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 대한 인간의 예의 -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을 넘어 우리에게 필요한 것
이소영 지음 / 뜨인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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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대한예의 ,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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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강아지의 견주로 10여년의 시간을 거치는 동안, 이 사랑은 어떻게도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혈연보다 더 큰, 나의 자식이라고 표현하면서 사랑으로 똘똘 뭉친 마음을 품었다. 연약한 존재를 지켜주고 사랑을 품게 되는 것은 사람을 가장 크게 변화시키도 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책의 저자가 밝혔듯, 그리고 나의 경우에도,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많은 사람들이 그 영역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일테다. 이른바 ‘종차별주의’. 내가 관심을 둔 동물이나 그 관심의 영역 밖의 동물들의 생존과 고통에 대하여 많이 알지 못하고 혹은 알게 되더라도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닌 것. 그것이 나의 현실이고 지금 이 땅의 현실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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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참 의미있고 좋은 책이구나 싶었다. ‘동물보호운동’에 대한 석사논문을 시작으로 동물보호 시민단체 등 다양한 실무 경험에서 일어난 사례와 경험을 중심으로 펼쳐내는 이야기는 가히 놀랍고 어지러운 마음을 일으키며 울림을 주었다. 아직도 동물보호에 관해 정책적으로도 미흡하고 뚫어나가야할 장애가 많지만 대책을 향한 고민과 제안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만큼 설득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되었다. 단지 좋아하는 마음만이 아닌 다수의 노력에 대해 저자는 피력한다. 귀엽고 좋아하는 마음을 품은 대상에게조차 인간 욕망의 잣대를 서슴없이 들이대는 일. 그렇게 미처 알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등한시했던 동물 존재가 처한 생의 사각 지대를 만난 기분이었다. 공존을 위한 생각의 틀이 더 넓어지는 마음으로 ‘동물에 대한 인간의 예의’를 풀어내는 이 책을 만나 미안하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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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우리는 인간으로 존재하기에 ‘인간중심주의’를 벗겨낼 수는 없는 일,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인간의 오만함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렇지만 거기에 더하여 ‘신중한 인간중심주의’라면 어떨까 하는 언급이 머리와 가슴에 남았다. 우리는 ‘개’가 아니며 ‘고양이’가 아니기에, 우리는 인간이기에 인간의 관점대로 살 수밖에없음을 묵묵히 인정하는 일. 온전히 한계를 뛰어넘기보다는 인간으로서 내연을 조금씩 확장하는 일을 권하는 글은 현실적이고 그래서 감동적인 것이었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좋은 책을 읽는 일은 뚜렷하게 표현할 수 없는 사랑같은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벅차고 쓸쓸하면서 따뜻한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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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p 내가 데려온 동물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지만 나는 그들이 행복하게 살다가 평온하게 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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