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 박서련 일기
박서련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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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련 작가의 소설을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채 그녀의 첫 산문집을 만났다. 산문집이라 붙였지만 2015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일기 중에서 독자에게 보여도 될 법한 글을 선별한 것이다. 나는 일기를 쓰지 않은지 꽤 오래되어서 일기라는 글에 좀 멋쩍은 편이기도 하다. 그것이 누군가의 일기여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사실 개인의 내밀한 일기를 보는 일이 흔한 행위는 아니기도 하고 굳이 재미있는 독서 양식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니까.

그런데 “제가 쓰는 글 중에서 일기가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는 작가의 말처럼 박서련 작가의 일기글은 꽤나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거침없고 자유분방하다. 이래도 괜찮나? 생각이 들 만큼. 일기라는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나는 일기를 쓸 때에도 은밀하게 감추어야 할 글을 쓴 것은 아니었으니까. 여하튼 그 은밀함을 속삭이지 않고 바짝 드러내 보이는 이 일기글이 신통방통하게 여겨지기까지 한다.

일기, 상하이 여행을 담은 여행기, 월기로 구성된 이 책에서 작가이자 한 사람의 생각과 감정과 일상의 자유로움을 휘청휘청 거니는 것 같았다. 또 매우 이상하게 그 휘청휘청스러움에 중독성이 붙는다. 문학과 사랑과 게임과 친구와 여행과 좌절과 자책과 즐거움 같은 보통의 날을 살아가면서도 끝내 예쁜 걸 찾아 먹으며 더 잘살아가려는 사람. 그런 소소함이 기쁨의 위로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좌절하다가도 될대로 되라는 듯한 의연함 같아서 좋다.

일기에 대한 매력도가 상승해 이렇게 자유분방하고 솔직하고 거침없기까지 한 사람의 소설은 어떤 식일까 생각했다. 소설도 이렇게 거침없이 재미있을까? 일기가 가진 특성만큼 내용도 형식도 매우 자유로운 글이다. 첨언해야 할 말은 괄호 안에 색을 두어 나타냈고 이 괄호 안의 속엣말 읽는 것이 또 묘미다. 일기 속에서 한 사람의 겉과 속을 함께 탐색하게 되는 글이기도 하다. 때로 횡설수설 정돈되지 않은 글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욕심부리지 않은 일기답다. 이 글을 읽으며 ‘일기를 써볼까’생각했고, 예쁜 걸 찾아먹는 기특함을 계획하며 기쁨을 누렸다. 예쁜 걸 차려놓고 작가의 소설을 읽어야겠다.

[29p 나는 예쁘고 산뜻하고 재미있는 것들에 대한 나의 직관을 아끼는 사람이고 나는 내 기준에서 너무 벗어나 있고 나는 내가 그만 죽었으면 좋겠다. 제일 싫은 건 이렇게 형편없으면서도 죽고 싶지 않은 너절함이다. 품위라곤 하나도 없다.]

<본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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