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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는 일 - 동물권 에세이
박소영 지음 / 무제 / 2020년 12월
평점 :
살리는 일,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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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 정세랑 작가, 박정민 배우의 추천사 수록. 책의 지면으로 믿고 읽는 두 작가님의 추천사가 실린 이 책은, 배우 박정민이 아니라 책을 만드는 사람 박정민이 되어 선보인 무제 출판사의 첫 책이니 만큼 의미도 남다르다. “이름을 찾지 못해 ‘제목 없음’의 ‘무제’로 이름을 지”었다는 그는 앞으로 소외된 무언가를 찾기 위해 힘을 다할 것이라는 열정을 내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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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 시작이 바로 이 책, ‘살리는 일’이다. 10년차 기자이기도 한 저자는 5년 차 캣맘이다. 첫 고양이 토라를 키우며 길에서 만난 석수,쇼코,모리,수리를 가족으로 맞아들였다. 이타적으로 생각하고 실천하며 사는 사람이 있다. 나를 기준으로 생각하고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실에서 저자의 삶은 놀랍고 존경스럽다는 말로도 감상을 다할 수 없다. 내 생각에 인생의 목표가 나를 넘어서서 ‘이타적’인 가치와 행위로 가닿는 것은 너무 고되고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나의 삶을 미뤄둔 채 나의 행복은 우선 순위가 아니라는 신념은, 작고 연약하고 아프고 짓밟히는 여린 존재들의 생으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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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동생과 길고양이 급식소를 열다섯 군데나 관리한다. 약속을 향해 가는 순간은 물론이고 눈이 보이는 곳에 굶주리거나 아픈 길고양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무어라도 먹이기 위해 편의점을 달려가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 치료하고 돌본다. 더위에 지친 개들을 위해 더위를 식힐 물과 간식을 준비하고 매일 찾는 고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농장으로 끌려간 개들을 구출하기 위한 고군분투는 짧은 말로 다할 수 없다. 작은 존재들의 아픔을 껴안고 마음이 깎여나가도록 울고 함께 아파하며 자신의 한 몸과 마음을 미련없이 내던지는 사람의 삶을 생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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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을 ‘살리는 일’에 힘쓰며 살고 싶다는 저자는 자신을 살린 예술에 대한 이야기도 펼쳐낸다. 조지 오웰만큼은 아니라도 ‘정치적으로’ 쓰고 싶다는 저자는 ‘파블로 네루다’의 시에서 인류애와 연대의 의지를 발견하고 ‘어슐러 르 귄’과 ‘김초엽’의 글에서는 읽는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본다. 그녀가 의지하는 예술마저 현실 너머의 것을 발견하고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공고히 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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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생을 이야기하며 호소하듯 전해지는 이 글에서 분노를 읽었고, 지친 마음을 느꼈다. 그럼에도 저자는 포기하지 않고 살려내겠다는 희망을 글 곳곳에서 전한다. 이사도 여행도 쉽게 꿈꿀 수 없는 삶의 영역 안에서 매일 빠짐없이 동물들을 돌보며, 동물의 생을 고민하고 비건의 삶을 실천한다. 그것은 점점 이 세상 모든 약자들에 대한 일로 의미가 확장되어 이 사회와 현실을 새삼 뼈저리게 응시하는 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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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동물을 위해 사는 삶의 모든 행위가 그랬지만 특히 말미에 전한 말이 잊히지 않는다. 이 책을 쓰면서도,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이 계속 보여 글을 쓸 수 없었다고. 마감 기한을 자주 어기고 글쓰기를 중단하기도 했었다고. 그녀가 펼쳐내고 있는 이 사랑을 읽으며 그 사랑의 무게를 감히 짐작했다.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일은 괴롭지만, 그럼에도 마땅히 그래야 함을 이야기하는 이 책이 있어야 할 이유인 것 같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는 분명 나아가야 할 방향의 통로를 터줄 것이라는 믿음을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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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