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어게인 - 포르투갈을 걷다, 리스본에서 산티아고까지
박재희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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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어게인, 박재희_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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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264p 아름다운 것, 진짜 중요한 것은 모두 오래 걸려야 얻을 수 있는 것임을 알게 되었고, 소중한 것은 절대 빠른 길에 놓여있는 법이 없다는 것을 배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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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를 잘했다. 개인적으로는 달랠 길 없는 허무와 초조함 앞에서, 일상의 제한 목록을 매일의 과제처럼 안고 사는 코로나 시대의 삶에서, 이 책은 저자가 순례길 위에서 집중하리라 다짐했던 작은 꽃무리 같다. 마치 내 두 손 안에 그 꽃을 두고 볼 수 있게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의 뜨거운 길을 헉헉대며 걷고, 거침없이 쏟아져 비로 하염없이 축축해진 땅을 걸어보는, 기쁨과 눈물의 여정이었다.

그러나 현실이라면 어떨까. 걷는 것을 좋아하고 즐겨하지만, 하루에 20여 킬로미터를 웃도는 거리를 걸으며 몇 백 킬로미터나 되는 그 여정의 길을 한달여 시간이 넘도록 끝내 걸을 수 있을까.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스페인의 산티아고까지 675Km, 거기서 무시아를 지나 또 다른 땅끝 마을 피스테라까지 120Km를 걷는, 길고 긴 순례길 위에서의 걷기 여정. 길이 길을 부른다고, 이 순례길은 프랑스 루트로 산티아고 900Km를 걷고 난 이후에 ‘산티아고 앓이’에 승복해 다시 걷게 된 길이었다.

누군가는 비행기나 기차로 몇 시간이면 훌쩍 종착할 수 있는 길을 굳이 쉽지 않은 순례길을 걷는 선택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고, 순례자 자신들 조차도 막막함과 회의감으로 얼룩지는 무수한 시간을 뚫고 이어나가는 길 위에서 좌절과 육체적인 고통을 반복한다. 저자가 밝혀주듯, 고된 순례길 걷기를 모두 마쳤다고 인생이 하루 아침에 직설적으로 변화하는 일은 더욱이 없을 터이다.

그러나 이 순례길은 그저 길을 걸었다는 사실만으로 끝나지는 않았다. 고된 상황과 시간의 길 위에 나의 선택으로 나를 세움으로써 일상과는 전혀 다른 편하지 않은 삶을 살아보는 일이었다. 그 길 위에서 보이고 만나는 것들에 대하여 들려주는 저자의 귀한 말들은 태양이 몸을 달구듯 뜨거워지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쉽게 볼 수 없는 것들을 감각할 것 같은 기쁨의 위안이었다. 길 위의 작은 꽃 무리, 쉬이 지나치는 거리의 타인들, 냉장고 문을 열면 곧 들이킬 수 있는 물 한잔을 새삼 생각하게 했다, 이 산티아고로 향하는 뜨겁고 축축한 길은.

삶이란 오히려 있을 때보다, 없을 때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천천히 걷는 그 길 위에서,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는 작은 아름다움을, 여린 생명의 호흡을, 사람과의 뜨거운 연대를 응시하고 느끼게 되는 일이 기쁜 매혹의 길로 여겨졌다. 느린 걷기의 행위에서 천천히 지켜본 그 마음들이, 직접 걸어야만 느낄 수 있는 그 아름다움이 못견디게 가지고 싶어졌다. 빠르게는 쉬이 선택할 수 있지만, 도무지 천천히는 누구나 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므로.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걷는 여정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기록이라 말하고 싶다. 이 또한 삶을 사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며. 어떤 길을 걷게 되든 직접 걸어보지도 않은 산티아고 길을 상상하게 될 것이니, 길 위의 기적의 순간이 이 책을 읽은 축복으로 이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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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주관적인 후기로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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