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선샤인 어웨이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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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선샤인어웨이 _ M.O월시 , 작가정신 _<도서 협찬>

소설의 처음을 딛고 거슬러 올라가 그 끝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특별함으로 기록된다. 이 소설의 진가는 그런 것이다. ‘과거는 바꿀 수 없다’는 통렬한 자의식을 전제하면서도 삼십 대 소설의 화자는 우리를 1989년의 여름,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에 살았던 소년 시절의 시공간으로 끌고 들어간다. 이 공간은 장소성이 두드러지는 역할을 하면서 그 곳에서 일어난 화자의 첫사랑 ‘린디’가 겪은 성폭행 사건을 중심에 놓은 채, 특별한 청자를 두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을 취한다. 그래서 소설은 여성의 이야기이자, 남성의 이야기도 된다. 그럼에도 여성이 겪은 성폭행을 남성의 시각에서 돌이켜 본다는 것은 독자에게 복잡미묘한 심리를 전제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소설의 플롯은, 그래서 오히려 경계를 허무는 방식으로, 이해와 깨달음과 죄책감을 아우르면서 첫사랑 소녀의 상처를 끌어안는 주체로 다가가고자 하는 미성숙한 소년의 생각과 태도를 하나씩 깨뜨려 나가는 과정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러다보면 우리는 여성과 남성 각각의 개별 주체로써 삶 안에 도사리는 불행을 응시하고, 불행의 원천인 욕망의 이기심이 불러온 참사에 대한,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고통받은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시간을 함께 고통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결국 그것은 여성의 주된 이야기일 망정, 남성의 이야기도 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의 성찰로 귀결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첫사랑 ‘린디’의 고통이 나의 일이 아니고, 내가 치러야 할 대가가 아니며,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다는 것이 회한으로만 남지 않는 것은 소설의 끝에 도사리고 있는,소년에서 어느덧 어른이 된 화자의 바람 때문이다.
특별한 청자가 밝혀지는 소설의 말미에 화자가 진실로 바라는 것이, 더 나은 삶을 사는 사람이자 제대로 된 남자로 살고 싶은 그 간절한 희망이, 바로 ‘린디의 고통’으로 부터 뻗어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가능성으로 다른 삶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화자의 도약에는 무엇보다 ‘사랑’이 있고 사람은 그 사랑으로 구원 받고 서로를 구원할 수 있다는 진실을 바로 보게 만든다. 소년이자 한 인간으로서의 성장이라는 것을 반추하는 의미가 여기에 있었다.

인생의 어떤 사건과 그것에 대한 기억은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를 흔들고 바꿔버릴 수 있다는 것을, 그 가치가 사랑에서 다시 시작될 때 삶의 이야기는 또다른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것을 전하는 이 소설의 아름다움은 여기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본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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