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드리 씨의 이상한 여행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8월
평점 :
#달드리씨의이상한여행 #마르크레비 #작가정신 <도서 협찬>
잊지 못할 긴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런던에서 이스탄불로.
조향사 앨리스와 이웃집 남자 이자 화가인 달드리의 이상한 여행. 그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 건 앨리스가 한 점쟁이를 만나 주고받은 대화가 계기였다. 여섯 사람을 만나야 인생의 남자에 이르게 된다는, 그리고 이스탄불로 여행을 떠나 너의 역사를 찾으라는 그 알아듣기 힘든 점쟁이의 말들은 그것을 애써 부정하려는 앨리스를 온통 흔들어 놓는다.
점쟁이를 만나고 온 후, 앨리스는 어딘가로 도망치고 숨게 되는, 쫓기는 악몽을 자주 꾸게 되고 이렇게 혼란스러운 생각을 이어가는 앨리스 옆에서 그를 지키는 이웃집 남자 달드리는 이스탄불로의 여행을 함께 떠나기 위해 그녀를 설득한다. 마침내 그들은 이스탄불로 떠난다. 앨리스의 인생을 찾기 위해.
떠나게 된 이스탄불에서 앨리스와 달드리가 쌓아올리는 하나하나의 추억들과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여행의 여정들은 앨리스의 인생을 알아가는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앨리스의 인생을 찾기 위해 돕는 달드리라는 인물은 좀 특이하고 재미있고 한편으로 따뜻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이상형은 앨리스가 아니라 확신하는데 그는 정말 앨리스가 이상형이 아닐까? 그는 왜 앨리스와 함께 떠났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그들의 여행을 내내 따라다녔다. 이스탄불에서도 조향사로 향수 장인을 만나 새로운 향수 만들기를 실행에 옮기는 앨리스와 다양한 사람과 장면을 만들어 내는 생동감 넘치는 교차로를 그리기를 좋아하는 화가 달드리의 이스탄불의 여정. 그 여정에서 앨리스는 결국 그녀의 삶을 온전히 찾게 된다. 하나 하나 사람을 만나고 거치면서 그녀의 잃어버린 삶도, 사랑도 결국 되찾고 재발견한다.
삶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몰랐던 유년과 가족에 얽힌 진실을 찾아가며 고통과 아픔이 뒤따랐지만 그 고통 뒤에 삶은 다시 시작되었고 여행은 새로운 인생이 되었다.
앨리스가 자신의 태생을 찾는 여정은 1915년 4월에 이스탄불에서 실제 일어난 ‘아르메니아 대학살’과 연관이 있었는데 소설을 통해 이 역사적 사건을 처음 알았다. 얼마전 읽은 소설의 ‘관동 대학살’을 떠올리며 인간의 유전자 어딘가에는 그렇게 잔혹한 무언가가 심어져 있는 것인가 하는 고통의 자각과, 소설에서도 언급하듯 그러한 대학살의 역사를 현재는 부정하고 있다고 하니 쓸쓸해지는 마음 또한 밀려왔다. 반성과 용기는 그토록 어려운 가보다, 하는.
그럼에도 앨리스가 삶을 되찾고 다시 거기서부터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또다른 삶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앨리스 인생의 중요한 남자를 ‘발견’하게 된 그 마지막은 뭉클하고 새삼 설렌다. 인생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예측불허라는 사실과 동시에 이미 어떤 것은 예정이 되어 있고 그것을 당시에는 잘 모를 뿐, 돌고 돌아서 다시 반드시 만나게 되는 극적인 운명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 소설. 용기와 도전을, 사랑과 여행을, 과거와 현재를 눈부시게 비추는 소설. 그리고 끝내 이스탄불을 꿈꾸게 하는 그들의 여행. 어쩌면 우리 삶은 사랑과 여행의 연속이 아닐까.
<57p “앨리스, 네 안에는 두 개의 인생이 있단다.
네가 아는 인생과 오래전부터 너를 기다리고 있는 인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