럽의 해외 진출과 이에 역사적 배경을 둔 자본주의 제도의 탄생을 다룬다. 제2편 '해금의 동아시아'에서는 명의 해금령, 청의 천계령 등 동아시아 주요 국가의 반해양 정책과 이에 따른 동서양 충돌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제3편 '동양 3국 근대화의 도전'은 한-중-일의 근대화 과정을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여 서술한다. 마지막으로 제4편 '근대화의 성패'는 동아시아 3국의 국가별 근대화 성패의 원인에 대해 설명한다.

책을 관통하는 주제인 해금(海禁)은 ‘하해통번지금(下海通番之禁)’, 즉 ‘바다로 나아가 오랑캐와 소통하는 것을 금한다’는 뜻으로, 동아시아 3국이 취했던 반해양, 반무역 정책이다. 반면 개해(開海)는 서양의 친무역 정책으로 전 세계 바다로 눈을 돌려 무역로를 개척하고 미지의 땅을 정복하는 해양 진출 전략이다. 대항해 시대 이후 서양의 개해와 동양의 해금은 충돌하고 동양은 서구의 무력에 의해 문호를 개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중화주의에 매몰된 청, 조선과 달리 일본의 에도 막부는 세계 정세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근대 지식을 습득하고 능동적으로 수용하여 성공적인 근대화의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저자는 '해금(海禁)'과 '개해(開海)'라는 키워드를 통해 동아시아 근대화를 주로 설명하고 있지만, 각 국가에서 그 이전부터 내재된 정치, 경제적 요인에 대해서도 간과하지 않는다. 서양의 대양 진출이라는 세계사적 흐름을 다룬 책은 흔하지만, 이런 시대적 환경에서 동아시아의 해금 정책과 한-중-일 3국의 구체적 근대화 과정의 차이, 그리고 성패의 요인에 대해 면밀히 분석한 책은 드물다. 또한 세계사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이 없는 독자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서술되었다는 점 역시 이 책의 장점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근대 동서양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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