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함께 정처 없음
노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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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정처없음 #노재희 #작가정신 <도서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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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문자공화국‘의 시민으로 살아왔다고 말하는 저자는, 200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 소설 부문으로 등단하였고 이후 소설집 ‘너의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를 내놓았다. 그리고 이번 산문집이 그의 두 번째 책인데 당연하게도 나는 처음 만나는 작가였다. 그럼에도 책을 읽으며 역시 작가는 작가다, 소설도 꽤나 재미있을 것 같다는 감상이 줄줄이 흘러 나올 만큼 다음을 기대하게 하고 잡아끄는 글의 매력이 있었다. 특히 할아버지의 삶을 담아낸 ‘향로표지원 이부연 씨’는 한 편의 소설처럼 좋아서 자꾸 소설가로서의 면모를 느끼고 기대하게 됐다.

누군지 잘 모르는 사람의 삶, 생각, 일상, 경험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책이 되는 것은 어쩐지 좀 특별하고 고마운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문자를 통한 교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가 정성들여 쓴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눈으로 읽히고 가슴에 닿아 스며들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의 공통 분모인 인생.. 위태롭고 생생한 그것에 대해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의 무게를 느꼈다. 두렵고 아찔했다. 그럼에도 작가가 스스로에게 자주 ‘이게 내 인생일까?’ 물었듯이 나 또한 인생이란 그런거였지, 하며 공감을 보내기도 하면서, 같이 인생의 그네를 타는 중만 같았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비슷한 희노애락을 겪으며 삶을 통과하고 있으니까 누군가의 고통, 아픔, 성공과 실패는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느날 갑자기 응급실에 실려가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기고 이전과는 다른 삶의 세계에 들어서게 된 작가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을 두려운 마음으로 대면하기도 했다. 예측불허인 인생, 누구든 언제라도 갑자기 겪을 수 있는 위기들. 그렇게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삶에 대한 겸허함이 스멀스멀 흐를 수밖에 없었다.

‘나무와 함께 정처 없음’. 저자는 정말 정처없이 남편 ‘여름씨’와 함께 2년마다 이곳 저곳으로 이사를 다니는데 그때마다 나무와 함께다. 작은 나무, 큰 나무 할 것 없이 꾸리고 꾸려서 차에 싣고 함께 새로운 집으로 떠난다. 그렇게 매번 함께 한다. 키우는 나무들을 위해 장소를 물색하는 것, 그리고 같이 살기 위해 나무들과 동행하는 것, 그 애정의 마음이 나는 너무 좋았다. 사랑하고 지키는 사람들의 세계였다. ‘정처 없음‘의 고단함이 뭐 대수냐는 듯이. 여름씨가 열심히 키워내 점점 그 수가 늘어난 블루베리 나무를 상상하는 것 또한 싱그러웠다.

저자의 경험과 어우러지는 책 이야기, 종교와 과학에 대한 생각, 이사하고 지내는 과정에서의 에피소드, 나무 이야기, 여성의 흡연에 대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과거의 기회를 놓친 경험에 대해, 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이 산문집을 쓴 마음에 대해, 독서와 글쓰기를 사랑하는 저자가 앞으로 더 얼마간 나무들과 정처없이 달려나가야 할지라도 응원하고 싶었다. 그녀의 말처럼 나 또한 내가 가진 에너지만큼 충실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시한부의 감각으로 다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그녀의 세 번째 책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87p> 사실은 내가 어떻게 살든 무엇을 하든 그게 전부 다 내 인생이었다는 것을 언젠가 알게 된다.

<174p> 집 안에서 내 일을 하다가 문득 창밖을 내다보면 여름씨가 보이는 게 좋았다. 밭에서 일하는 여름이 곁에는 나무가 있고 흙이 있고 햇빛이 있고 바람이 있고 그리고 고요가 있었다.

<226p> 별들을 올려다보면서 우주를 가늠하듯 글자들을 들여다보면서 그것이 의미하는 세계를 상상한다.

<234p> 지금까지 내가 읽은 책의 저자들 중 누구도 나에게 그것을 써준 것이 아닌데 나는 그 책들을 읽으며 성장했다. 심심해서 외로워서 궁금해서 슬퍼서 나는 책을 읽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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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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